노찾사 - 동물의 왕국
노찾사 4집에서 동물의 왕국이라는 노래는 상대적으로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가사는 동물의 왕국에 빚어서 현실 세계를 풍자하고 있지만, 아주 경쾌한 리듬 때문에 그 가사가 말하고 있는 바가 묻혔다고 해야 하나. 사실 노찾사 4집에 실린 발라드풍의 노래를 많이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예외다.
오늘 갑작스레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대학원에 있는 모 교수가 개강을 할 때 [동물의 왕국] 비디오를 보도록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는 학생들에게 현실세계도 동물의 세계와 유사하다는 것을, 그래서 어떠한 규제나 제약이 없는, 시장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무한경쟁의 세계를 그리도록 했던 것이다. 과연 현실세계는 동물의 왕국과 같아야 할까.
노찾사 - 동물의 왕국 (정영아 작사, 전지용, 신지아 작곡)
모두들 그런줄만 알았지
모두들 그런줄만 알았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네
우리 왕국은 그의 왕국이라는걸
싱그런 햇살에 이슬이 사라지면
우리는 제각기 일터에 나가
겨울 양식을 위해 분주히 일을했네
그의 왕국을 위해
짓밟히는건 당연한 것이고
위대한 자는 태어날 때부터 위대하네
우리가 억만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
우리가 억만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없네
세월이 흐를수록 왕국은 커졌지만
웬일인지 양식은 줄어만 가네
일하는 자들도 점점 늘어갔지만
일하지 않는 자도 늘어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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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동물의 왕국 (경향, 김철웅 논설위원, 2009-03-10 18:14:14)
화면 속에선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사자가 얼룩말 사냥을 위해 초원을 내닫는다. 떼를 지어 이동하던 검은꼬리 누는 강에서 악어의 공격을 받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아프리카의 맹수나 극지방, 사막 등지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 KBS TV <동물의 왕국> 장면들이다. <동물의 왕국>은 국내 최장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1960년대 흑백TV 시절 시작돼 오늘까지 이르고 있으니 수많은 사람들을 유년의 기억으로 인도할 만도 하다. 엉뚱한 상상력을 발동시키기도 했다. “백수의 왕 사자와 밀림의 왕자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러다 생태가 전혀 다른 두 맹수를 놓고 이런 비교를 하는 게 의미 없음을 깨닫는다. 그게 철드는 과정이었을 거다.
팬도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때 팬을 넘어 ‘마니아’로 통했다. 방영시간에 맞춰 회의를 일찍 끝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동물 다큐멘터리는 온 가족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동물들의 생태를 보며 저마다 깨달음을 얻는다. 동물의 왕국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철저하게 지배하는 세계다. 참으로 비정한 법칙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동물들이 먹이사슬 관계를 이뤄 절묘한 생태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탄복한다. 생각은 인간세계로 연결된다.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의 법칙은 인간에게도 예외가 아니지 않은가. 그 양상이 덜 노골적이고 내면화했을 뿐이지, 결국 인간도 자연선택의 대상일 뿐이지 않나.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상임대표가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 제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동물의 왕국’으로 수정됐다”고 말했다. 1조 2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상위 1%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과 그의 형으로부터 나온다’로 수정됐다고 했다. 그의 논리는 “호랑이와 사자를 더욱 강하게 키움으로써 사슴과 토끼도 잘 살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말에 속아 넘어갈 순 없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균형을 유지하는 동물의 왕국이 갈수록 양극화 심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보다 나은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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