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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를 위한 군국주의 방식의 역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5호] 2009년 12월 03일, 로렝 보넬리·윌리 펠르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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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가끔씩 흥미있는 기사들이 실린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하겠지만.... 이런 글을 퍼오는 것도 저작권에 걸릴 것 같긴 하지만, 널리 알려주고 싶고, 강조할 부분도 있고 해서 퍼온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경제학자, <자유의 기계. 급진자본주의로 가는 길>, 오픈 코트 퍼블리싱 컴퍼니, 시카고, 1989.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일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오늘 이 순간부터 우리가 정부로부터 빼앗아올 수 있는 업무들과, 미래에 우리가 빼앗아오기를 바라는 업무들, 그 두 종류뿐이다.”
 
필리프 마니에르, 전 몽테뉴연구소 소장, 에리크 뒤팽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인용, 2009년 2월.
“정부는 화재를 진압한 뒤 소방서로 돌아가는 소방관과 같다.”
 
밀턴 프리드먼, 경제학자, <르몽드>, 1999년 7월 20일자.
“반혁신주의의 강력한 영향력을 전복하게 해주는 해결책들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의 명백한 해결책이 존재한다. 만약 공공 업무를 민영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면 철저하게 민영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부분적 민영화나 국가 통제의 부분적 축소에 의한 타협의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전략은 방침을 되돌리려고 열심히(때로는 성공적으로) 일할 확고한 신념을 가진 소수의 반대자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로저 더글러스, 뉴질랜드 총리, 세르주 알리미가 인용, <거대한 후퇴>, 파이아르, 파리, 2006.
“한 걸음씩 전진하려고 하지 말라. 확고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질적인 도약을 해 단숨에 거기에 도달하라. 개혁 프로그램이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녁을 겨누는 반대파들의 포화가 부정확해지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마즈롤, 전 RTL 뉴스 책임자, 올림픽 당시 프랑스 육상의 나쁜 결과에 대하여, <프랑스 2>, 1994년 2월 26일.
“프랑스 사람들은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가 복지국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드니 케슬레르, 전 프랑스경제인연합(Medef) 부회장, <챌린지>, 2007년 10월 4일.
“프랑스의 사회모델은 ‘레지스탕스 국가위원회’의 산물에 불과하다. 지금이 그 산물을 개혁할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정부는 여전히 그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연속적으로 고지한 다양한 개혁은 공공 기능의 지위, 특별연금 체계, 사회보장제도의 개정, 노사 대표 동수주의같이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고 경중의 차이가 심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잡동사니를 모아둔 느낌이 든다. 더 세밀히 살펴보면 이 야심찬 프로그램에 빤한 사실이 존재한다. 개혁들의 리스트가 빤하다는 의미일까? 아주 간단하다. 1944~52년 시행된 모든 것이 예외 없이 채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1945년에서 벗어나, ‘레지스탕스 국가위원회’ 프로그램을 방법론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앙리 도르제레스, 1956~58년 일에빌렌 의원, ‘녹색셔츠’라는 파시스트 운동단체의 설립자, <농민혁명>, 장르나르 출판사, 파리, 1943.
“공무원이 바로 적이다.”
 
뱅상 베나르, 브뤼셀 아이엑 연구소 소장, <르 피가로>, 2008년 9월 9일자.
“자유경제가 자신의 리듬에 맞춰 수행하곤 했던 것을 조정자이자 입법자인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속화하려 들었기 때문에, 은행 체인의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게 만들었고, 심각한 재정위기를 유발했으며, 정부가 도와준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가정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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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를 위한 군국주의 방식의 역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5호] 2009년 12월 03일 (목) 16:08:24 로렝 보넬리·윌리 펠르티에 | 사회학자)
[Dossier] 국가의 변이
다운사이징 한다면서 위계·통제 강화해 공무원 억압
치료 회피하는 병원·범죄 골라 수사하는 경찰의 출현 

 
‘방임주의 병영국가’의 출현
자유주의자들이 보기에 ‘비만 상태’이자 ‘비효율적인’ 국가는 새로운 지출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많은 진보주의자의 눈에 ‘강압적’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는 개인의 번영을 위해 사라져야 한다. 국가의 ‘사회적’, ‘보호적’ 임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급진 자유주의’의 공격을 받아 이미 죽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서도 국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나라들은 끊임없이 국가를 재정비하고 있다. 전후의 평등주의적 비전은 ‘효율성’ 또는 ‘공평성’이라는 명목으로 격렬한 공격을 받았다. 각종 개혁을 통해 공무원 수를 줄이고, 권한들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분야에 넘기며, 교통 및 통신 주요 분야를 민영화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기업 모델에 입각한 행정부처 관리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일반적인 움직임은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현대’는 전문적으로, 분야별로 진행되며,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대화의 힘과 현대화에 반대하는 저항의 무력함은 바로 이런 불분명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금융위기 속에서 공권력은 최후의 소방수 역할을 했다. 그들은 제너럴모터스(GM)를 국영화했고, 월가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고, 중공업을 구조했으며, 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국가가 경제의 중심으로 복귀하는 이런 움직임은, 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더 권위적인 활동 영역을 가진 관리국가로 향해 가는 변화가 가속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우스꽝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상한 물결이 우리를 덮쳐 누르고 폭발하는 기분이다.” 정치학자 베르나르 라크루아는 국가적 차원의 구조조정 아래 놓여 있는 노조원과 지식인, 의원, 시민의 당황스러움을 이렇게 요약한다.(1)
 
여러 가지 ‘개혁’이 정해진 순서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성이 그 개혁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개혁을 위한 시행령들이 진행되지만 개혁의 결과들은 나중에 가서야 인지된다. 이런 애매모호한 개혁과 함께, 부피는 줄었지만, 강력한 명령체계를 갖춘 국가를 만들기 위한 유례없는 총결집이 일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공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부피 줄이기는 매우 근본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6월 20일 프랑스 각료회의에서 시작된 공공정책 수정은 예산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공공 업무를 담당하던 예전 기업들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의 개최 6개월 후부터 국가 업무를 통폐합하는 96가지 조처가 만들어졌다. 2007년 10월부터는, 법무부 중앙행정처의 고위 공직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법부를 현대화하고, 2011년에는 ‘효율성’을 이유로 178개 지방법원과 23개 고등법원을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정원 200명 이하의 중학교를 폐교했다. 클로드 알레그르 전 장관의 바람대로 교육부는 “매머드의 지방을 제거”하고 연간 1만5천 명 이상의 교원을 감축하기로 했다.(2) 
 
거부하면서도 단계별, 또는 우회적으로
이 게임에 과감하게 불참하는 정부 부처는 하나도 없다. 각 부처는, 2007년 9월 프랑수아 피용 국무총리가 선포한 ‘파산 상태’ 국가의 새로운 지상명령이 된 ‘고용보고서’를 미리 준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무부에서는 시청이나 도청이 체중 감량 치료를 받고 있다. 2009년 9월에 열릴 예정이던 국가경찰 선발시험은 취소됐고, 8천 명의 경찰공무원 예산이 2012년까지 점차 감축될 것이다.(3) 내무부와 경쟁하는 처지에 있는 국방부는 한발 앞서나갔다. 병영을 폐쇄하고, 2014년 이전에 4500명의 인원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출산 건수 200건 미만의 병원 산부인과를 고비용으로 간주해 폐쇄하고, 외과의 경우 연간 수술 시행 건수를 1500건 이상으로 결정했다. 10여 곳의 영사관이 외무부에서 사라졌고, 문화부는 국가 고문서관리국을 구조조정했다. 재정부는 부처 내 모든 업무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국가 규모 축소를 위해 공공 활동을 민간 분야로 이전하는, 이른바 공기업의 분할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민영화는 거부되는 와중에서도, 부분적 또는 우회적으로 진행된다. 민영화는 취득자(구매자)의 재정 수익성에 대한 예측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의 실적, 그들의 과거 경력, 그 직원들의 특수한 신분까지 함께 고려하면서 진행된다. 프랑스텔레콤과 우체국 개혁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가스공사(GDF)와 전기공사(EDF) 또는 프랑스철도공사(SNCF)의 여정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따르고 있다.
 
국가의 후퇴는 매번 공기업의 분과들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1990년에는 우체국과 전화국이 분리되면서 활동 분야의 ‘경쟁’ 구도가 시작됐다. 사실 당시 텔레콤은 고수익 활동으로 이미 전환되고 있던 반면, 우편 업무 분야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4) 노조의 투쟁성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민간 이전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경우는 드물고, 차라리 점진적으로 행해지는 편이다. 따라서 민영화는 단계별로 실시하되,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정상적 연장선상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그 효율성이 높아진다. 1997년 프랑스텔레콤의 자산이 최초로 공개됐고 2000년에 2차로 공개됐다. 인터넷과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한 투자 거품 붕괴에서 기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780억 유로가 투입됐지만 국가 보유 지분은 2004년 50%로 내려갔고, 2005년에는 다수결 저지 비율인 3분의 1 선 아래로 내려갔다.
 
1994년의 총파업을 통해 그들의 공무원 신분은 유지됐다. 그렇다고 해도, 점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가 강요되고, 목표 달성과 끊임없는 업무 구조조정, 인원 감축(2005~2008년 2만2천 명 감원), 업무량 증가 등 공기업 조직은 사기업화돼왔다. 전자 기술자들은 서비스 판매원으로 변신해야 했다. 예전에 프랑스 전역에 통신망을 깔고 국토 설비를 업무로 삼던 프랑스텔레콤은 부이그(Bouygues), SFR, Cegetel, Free 등과 경쟁하게 됐고, 이제는 오직 투자와 이익 실현이라는 지상명령이 있을 뿐이다.
 
우체국이나 철도공사에서는 공공서비스 분할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민간 분야로의 활동 이전은 더 느리게, 더 감지하기 힘들게 자회사화하거나 민간에 위임되는 식으로 분할되어 진행된다. SUD-PTT 노조의 엘렌 아당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경쟁 체제에 들어가는 데도 분야별로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소포 부문에서 처음 경쟁이 시작됐다. 페덱스와 DHL은 순전히 상업적인 스타일을 확보하면서 국내 시장에 침투했다. 배달 보장, 속도 등 모든 것이 현금으로 지불된다. 우체국은 수익성이라는 동일한 기준에 근거해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하기 위해 지오포스트(Geoposte)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우체국 국장들 중 한 명(소포 및 물자보급 부장)이 지휘책임을 맡았다. 이 지주회사가 여러 자회사를 ‘감독’했고, 크로노포스트(Chronoposte)도 그 감독을 받았다. 두 번째로 ‘수익성 있는’ 분야는 금융 업무인데, 이 또한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이미 자회사화됐다. 우체국은행은 다른 모든 은행과 업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용국(P?le emploi, 2009년 1월 신설)에서 사용하는 방법도 유사하다. 공공 직원을 채용하지 않아 32만 명의 구직자들이 채용사무소(Sodie)나 임시직 사무소(Manpower)로 넘겨졌다. 민영화가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는 것은 임금노동자와 민관의 여러 신분규정이 뒤섞여 조직되기 때문이다. “우체국 인력은 점점 더 고용불안 상태에 놓이게 됐고, 지주회사들의 구별에 따라 여러 자회사와 민간 계약을 체결한 직원과 공공 직원으로 인력이 이원화됐다. 공무원 채용은 2002년 중지됐지만 특정 기간 계약 또는 불특정 기간 계약 등의 신분으로 직원 채용은 계속됐다. 은퇴에 따른 인력 자연 감소와 더불어 인력 줄이기 ‘가위 효과’는 극에 달했다. 2003년 우체국 직원은 31만5364명으로 그중 공무원이 20만852명, 민간 직원은 11만4512명이었다. 2008년에는 전체 직원 29만6742명 중에서 공무원이 14만2287명, 민간직원이 14만3455명으로 거의 동수였다”고 아당은 말했다. 우체국 민영화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 자산공개법보다 훨씬 앞서 진행됐으며, 앞으로 계속 확대되어 공식적으로 주식회사가 될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 떠안은 지자체들
마지막으로, 비용 부담이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82년 시행된 지방자치제와 2002년 장폴 라파랭 총리가 촉진시킨 지방자치제 제2막- 그는 이것을 “모든 개혁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새로운 권한이 부여됐다. 직업교육, 교통 문제, 중·고교 건물 관리, 기술·노동·서비스 인력 관리, 사회활동 등은 그때부터 지역의회와 광역의회 소관이 됐다. 물론 국가가 지급한 예산으로 이런 임무 전체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센생드니 지방의회의 질레트 가르니에 공산당그룹 회장은 “최저통합수당(RMI) 같은 몇몇 수당은 권한이 이전된 그날로 동결됐다”고 말한다.
 
일드프랑스 광역의회의 프랑신 바베 녹색당 부의장은 사회보건복지교육에 관해 비슷한 지적을 한다. “총 1억6천만 유로의 예산에서 1억 유로는 유동적이다. 우리는 3년 동안 이전된 총액을 재평가해줄 것을 결사적으로 요구하고 4번의 소송을 벌인 결과 현재의 결과에 이르렀다. 그래봐야 간신히 기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을 뿐이다.” 바베 부의장은 개혁의 동기가 “체제 혁신이나 권한 부여가 아니라 국가의 공적 약속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명령체계의 강화
이처럼 국가의 부피를 줄이는 데는 공적 영역의 ‘군국주의화’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운동이 수반된다. 위계질서의 강요와 공공서비스 인력에 대한 통제 강화, 그리고 명령체계 강화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적으로 새로운 당면 과제를 체제에 부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뢰하는 사람을 행정부 수뇌부에 임명할 수는 있지만- 정부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취해진 조처의 효율성은 장담할 수 없다. 그 조처를 시행할 임무를 맡은 직원들이 그것을 재해석하고, 재정비하고, 직업적 타성에 적응시키기 때문이다.(5) 어떤 분야의 엘리트들은 저항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의사, 교수, 법관,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소속된 부처 장관보다 그들의 활동 영역의 속성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감독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행정부 출신으로 ‘신분 개혁’을 옹호해야 하는 사람들은 애초 계획의 극단성을 완화하는 중재 작업을 벌인다.
 
원인 제공자인 정치 책임자들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또한 재정부의 고위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6) 경멸적으로 ‘예산낭비 부처’라고 불리는 부처들의 주장에 맞서, 그들은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를 강요하고자 한다. 그때까지, 그들의 ‘열정’은 자율의 일정 범위를 보호해오던 행정관리 규칙을 부분적으로 위반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예전의 집단 지도체제적 결정 구조에 보조를 맞추는 정치계획을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그런 목적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경영 관리자들을 임명했다.
 
병원의 경우가 그렇다. 각료회의에서 지명되는 지방 보건사무국(ARS)의 수장은, 지방의 모든 치료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진짜 ‘보건 도지사’가 됐다. 2009년 7월 통과된 ‘병원, 환자, 건강, 거주지 법안’ 초안에는 ‘보건 도지사’가 병원장을 선택하고 언제든 해임할 권한까지 갖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병원장들은 대동단결해 이 조항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소속 기관 내에서 그들의 권위를 강화하는 조처를 취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서 법안은 “병원에 단 한 명만의 주인”을 임명하고 싶어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소원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인력을 관리하는 그들의 권력을 확장했다. 이로 인해 상호 대화가 더 어려워진다. 피티에 살페트리에 병원 당뇨병학과 앙드레 그리말디 교수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공동 경영의 논리를 따랐다. 부처장은 결정을 내릴 때 의사들을 참여시켜야 했다. 이제 그런 일은 끝났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상대적 자율권도 이젠 옛 얘기
대학 교육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대학의 자율을 규정하는 ‘대학 자유와 책임에 관한 법’(LRU)은 모든 집단권력을 약화시켰다. 사회학자 프레데릭 네이라는 “2003년에 한 차례 무산된 개혁이 2007년의 개혁 조처에 실려 권위주의적 관리경영에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법은 본질적으로 이 법에 우호적인 총장들에게 그들의 대학 동료들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특히 그들은 공무원이나 임시직을 채용할 수 있고, 대학의 여러 위원회의 결정을 파기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감지된다. 우선 검찰에서는, 2004년 3월 9일자 법안으로 검사들이 위계질서상 법무부 지휘 아래 놓이게 됐다. 법무부는 각 사건의 방향을 조정하고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다. 재판관(판사)들의 경우 ‘유동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성이 제한되고 있다. 그들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전출할 수는 없지만, 법원의 관리 원칙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할 수는 있다. 질 새나티 사법행정관(magistrat)은 “외국인 추방에 관한 각 도의 규정에 비해 자신의 자유로 너무 ‘방임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판사는 가정 사건이나 후견인 사건 등을 담당하도록 쉽게 전보된다”고 말한다. 2009년부터는 법관 임명과 기강을 담당하는 사법최고회의(CSM) 내에서 사법행정관 수가 대통령과 국회 상·하원 의장이 지명하는 외부 인사 수보다 적어졌다.
 
상대적으로 자율을 누려오던 분야에서도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고용국(Pole emploi) 전국노조의 노엘 도세 사무총장은 국립고용안정센터(ANPE)와 지역상공업고용협회연합(Assedic)을 통합해 고용국을 만든 것을 ‘국가화’라고 표현한다. 국립고용안정센터(ANPE)는 행정부 성격의 공공기관이었고 지역상공업고용협회연합(Assedic)을 관리하는 전국상공업고용협회연합(Unedic)은 노사 동수로 조직된 기구가 관리하는 민간 기관이었다. 이 두 기관을 지역적 차원에서 통합함으로써 국가 관계자들의 비중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고용국 행정위원회는 국가 쪽 대표자 5명, 장관이 지명한 인물 2명, 고용주 쪽 대표자 5명, 직원 대표자 5명으로 구성돼 있다.(7) 정부는 행정위원회의 위원장에 2003~2005년 총리 비서실에 근무했고 ANPE 부장을 지냈던 크리스티앙 샤르피를 임명했으나, 위원회 의견은 참고만 했다. 또한 행정위원회는 주택 1% 기금에 대해서도 관리의 불투명을 지적했으나 이 역시 무시되었다. 이 기금은 현재 관련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행정부가 관리·감독하고 있다.
 
공공 매니저라는 새 요직을 원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1인자나 의원들과의 개인적 연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 임명은 단지 상징적 분배가 아니다. 특별보너스나 성과급이 급여를 보충하거나 아예 대체할 정도로 많다.
 
국가 개혁의 이중적 움직임(한편으로는 감축, 민영화, 권한의 위임과 이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제의 국가화 및 강화가 진행된다)은 시차를 두고, 공공 활동의 새로운 맹목적 대상이 된 ‘성과’라는 명목으로 공공서비스 전체에 걸쳐 진행된다.
 
가난한 사람 치료가 이상해진 병원
행정을 통제하려는 이런 의지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부, 회계원, 재무감독국이 오래전부터 행정 통제를 해왔다. 그러나 통제를 위해 모든 심의에 ‘수행지표들’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특히 2001년 통과된 ‘재정법 관련 조직법’(LOLF)은 관리적 사고로 전환한 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발상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8) LOLF는 달성해야 할 목표들과 지도해야 할 지표들을 제시하면서 행정의 전략적 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공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그 책임을 지는 ‘연간수행계획’(PAP)을 제출해야 한다.(9)
 
사실상 모든 활동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비슷한 회계 논리로 축소되었다. 그리말디 교수는 이렇게 요약한다. “사람들은 돈벌이가 되는 환자와 돈벌이가 되지 않는 환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돈벌이가 되는가? 사실 쉽게 수량화·계수화될 수 있고, 판매될 수 있는 것이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정신적·사회적 문제가 없는 사람들의 질병 평균치를 기술적으로 프로그램화할 때 가능하다. 규격화된 단순한 백내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돈벌이가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만성질병, 노인,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결합된 모든 복잡한 질병이 여기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병원이 가난한 사람과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런 이상적 관리 프로그램의 허점은 잘 알려져 있다. 만약 간부 직원들이 지표들을 채우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다 보면 그 지표들을 활용하는 방법 역시 배우게 된다. 2003년 몽뤼송(Montlu?on)에서 개최된 제32차 ‘국립경찰 고위 공무원들과 경찰서장(SCHFPN) 총회’에서, 한 경찰 고위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려스런 점은 ‘적절한 복사본’을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수치를 속이지는 않지만 아주 교활해진다.” 결과적으로 국립경찰의 최우선 관심 사항인 청소년 비행 신고 건수를 낮추고 그 해결 비율을 높이기 위해 경찰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민원 접수 거부, 민원인을 이 경찰서 저 경찰서로 뺑뺑이 돌리기, 확인된 사실들을 재분류하거나 재편성하기, 통계적으로 가장 ‘돈벌이가 되는’ 범죄들(마약범이나 외국인)에 활동을 집중하는 식으로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10) ‘좋은’ 수치를 만들어내려는 심리적 압박은 경찰 외에도 곳곳에 퍼져 있다. 이 압박은 모든 층위의 공공서비스를 짓눌렀다.
 
공공서비스가 비난받는 시대
역사를 되돌아보면 관리의 현대화가 얼마나 폭넓게 시행됐는지 더 실감할 수 있다. 서유럽에서 행정의 발전은 군주 이성과 구별되는 국가 이성이 탄생하는 조건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공공 업무의 사적이고 개인적 관리에서 행정이라는 객관적이고 공동체적인 관리로 이행해왔다. 현대국가는 공공서비스를 보편적 목적을 위한 ‘공정한’ 활동으로 간주함으로써 건설되었다.(11) 그런데 이 국가 기능의 표상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세무공무원, 고용센터 직원, 교사 등의 직업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예전에는 ‘고마운 서비스들’로 여겨진 직업들과의 관계가 해체되고 있다. 앞으로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모든 직업 활동을 짓누르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고통스럽게 수행해갈 것이다. 자기 업무(그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자신)의 의미가 새로운 평가 기준과 상충하고 있다. 직업은 이제 사용자들과 일상적으로 맺는 관계 속에서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임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직업정신이 고갈되어 다양한 ‘목표치 관리형식’의 행정과 양립할 수 없게 된다.
 
‘숫자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향정신성 의약품, 자살, 자살 기도, 병가와 같은 방식으로 현실에서 도피한다. “사람들은 억지로 일터에 간다. 동료들 사이의 토론은 퇴직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에서만 맴돌고 있다”고 라니옹 지방 개인세 담당부서의 피에르 르 고아스는 털어놓는다.(12)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국 통합노조(SNU-P?le Emploi)의 방데 지방 책임자인 델핀 카라는 “근무 분위기는 너무나 긴장돼 있고 노동량도 늘어나 직원들은 일터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증언한다.(13)
 
국가의 ‘현대화’가 일상적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화’가 공공 분야 노동자들의 가장 하찮은 행위도 간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생, 고통, 난처함, 긴장과는 무관하게 현대화를 겪는 샐러리맨들은 거기에 참여해 매 순간 현대화를 작동시키고, 나름의 방식으로 육화하고, 그 방식에 적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과도한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 버텨낼 수 있는 최고의 처세술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공서비스 임무’를 수행하려면 헌신정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런 정신 상태를 국가공무원들이 면면히 이어받고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에게는 ‘현대화’가 가장 큰 현실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른 많은 공무원들이 그런 것처럼 니스 고용국 직원인 마리조는 못다 한 업무를 집에서 처리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USB에 업무 서류들을 저장한다. 이처럼 예전에 배운 임무 수행 방식들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데, 이는 “서류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었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그라스 고용국의 프랑수아즈는 말한다.(14) 
 
장관, 비서실장, 대통령을 기쁘게 하다
국가를 해체하는 데 효율성은 다음과 같은 역설에 부딪힌다. 즉,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예전의 기본 정신들, 즉 직업과 맺은 관계, 이 관계의 구성 성분인 헌신과 열정 같은 사회적 성향이 행정개혁을 가능하게 해주는데, 이 개혁들이 역으로 공공서비스 실행의 일상적인 형태들과 공공서비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는 만족스런 평가표로 작성된 지침 책자들에 근거해 변화를 촉진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국가 귀족들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장관, 비서실장, 대통령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경쟁과 이들의 경쟁심 그리고 공공에서 민간으로, 민간에서 공공으로의 끊임없는 순환이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관리국가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자신들의 작업을 억지로 수행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축적 활동에서 매일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법관, 변호사, 서기들이 ‘사법지도’(여러 곳의 법정 폐쇄와 인접 법정 개설을 보여주는 사법개혁 지도)에 반발해 결집했다. 거의 4만6천 명에 이르는 고용국 직원들이 2009년 10월 파업을 단행했다. 고교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직업 개혁을 거부했다. 병원 의사들은 공공 병원을 지켜내기 위해 지난봄 시위를 벌였다. 교수들은 시위 행동 날짜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직업적 걱정에서, 경제적·문화적 유산에서, 사회적 출신과 행동방식에서 의대 교수들은 우체부, 고용센터 직원, 서기 혹은 경찰관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어떻게 일군의 사람들이 또 다른 일군의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걱정해줄 것인가?
 
이제 누구도 어느 누구를 지지할 수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총체적인 압박감을 낳는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변화가 힘을 얻는 것은 바로 변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대립들(사용자와 공무원 사이의 대립, 다양한 계층의 공무원과 다양한 서비스 공무원 사이의 대립)과 변화의 은폐를 통해 가능하다. 변화의 메커니즘을 총체적으로 재현해보는 것이 바로 그 메커니즘을 저지하는 방법이고, 한 문명 모델의 수호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법인 것이다.
 
글·로랑 보넬리 Laurent Bonelli | <프랑스는 무서워한다. ‘불안’의 사회 역사>(라 데쿠베르트·2008)의 저자
윌리 펠르티에 Willy Pelletier | 사회학자, 코페르니쿠스재단 총괄 코디네이터
번역·김계영 |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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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 기사는 2009년 6월 국회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코페르니쿠스재단이 개최한 ‘해체된 국가’라는 심포지엄의 주요 골자를 정리해 이번호에 다시 게재한 것이다. 이 심포지엄의 발표문과 토론 내용은 2010년 ‘라 데쿠베르트’ 출판사가 간행할 예정이다.
(2) 수업 시수 감축, 반 정원 증원, 결근 교원 대체 없음, 3살 미만의 유아 유치원 등록을 장려하지 않는 방안 등이 함께 행해지고 있다.
(3) <르 피가로>, 2009년 8월 17일.
(4) 1991년 우체국 직원은 30만 명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공무원 신분이었다.
(5) 뱅상 뒤부아, <창구 인생. 행정적 관계와 재난 처리>, 에코노미카, 파리, 2003년 참조.
(6) 개혁의 지렛대로서 자발적인 국고 고갈 정책에 대해서는 세바스티에 게, ‘빈 금고 정책. 국가, 공공재정, 그리고 세계화’, 사회과학연구 보고서, 146~147호, 파리, 2003년 3월을 참조할 것.
(7) 2008년 2월 13일의 제 2008-126호 ‘고용 공공서비스 조직 개혁법’. 위원회에는 지방자치단체 대표자도 포함된다.
(8) 필리프 브제, <국가의 재발견. 프랑스 행정개혁(1962~2008)>, PUF, 파리, 2009, p.451~455.
(9) PAP의 전체 내용은 www.performance-publique.gouv.fr/farandole/2010/pap.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 장위그 마텔리와 크리스텡 무아나의 저서 <경찰, 수치와 의문점들>(미샤롱·파리·2007)에서 이런 실례에 대한 기나긴 리스트를 볼 수 있다.
(11) 피에르 부르디외, <국가 귀족, 그랑제콜과 집단정신>, 미쉬, 파리, 1989, p.544.
(12) <뤼마니테>, 파리, 2009년 10월 21일자.
(13) <르몽드>, 파리, 2009년 10월 22일자.
(14) <뤼마니테>, 2009년 10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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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3:06 2009/12/28 03:06

2 Comments (+add yours?)

  1. 대꽃 2009/12/28 18:56

    저작권이야 걸리겠지요. 신고는 안 합니다.
    몇 시간 전에 읽은 기사구만요.

     Reply  Address

  2. 새벽길 2010/01/02 22:52

    이 정도는 한겨레에서 봐주겠지요? 그나저나 잘 지내십니까? 한번 얼굴이라도 뵙고 싶은디...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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