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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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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등, 하교 길에 걸어다닌다. 이전에 학교에서부터 좀더 가까운 곳에 살았을 때에는 버스정류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인지 버스를 많이 타고 다녔다. 그런데 좀더 멀리 집을 옮겼는데 오히려 걸어다니는 일이 더 잦아졌다.

 

아마도 택시를 타기에는 잡기가 어렵고, 버스를 타려고 해도 학교가 있는 반대편쪽으로 상당히 걸어야 하는데다가 교통체증도 있기에 그 정도면 걷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실제로 집에서 학교 연구실까지 버스로 가면 15분이 조금 넘게 걸리고, 걸어서 가면 20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이렇게 걸어다니니까 나름대로 건강에도 신경쓰는 것 같아 좋긴 하지만, 집에 도착하거나 연구실에 도달하면 온 몸이 땀에 차는 문제가 있다. 집에 갈 때는 밤이라서 땀도 덜 차고, 뭐하면 샤워도 할 수 있는데, 연구실에 올 때는 조금 난감하다. 아침부터 땀냄새를 풍기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라서 말이다. 게다가 8시도 되지 않아 따가운 햇볕에 내리쬐는 것도 별로다. 좀더 일찍 학교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는 걸까.

 

하긴 어제는 6시, 오늘은 5시에 일어났다. 왜 이리 눈이 일찍 떠지는 것인지... 어제는 모 선배와 술을 마시고 나서 거의 2시가 다되어서 잠에 들었는데... 오늘은 낮에 졸지 않아야겠군. 잠이 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2.

어제는 설ㅇㅇ 교수의 '설문지 기획과 논문 작성 방법'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 BK21 사업단 소속도 아니고, 이미 논문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특강을 듣는 게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내가 사실 양적 방법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설문지 작성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알 필요도 있었고...

 

설 교수는 학부 선배이기도 하다. 대학원의 정 ㅇㅇ 교수와 동기라서 초청을 한 것인데, 이전에 안면이 있었기에 인사를 드렸다. 아직까지 졸업도 하지 않고 뭐하느냐는 표정... ㅡ.ㅡ;;

 

설 교수의 말처럼,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는 상이한 접근방법으로서 배타적인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법으로서 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가 되려면 질적 연구에 뛰어나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고... 물론 내가 이런 방법론으로 대가가 될 생각은 없다만, 이왕 공부한 것이니 잘하고 싶기는 하다. 

 

이 강의가 지연되는 바람에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다. 7시가 넘으면 식사를 딱히 할만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배달을 시키는 것도 아닌 듯하고...

 

3.

도서관에 반납기일이 어제까지인 책을 반납하기 전에 정리를 한다고 책상에 앉아 깝죽대던 차에 모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대선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다.

 

밤 10시 반에 만나서 거의 3시간 동안 현 정국과 대선의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물론 대부분 범여권의 향배에 관한 것인데, 내가 외부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잘 볼 줄 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최소한 여권에 관한 한 상당부분 들어맞은 게 많았다. 이를테면 정운찬 총장을 밀 생각이라고 했을 때 아무래도 그건 아닐 것 같다고 했는데, 판을 접은 것이 그 예다.

 

친노 쪽은 이해찬 총리 쪽으로 거의 정리되었다고 한다. 한명숙이나 김혁규의 경우는 바람잡이일 뿐이고, 친노의 브레인들이 그 쪽으로 집결해있기 때문에 아마 그 카드로 대선까지 갈 모양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그 쪽에 배팅해도 되는지 여부였다. 물론 친노가 범여권 내에서 거부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해찬 자체로는 +알파가 없고 기껏 15-20% 정도의 지분밖에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 쪽은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구 엔엘 인맥들을 비롯한 분위기가 맞는 이들이 그 쪽에 결합해 있기 때문에 이해찬 쪽으로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그리고 비노는 손학규 쪽으로 정리되는 듯한데, 선배는 손에 대해 그리 내켜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도 과연 손학규가 선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야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바람막이가 되어주길 원하겠지만, 계속해서 양지만 찾아다니던 그에게서 뭘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쪽에 선다면 정치꾼밖에 없는 현실에 비추어 정책통은 될 수 있겠다.

 

선배는 정동영에 대해 은근한 기대를 갖는 듯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보았다. 이미 그의 계보원들은 갈갈이 찢겼고, 다시 치고 나올 수 있는 반전의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기댈 곳은 호남의 지지인데, 이 또한 DJ가 지지해주지 않는 한 자신의 것으로 하기는 힘들다. 비노 쪽에서 손학규와 경쟁해서 이긴다면 혹시 모르겠다. 하지만 그 승부는 현재까지는 열세이다.

 

나는 천정배에 호감이 간다. 인간성도 좋고, 나름의 정치적 감각이 있다. 물론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지는 의문이고, 공부 잘하고 머리 좋다는 이미지밖에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가 주도하는 모임에 사람이 없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시민운동세력이 천정배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고, 대선정국에서 한미FTA가 쟁점이 된다면 그에게 배팅을 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추천을 한다면 그에게 하고 싶은데...

 

선배에게는 그래서 한달 정도는 지켜보면서 공부나 하시고 그 뒤에 뭘해도 하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아마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박근혜가 이명박을 뒤집을 듯하고, 그래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명박의 선택은 뛰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당연히 경선패배자의 대선출마를 금한 선거법 규정의 위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뉴라이트나 조중동 등에서 마구 씹겠지만, 그건 우파들의 속성으로 봤을 때 고려할 변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권에 눈이 멀면 뭐가 보이겠는가. 나는 이명박도 무조건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거의 5자 필승론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도 한미FTA만 잘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미FTA 저지투쟁을 어떻게 잘 벌여내는가에 달려 있다. 물론 전제로서 괜찮은 대선후보가 선출되어야 하겠고... 지금은 권, 노, 심 모두 성에 차지 않는데... 게다가 자민통과 어떻게 갈라서서, 좌파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이끌어내는가의 문제도 있고...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리를 떠벌떠벌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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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9 10:40 2007/06/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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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삐딱선 2007/06/19 23:39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도 한미FTA만 잘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미FTA 저지투쟁을 어떻게 잘 벌여내는가에 달려 있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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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7/06/20 00:57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네요.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운동을 완전히 말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아직은 진보운동이 권력을 장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봅니다.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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