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민주노총 임원선거
내 생각과 이것저것 인터넷언론 기사들이 짬뽕된 것이다. 작년에 임원선출을 하는 민주노총 대대를 지켜보면서 써놓았던 것을 정리하려다 못한 것인데, 이번 제39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보다가 생각나서 그냥 올린다.
이번 대대도 제 때 정리 못할 듯하다. 나중에 시간나면 기억나는 대로 간단하게...
어제 술을 혼자 조금 쳐먹으려 하다가 말았다. 역시 혼자서는 술을 먹기 어렵다.
도대체 바뀐 게 무엇일까.
1. 폭력이란 무엇인가
별도안건으로 제출된 것 중 '폭력행위 금지와 정상적 회의 진행을 위한 특별 결의안'이라는 마지막 안건의 찬반토론 과정에서 이찬배 대의원(여성연맹 위원장)이 말한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이찬배 대의원은 "다수파의 폭력에 의해 발언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폭력이 무엇이냐, 발언 기회를 얻은 대의원의 발언을 막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 폭력이 아니냐"고 반대발언을 하였다. 사실 굳이 물리적 폭력을 쓰고 욕설을 해야 문제인가. 오히려 소수의 목소리를 저지하고, 쪽수로 밀어붙이려는 발상, 굳이 '특별 결의안'을 통과시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것이 바로 폭력이 아닌가.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신승철 사무처장이 제출한 이 안건은 민주노총 국민파가 제출한 안건이라서 그런지 다 부결되어 안건상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조건하에서도 597명 중 310명의 찬성으로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2. 미숙한 회의와 토론 문화 …"이것은 다수파의 횡포다"
이것은 프레시안의 기사의 일부분을 그대로 담아온다.
"의장, 발언 그만하라고 하세요", "표결합시다, 표결!"
대의원대회가 진행되던 중에 이같은 발언들이 심심찮게 터져나왔다. 일부 대의원들이 발언권 부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장(남궁연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발언신청도 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은 채로 발언자를 겨냥해 비난 섞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는 또한 '표결'로 갈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이 관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실제로 비난 발언을 한 대의원들과 반대 입장에 선 대의원들이 발의한 안건들은 대부분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민주노총 규약과 규정에 따르면, 안건은 대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으면 회의장에서 제출이 가능하지만, 대의원 절반 이상이 안건 채택에 반대할 경우에는 상정되지 않는다.
안건을 발의한 한 대의원은 "도대체 회의를 누가 진행하는 거냐"라며 "이건 다수파의 횡포나 마찬가지"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비난성 발언은 대체로 민주노총 내부 의견그룹 중 다수파 진영에서 주로 나왔고, 상정이 좌절된 안건을 제출한 대의원들은 대부분 소수파에 속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다수파에 속한 대의원들의 발언에는 집단적인 박수가 터져나오고, 소수파 소속 대의원의 발언이 있을 때는 이를 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3. 선거만 치루고 회의를 끝내자?
임원 선출이 끝나고 새벽 1시 45분은 회의가 속개되어, 회순에 따라 3안인 '2005년 사업보고 및 평가'에 대한 발제가 시작되었으나, 성원확인이 제안되어, 성원 확인 결과 재석인원 386명 재석으로 재적인원의 과반수인 477명을 넘지 못해 이후 대의원대회 안건처리는 또 다시 무산되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별도의 식사시간을 주면 대회 진행이 마냥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대의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선거 유세를 듣도록 했는데, 대회 마감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설명이 타당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선거만 하고 끝내자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기사에서와 같이 한 대의원이 "어떻게 해서든지 선거만 치러보자는 심산"이라며 노골적으로 회의 진행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에서 보이 듯, 이번 대의원대회는 '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냉철한 검증의 장이 아닌 후보자 선출을 위한 요식절차로 전락'하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실 이 또한 예견된 것이었다.
회순의 논의과정에서 기타안건으로 상정된 안들을 본 임시대대에서 논의해야할것인가를 심의할때 예민한 사안들은 부결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회순 변경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미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하였으면서도 비대위원으로서의 자격을 굿굿하게 행사했던 곽태원 대의원은 제출된 회순에서 4호 의안으로 되어 있었던 '민주노총 4기 임원 보궐선거'를 두 번째 안으로 옮기자고 제안하였다. "조직 혁신이든지, 사업계획이든지 선장을 미리 뽑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만약 선거가 먼저 진행된다면 선거 이후 정족수가 미달되어 사업계획 등을 논의하기 어려울 것이다"는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다수파는 그대로 수정안을 밀어부쳤고, 598명 중 394명의 찬성으로 △투쟁 결의 △임원보궐선거 △2005년 사업평가 △조직혁신안 △사업계획 및 예산 △결의문 채택 △기타 안건 순서의 수정안이 가결되었으며, 사업보고와 평가, 조직혁신안 등은 결국 논의되지도 않았다. 사업계획 및 예산은 모르겠지만, 나머지를 왜 새 집행부가 해야 힘있게 진행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4. 들쑥날쑥한 재석 대의원 숫자
별도안건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재석 대의원의 수는 590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KT 노조 제명 결의안'을 처리할 때에는 624명이 되었다가 그 이후 안건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줄어들었다.
지난 10일 대의원대회에서 출입을 봉쇄당한 KT 노조 소속 대의원들은 오늘 별다른 마찰없이 회의에 참석했다. KT 노조가 소속된 IT 연맹 대의원은 49명 중 40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다음 발의안인 'KT노조 제명 건'은 이찬배 대의원(여성연맹)이 대표 발의했다. 전차 대의원대회에서 'KT노조 징계 건'을 올렸던 이찬배 대의원은, 이 발의안을 '제명'건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지난 중앙위원회 장소에서의 KT노조의 행동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찬배 대의원은 "대의원대회장에 노사협력팀 직원과 함께 오고, 중앙위원회 장소에 나타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오히려 진상을 조사하라는 KT노조의 행태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KT노조의 지재식 대의원이 나서서 '적반하장'이라며 "지난 대의원대회장에 출입도 못했는데, 누가 누구를 징계하라는 것이냐"면서 "징계받아야 할 대상들이 징계를 발의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안건 발의에 반대한 보건의료노조 소속 대의원은 "IT연맹은 부정선거를 한 적이 없고 증거도 없다"면서, 발의안 채택에 찬성한 박종범 대의원(대전본부)을 지목해 "대전본부 선거에서 낙선하고 나서 KT의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이 계속될 것을 요구한 대의원은 "안건이 상정 안되면 이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 발의안은 240명이 찬성해 과반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되었다. 이에 참관석에 있던 KT조합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으며, 바로 전원 퇴장했다.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직선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대의원 직선만큼은 반드시... 그래야 생어용 KT조합원들 같은 넘들이 줄어든다.
5. 비정규직 후보들도 떨어지다
셋팅은 폭넓게 이루어졌다. 좌파도 마찬가지로 일반명부 7명중 2명만 찍었다.
자판기 선거표들은 너무 충실한 나머지 여성할당 2, 3, 4번, 일반부위원장 1,2,3번에도 그대로 투표했다.
그러다보니 번호가 입력되지 않은 여성할당 1번, 일반부위원장 4.5번에는 투표하지 않았다
그들이 비정규투쟁을 해온 후보인지 아닌지는 잘 몰랐던 거다
그렇게 해서 비정규직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권수정, 이남신 후보가 떨어졌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르면, 부위원장은 모두 7명(일반 부위원장 4명, 여성 할당 부위원장 3명)까지 선출할 수 있다. 대의원 각각에게 7표가 주어진다. 투표 결과 과반수(재석인원 기준)를 득표한 후보자만 부위원장으로 당선 된다.
조준호-김태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정회시간에, 전국비정규연대회의 구권서 의장과 유재운 부의장이 대회장 앞쪽 마이크를 잡았다. 전비연 추천 후보인 이남신 후보의 낙선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정회가 선언된 이후 구권서 전비연 의장은 마이크를 잡고 "지난번 부위원장 선거 때도 그러더니 동지들 정말 너무하다. 이렇게 재검표 까지 해야 하냐"며 "4명이나 뽑는 부위원장 선거에서 기어코 전비연 후보를 탈락시켜야 겠냐. 전비연은 앞으로도 비정규직 투쟁 열심히 하겠지만 오늘 투표 결과를 놓고 나중에 아쉬워 하지 마라"고 선거 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류재운 전비연 부의장은 "구권서 의장은 국회 앞에서 천막 치고 단식 농성 중이다"며 "이런 식으로 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주봉희 대의원은 "대의원 동지 여러분, 전비연 후보 탈락시켜줘서 고맙습니다"라며 "이제 전비연은 홀가분하게 비정규직 투쟁 더 열심히 하겠다"고 비꼬았다.
구권서 의장은 "어차피 한자리 남는 상황인데, 기어이 탈락시켜야 했냐"면서 "오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운 부의장도 "민주노총에 너무 실망했고, 서운하다"면서 '이가 갈린다'는 말까지 했다.
몰랐나. 그런 사람들인지...
구 의장은 이 후보의 낙선을 '정규직 대의원들이 전비연을 외면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구권서 의장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대의원 여러분, 너무 실망스럽습니다"며 "아무리 정파선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외면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구 의장은 대회장 밖에서 더욱 격하게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권서 전비연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안건할 때는 없던 대의원 50~60명이 갑자기 선거할 때 튀어나왔다. 우리가 모를 것 같냐. 어디서 딴 짓 하다가, 선거때만 들어온 것 아니냐. 1번 후보(이정훈-이해관 후보) 말이 맞다. 이게 민주노총이냐. 사실 지금한다는 비정규직법은 현재의 비정규직에게는 상관없다. 기간제, 파견제 문제는 이미 우리 현실이다. 더 나빠질 게 없다. 그래도 전비연은 비정규직 싸움을 해야 한다고, 전선을 세워야 한다면서 천막치고, 밥 "-고 있는 것 아니냐."
옆에 있던 유재운 부의장이 한마디 던졌다. "(구권서 의장에게) 형, 단식 풀고, 천막 접어. 이런식이면 왜 투쟁해야 해."
구권서 의장의 말.
"이런 식이라면 말이 안된다. 이남신이 출세하라고 후보 내세운 것 아니다. 안하려고 하는 걸, 몸도 아픈 사람을 억지로 세운 것이다. 민주노총은 반성해야 한다. 정파로 사람 이분하는 것이 통탄스럽다. 민주노총 바꿔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해보니 알겠다. 해도 너무하다."
유재운 부의장
"아마 위원장 선거라면, 이해관계가 있으니 이해라도 하겠다. 부위원장은 뭐가 문제라서 떨어뜨리냐.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확 불이라도 싸지르고 싶다."
6. 김태일, 조준호 당선
현재 부위원장 투표 개표가 마무리되고 위원장-사무총장 투표 개표가 진행 중이다.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이는 기호 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 진영에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태일 후보는 뭐가 그리 좋을까. 하긴 좋을만도 하지. 얼마나 잘하나 보자.
당선된 국민파가 유세과정에서 내뱉은 주옥같은 말들.
"통일조국, 민중진영총연합체".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의 적자로써, 이 땅의 통일과 자주권 수호해야 한다. 자주권 없이 평등세상은 없다. 노동자 앞장서서 통일 실천할 때 평등세상을 우리 세상이 된다. 단결하자. 투쟁하자. 그래서, 찬란한 통일조국 노동해방 세상을 만들겠다."
기호4번 최은민 후보, "우리가 통일의 주역이 되지 못한다면, 노동자 민중을 위한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의 위협은 민중 생존권 지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엄혹한 정세다."
나는 이래서 통일조국이 싫다.
7. 허영구 후보
비정규직 후보가 낙선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최다득표했다.
일반명부 4명을 선출하는 중에서도 3명만 뽑고 전비연에서 뽑은 후보는 낙선하였다.
아마 그는 수석부위원장이 될 것이다.
세팅 소문이 사실일까.
그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까.
그는 영원한 민주노총 부위원장인가보다. 이 말은 칭찬 아니다.
8. 민중의 소리 기사의 댓글들은 다른 곳과 참 다르다. 역시라는 생각이 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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