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의 미 상원 최초 진출?
가디언의 기사가 연합뉴스에 보도된 다음 갑작스레 버니 샌더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언론이 주목하지 않아 새삼스럽게 느껴질 뿐 그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2004년 1월에 MBC에서 방영했던 신년 특별기획 10부작「세계의 국회의원」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세계의 국회의원」은 세계의 모범적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국회의원상과 그들을 통해서 이뤄야 할 정치문화를 돌아봄으로써 우리 정치문화의 개선방향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에 미국의 국회의원을 다루면서 '버몬트주는 왜 버니 샌더스를 선택했나'라는 제목으로 10번째로 소개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물론 나조차 '미국의 국회의원인데' 하면서 그냥 넘어갔다. 거기 프로그램의 소개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현재 미국 하원의 유일한 무소속 의원인 버니 샌더스 의원은 91년 버몬트 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오래 살아남은 무소속 하원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노동자 계급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한 그는 지금도 노동자를 위한 정책 마련과 입법 활동을 위해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정치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스콧 니어링이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기 위해 찾았던 지역인 버몬트 주는 맥도널드 입점 반대운동 등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버몬트 주가 무소속 의원인 버니 샌더스에게 지금까지도 변치 않는 지지를 보내는 것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실천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샌더스 의원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시장으로서의 활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진보정치연구소의 장석준 동지가 민주노동당 영등포위원회 소식지 9월호에 기고한 아래 글을 참고하라.
올해 3월에는 샌더스 의원이 시장을 지냈던 벌링톤 시에서 20년만에 다시 좌파시장이 당선되었다. 샌더스 의원이 속한 버몬트진보당 소속의 밥 키스 후보가 선호투표제를 통해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버몬트진보당은 현재 주 하원의원 6명과 시의원 4명을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버몬트 주는 상원의원으로 무소속인 제임스 제포즈 의원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가 은퇴하면서 공석이 되었고, 그 자리를 두고 샌더스 의원이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민주당이 아닌 명실상부한 제3의 후보는 아니다. 이번 버몬트 상원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의 후보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공화당의 백만장자 기업인 후보와의 대결에서만 승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회주의자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원에 진출하게 된 사실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반드시 상원의원이 되어서 미국에서 좌파적인 의정활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기대한다.
지금 미국 하원에는 단 한 명의 무소속 의원이 있다. '버니'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버나드 샌더스 의원이 그 사람이다(그는 2004년 MBC-TV의 다큐멘터리 '세계의 국회의원'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원래 '버몬트 진보당'이라는 진보정당 소속이지만 이 당은 미국 북동부의 작은 주 버몬트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연방 하원에서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무소속으로 대접받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하원의 유일한 무소속 의원이 아니라 유일한 진보 의원인 것이다.
진보정치의 불모지인 미국에서 어떻게 지역의 작은 진보정치세력이 연방하원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을까? 그 이면에는 지방정치에서의 오랜 투쟁의 역사가 있다. 버니 샌더스는 1981년부터 1986년까지 6년간 버몬트 주 벌링톤 시의 시장으로 있었다. 버몬트 진보당이 만들어지고 그가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모두 이 때의 성과 덕분이었다.
- 벌링톤 인민공화국!
벌링톤 시는 샴플레인 호수라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아담한 도시다. 그런데 1981년 이 도시의 시장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던 이 곳에서 무소속 시장 후보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었고,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고 다니는 말썽꾸러기인 데다가, 벌링톤 시에는 별다른 연고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우선 노동조합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의 전임 시장은 공무원 노조·소방관 노조·경찰관 노조를 무시하고 억눌렀다. 이에 반발한 공공부문 노조들이 샌더스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승리의 요인은 부동산 개발 문제였다. 80년대 들어 미국 전역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벌링톤 시에도 공장이 하나 둘 문을 닫고 반면에 투기 자본이 부동산 쪽으로 몰렸다. 특히 샴플레인 호반에 콘도미니엄 건설 열풍이 불었다. 벌링톤 시의 서민들은 아름다운 고향 산천이 부자들의 돈놀이 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샌더스 후보는 이러한 열망을 앞장서서 대변했다.
샌더스의 당선은 너무도 극적인 것이었다. 민주당 후보와의 차이는 불과 12표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당선되자 버몬트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언론들이 들끓었다. 그 중에는 '벌링톤 인민공화국'이 들어섰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더욱이 이 때는 레이건 공화당 정부의 등장과 함께 보수화의 거센 파도가 미국 사회를 삼키던 무렵이었다.
- 레이건의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꿈꾸다
샌더스의 첫 임기(미국 자치단체장의 임기는 대개 2년이다)는 보수적인 시의회와의 투쟁으로 점철됐다. 시의회 내에서 시장의 지지자는 단 2명뿐이었다. 시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은 거의 시도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사업에만 겨우 손을 대는 형편이었다.
결국은 대중의 힘으로 보수세력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었다. 샌더스 시장과 그 지지 세력은 우선 독자정치조직(버몬트 진보당의 전신)을 따로 만들었고, 지지 대중을 모아 '페어플레이를 위한 시민위원회'라는 시민조직도 만들었다. 샌더스 시장은 지지자들과 함께 시 곳곳을 누비며 보수세력을 비판하고 진보적 정책을 홍보하는 리플렛을 돌리기도 했다.
1983년의 시장 선거에서 샌더스 시장은 52%의 득표를 기록하며 재선됐다. 또한 시의회에서도 진보세력이 13석 중 6석을 차지해, 비록 과반수는 아니지만, 조례 제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한껏 탄력을 받은 진보 시정부는 주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진보적 개혁 정책들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야심찬 것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샌더스 시장은 시청 안에 '지역사회개발청'(CEDO)이라는 부서를 새로 만든 뒤 샴플레인 호반에 대한 공영 개발을 추진했다. 공영 개발의 원칙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새로 건설된 주택은 부유층·중간층·서민층에게 각각 1/3씩 분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샴플레인 호반에는 부유층만을 위한 위락시설 대신 호반 시민 공원과 주거 단지가 들어섰다. 이외에도 '토지신탁기금'을 설립해서 1가구 다주택 소유자들로부터 집을 사들여 노동자 가정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기도 했다.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각종 문화정책도 실시됐다. 그 중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니카라과 혁명 정부와 자매 결연을 맺는 사업도 있었다. 레이건 연방정부는 니카라과 혁명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력 개입을 일삼는 와중에 벌링톤 시는 니카라과의 민중에게 연대를 표시한 것이다.
- 지역의 성과로 이제는 상원으로
샌더스 시장의 임기는 1986년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버니 샌더스 자신이 하원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당은 버몬트 주의 유력한 정치세력이 됐고 지금도 벌링톤 시의 여당이다.
더 나아가 버니 샌더스 의원은 내년 선거에서 버몬트 주 상원의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만약 이 도전이 성공한다면 이제 미국 상원에도 '사회주의자' 의원이 생기게 된다. 한 작은 지역에서 시작된 진보정치의 물줄기가 부시와 네오콘과 기독교근본주의의 미국에 희망의 수맥을 뚫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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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 사회주의자 상원의원 탄생 박두 (연합뉴스 2006-11-02 오후 5:50:11)
버몬트주 샌더스 하원의원…"이변 없는 한 당선"
미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오는 7일 중간선거에서 사회주의자 상원의원이 탄생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화제의 인물은 버몬트 주의 유일한 연방 하원의원이자 8차례 하원의원에 당선된 버니 샌더스(65.무소속) 의원. 그는 이번 버몬트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지금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샌더스 후보는 민주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년 전에는 사회주의라고 하면 사람들이 소련 또는 알바니아를 생각했으나 이제는 스칸디나비아를 생각한다"며 "버몬트 주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민주사회주의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자유주의자"라는 말이 모욕으로 여겨지는 미국내 풍토에서 민주사회주의가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적은 없다며 1930년에 에밀 사이들이 6%의 지지를 얻은 게 최상의 성적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 후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버몬트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개리슨 넬슨은 뉴욕에서 온 무일푼의 웅변가였던 샌더스 후보가 냉전기인 1981년에 벌링턴 시장에 당선됐을 때 (사회주의자와 관련해) 경고음이 울렸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는 정파, 매력, 돈 등 통상적으로 정치적 성공과 연계된 요소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버몬트주의 불만계층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터득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샌더스 후보는 당시 벌링턴 시장으로서 시 정부가 활기를 되찾도록 하고 샹플레인 호수와 인접해 있는 벌링턴 선창가를 침체에서 탈출, 재건의 길로 이끌었다. 현지 언론인인 피터 프레인은 "그는 벌링턴시에 귀를 열어놓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샌더스 후보도 "시장으로서 정부가 기업이 아닌 근로자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그게 바로 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바탕"이라면서 (자신의) 거듭된 당선은 미국 내에서 불평등, 빈곤심화, 의료보험 접근 축소 등으로 인해 불만족 층이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샌더스 후보는 "북부 유럽의 민주사회주의 모델로부터 배울 게 많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라크 만이 중요 이슈는 아니며 중산층의 축소, 빈부 격차의 확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미국내 유년층 빈곤 비율 등이 바로 미국의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후보는 지난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한국 원정대의 워싱턴 시위에 참석해 FTA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대(對) 테러 조사를 위해 도서관이나 서점 이용객의 독서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비밀 연방 정보법원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美 사회주의자 첫 상원 진출? (경향신문, 유신모 기자, 2006년 11월 02일 18:31:22)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후보(65)는 미국 정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이변이 없는 한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30년이 넘는 정치이력을 쌓는 동안 샌더스 후보는 1971년 ‘베트남전쟁 반대 자유연합당’이라는 정당에 잠깐 몸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무소속으로 활동해왔다. 그렇다고 그가 영향력 없는 무명의 정치인은 결코 아니다. 그는 냉전 전성기이던 81년 버몬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벌링턴 시장에 당선돼 당시 크게 화제를 불렀다. 벌링턴 시장을 연임한 그는 94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지금까지 16년간 그 자리를 지킨 미국 유일의 8선 현역 의원이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이주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도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역설하고 있으며 미국 사회에서 계층간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64년 시카고대학을 졸업한 뒤 버몬트로 이주해 한때 목수, 언론인 등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안에 따라 민주·공화당과 연대하는 정치적 융통성을 보여왔다.
행정부의 애국법 제정에 대해 민주당과 공조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6월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열렸을 때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FTA의 폐해와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美 첫 ‘사회주의자 상원’ 나오나 (서울신문, 이세영 기자, 2006-11-06 15면)
좌파정당의 불모지 미국에서 60대 사회주의자의 ‘1인 혁명’이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번째 ‘사회주의자 상원의원’을 노리는 버니 샌더스(65) 버몬트주 하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중간선거를 나흘 앞둔 현재 라이벌인 공화당의 백만장자 기업인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만 없다면 샌더스와 상원의 ‘운명적 조우’는 무난할 것”이라면서 “그의 성공은 미국정치에 대한 전통적 학설들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년이 넘는 미국의 정당정치사에서 사회주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견고한 제도권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상원의 보수성은 특히 심각해 역대 선거에서 사회주의 후보 가운데 가장 선전한 경우가 1930년 6%를 득표한 에밀 세이덜일 정도다.
특이한 점은 샌더스의 `정치기술´에 대한 평가가 지지자들이든 반대자들이든 한결같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나 자신이 사회주의자란 사실을 자랑할 만큼 ‘뻔뻔’스러우며, 고집불통에 툭하면 장광설을 늘어놓는 등 사교감각이 ‘제로’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버몬트대 정치학과의 개리슨 넬슨 교수는 “‘자유주의자’라는 말조차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사회에서 돈도 없고 소속 정당도 없는 데다 특별한 신체적 매력도 없는 그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학문적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미 버몬트주, 20여년만에 좌파시장 (레디앙, 윤재설 기자, 2006년 03월 10일 (금) 10:56:02)
밥 키스 진보당 후보 공화․민주 후보 제치고 벌링턴 시장 당선
‘진보정치의 무풍지대’ 미국의 한 도시에서 좌파시장이 탄생했다. 버몬트주 벌링톤시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실시된 시장선거에서 버몬트진보당의 밥 키스 후보가 시의원 출신의 공화당 후보, 주 상원의원 출신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인구 20만의 벌링턴시는 연방 하원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지난 1981년부터 6년 동안 시장으로 일했던 곳이다.
벌링턴시에서 처음으로 선호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키스 후보는 1차에서 39% 득표율을 보이며 민주당의 힌다 밀러 후보(31%)와 공화당의 케빈 컬리 후보(26%)를 제쳤다. 3위 이하 후보자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2차 선호투표 결과를 1, 2위 후보들의 표로 합산한 결과 키스 후보가 54%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벌링턴시의 이번 선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미국에서 선호투표제가 시장선거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선호투표제는 미국 내에서 정치개혁의 방안 중 하나로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선거제도이다. 특히 버몬트 주지사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던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선호투표제 도입을 강력히 주창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공직선거에서 사용되고 있고 미시간주와 워싱턴주의 몇몇 소도시에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미국정치의 공화-민주 양당구도가 한층 더 공고해지면서 제3당 운동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진보정당이 승리를 거뒀다는 데 있다. 버몬트진보당은 버몬트주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내 제3당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1981년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가 시장에 당선된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결성한 진보연합(Progressive Coalition)에 기원을 두고 있는 버몬트진보당은 현재 주 하원의원 6명과 시의원 4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버몬트진보당의 강령에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정의와 지속가능성의 증진”을 당의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인간의 노동은 부를 창출하는 열쇠”이고 “우리는 막대한 부가 소유나 신분에서 나온다는 거짓된 정의에 도전한다”거나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를 철폐하고 군비지출은 인류의 필요에 따라 재고돼야 한다”는 등의 급진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오는 4월에 시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57세의 밥 키스 당선자는 대학 졸업 후 평화봉사단에서 활동을 했고 베트남전 당시 징집영장을 받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후 벌링턴시에서 빈민운동을 하다 지난 2000년 버몬트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시장으로 재임한 샌더스 의원은 보수언론과 우파세력들의 공세 속에서 공공지출 확대,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키스 당선자 역시 이번 선거에서 해안가 호화주택 건설 반대, 좋은 일자리, 충분한 의료보장, 생활임금 등을 약속했다. 2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버몬트진보당의 지방자치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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