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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비핵화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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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님의 [Nuclear Launch Detected...] 에 관련된 글.

나중에 상세한 글을 쓰기로 하고요, 생각나는 몇 가지만 말할께요.

 

현재로서는 남북이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관계라고 한다면 이북이라는 용어가 적절하겠지요.

 

제가 올해 4월에 금강산 관광을 갔을 때 가이드를 맡은 현대아산 직원들은 남북에 대해 얘기할 경우 중립적인 용어로 남측, 북측을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거기 금강산관광호텔에 있던 북측 안내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북한이라는 말을 사용했더니 남북은 한 국가인 만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이북이라는 용어를 쓰라고 교정해주더군요. 그리고 가슴에 다는 뱃지 또한 휘장이라고 수정해주고요. ㅋㅋㅋ 말씨가 비슷한 북측 안내원과 재중동포를 구별하는 기준은 바로 가슴에 휘장을 달고 있는지 여부였어요.

 

그런데 용어는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몇 년 전에 언론노조에서 이북을 '조선'이라고 하자고 제안하면서 몇달 그렇게 사용했는데, 그 뒤에 흐지부지 되더군요.   



그건 그렇고, 남북이 특수관계라고 한다면 이북이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남측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은 6.15 공동선언에 기반한 연대를 깸과 동시에 특수관계를 스스로 부정하고 남북을 일반적인 국가간 관계로 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지요. 북측이 대미간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었을 뿐, 남측과의 동맹, 연대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핵실험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상황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이번 사태에서 그 원인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있으며, 소위 진보진영으로 포괄되는 조직들에서 나온 성명서 등을 보면 대부분 이를 언급하고 있고, 미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투쟁의 초점 또한 미제국주의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북의 핵실험이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쿠바를 봅시다. 미국의 바로 아래에서 이북보다 더한 위협 아래 몇 십년을 버텨왔습니다. 당연히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또한 이북에 비할 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는 체제비판자들이 미국으로 가는 것을 허용하였고, 그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의약품 부족을 예방의료 발전으로 대체하여 베네주엘라에 의사를 수출할 수준의 의료선진국이 되었고, 식량부족을 유기농 개발로 보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북의 경우 오히려 미국의 위협을 빌미로 인민들을 수탈하였고, 90년대 중반에는 몇 백만을 헤아린다는 아사자까지 나왔습니다. 게다가 핵실험이라니...

이북은 핵실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는 후퇴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반전반핵의 주된 대상은 미국이긴 하지만, 이북의 경우 핵실험에 따른 후과를 책임져야 합니다. 생태적으로만 보아도 생물서식지에서 핵실험한 사례는 유례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막이나 남태평양의 오지에서 진행되었지요.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핵실험 장소가 죽음의 지대가 된 것, 방사능 오염의 확산 등에 있어서 책임을 모면할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대안이 되느냐? 지금 상태로 계속 가는 것도 대안일까요? 아마 그리 되면 북이 붕괴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주변국에서는 북의 핵실험 성공보다 김정일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를 더 우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북의 핵무장이 용인된다면 일본의, 아니 남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비판할 수 있을까요? 북의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남의 핵무장을 불러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쪽도 핵실험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과반수를 넘고 있습니다.

  

언젠가 말했지만, 조건을 단 비핵화는 비핵화가 아닙니다.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비핵화만이 진정한 비핵화입니다. 그리고 이에 기반할 때 우리는 힘있게 반전반핵투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현 시기에 남한의 진보진영이 어정쩡하게 대응할 경우 민주노동당은 물론 진보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고, 한반도는 우경화를 향해 급하게 달려갈 것입니다. 한미 FTA 반대 서명을 받는데 북의 핵실험 얘기가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11월의 한미 FTA 반대투쟁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화 조치 및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 저지투쟁을 힘있게 벌이기 위해서라도 북의 핵실험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북핵에 대한 입장이 똑바로 서 있을 때 반미반전투쟁에도 매진할 수 있습니다.

  

북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 국가들이 북을 제재할 정당성이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쟁점 또한 군사적 제재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경제적 제재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옮겨가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이북 민중들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제기가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북핵에 대한 명확한 비판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영부영 길어졌네요.

그리고 쓰다보니 어제 무슨 토론회에 갔다가 토론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내용들을 정리한 셈이 되었구요. 에밀리오 님 덕분에 정리하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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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1 19:02 2006/10/11 19:02

4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6/10/11 19:08

    참, 어제 토론에서 나왔던 인상깊은 말 하나.
    "정치는 일상에서 잘해봐야 별 소용 없다. 비상한 시기에 비상하게 나서야 한다."
    위의 말은 바로 민주노동당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강제된 것이지만, 대통령 탄핵사건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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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밀리오 2006/10/12 08:41

    저는 새벽길님 덕에 더 잘 정리가 된 거 같아요 ^^ 아직 확실히 고민이 정리가 안되서요 ^^; 저야 말로 감사 ^^

     Reply  Address

  3. 다해 2006/10/13 11:57

    저좀 가져다 쓸게요.^^

     Reply  Address

  4. 새벽길 2006/10/13 14:40

    별 말씀을... 다 서로 배우는 것 아닐까요?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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