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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민주노동당, 어찌하오리까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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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05:35:36

이장규 동지가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연대와 실천> 10월호에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어찌하오리까'라는 글을 썼단다. 윤재설 기자가 이를 레디앙에 옮겼다.

구구절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마도 다슬이가 이장규 동지에게 부탁을 했겠지. 이런 글은 기관지에 실어도 좋았을 텐데...

나중에 본문을 담아와야겠다.

 

10. 4

이장규 동지가 당 홈페이지 당원토론방에 본문을 올려놓아서 이를 담아왔다.

 



"민주노동당 총체적 난국" 
어느 민주노동당 평당원의 분노…"비전의 공유, 구심력 확보가 필요하다"

2006년 09월 30일 (토) 15:10:05 윤재설 기자  yoonjs@redian.org

  

“지금 당의 모습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평당원이 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영남노동운동연구소(소장 임영일)가 발행하는 <연대와실천> 10월호에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어찌하오리까’라는 글을 기고한 이장규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마산위원회 당원은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최근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마디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며 “5.31 지방선거의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은 전혀 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원은 “어차피 선거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거니와, 선거만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선거에서 패배한 것 그 자체가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며 “문제는 선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포항건설노조 투쟁이나 한미FTA 저지투쟁, 판교의 고분양가 논란 등 각종 부동산문제나 사교육문제 같은 사회경제적 사안 등 당외의 각종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당의 대응은 “한마디로 ‘면피’ 수준에 지나지 않는 무기력함의 연속”이었고 당내에서는 “온갖 잡음들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무산으로 끝난 노동부문 최고위원 선거과정에서의 온갖 잡음들, 당사이전과 관련된 이런저런 내부적 혼란들, 열린우리당의 외곽조직에 적극 참여한 이를 당기위원장으로 선출했다가 당원들의 거센 비판에 부랴부랴 사퇴시킨 황당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건과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며 “외부적으로는 무기력하면서 내부에서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나 다름없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라고 물었다.
 
이 당원은 이런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온전히 현재의 당 지도부로 돌리거나 단순히 사람의 문제 또는 특정 노선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현재의 당 지도부만 문제가 되고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무기력함은 정파를 막론하고 당내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핵심은 당적 구심력의 부재”
 
이 당원은 “핵심적인 문제는 당적 구심력의 부재”라고 주장했다. 당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구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 외부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과의 확실한 구별정립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자신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부동층에 대한 구심력이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노선 내지 반수구연대라는 미명 하에 현재의 어정쩡한 상태를 그대로 인정한 채 오히려 당이 중간지대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운동권’의 관념일 뿐 자신이 주관적으로 중간지대로 옮겨간다고 대중들이 그걸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 정권의 온갖 실정에 실망한 서민대중들에게 민주노동당도 그들과 비슷한 세력이라는 기존의 인식만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당원은 “진보와 사이비 개혁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사이비 개혁세력의 잘못까지 함께 덤터기를 쓰게 만드는 일임은 이미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현 정권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개혁세력과의 철저한 대립을 통해 그들과 우리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각인시켜야만 광범위한 서민대중들에게 진정으로 당적 구심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당원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의 당기위원장 사태도 이런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87년 이래의 ‘비판적 지지’의 망령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는다면, 당 외부에 대한 구심력이 아니라 진보와 사이비 개혁 사이에서 동요하는 원심력이 더욱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로 노는 단위들, 전당적 사업이 없다"

이 당원은 더 나아가 외부적 구심력 즉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내부적인 구심력의 부재라고 강조했다.
  
즉 “당의 각 단위들이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연관성 하에서 움직이고 있지 못하고 원내와 원외, 중앙과 지역, 정책단위와 조직단위, A정파와 B정파 등 당 내의 거의 모든 단위들이 따로따로 놀면서 각자 알아서 고된 각개전투를 하고 있을 뿐 전체적인 기획에 의거한 전당적인 사업이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당원은 포항건설노조의 투쟁에 대한 당의 대응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현재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광범위한 서민대중들의 삶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이야기하고 그들의 투쟁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익이 됨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투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과 함께, 지금의 상황을 개선시킬 정치적·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이런 요구들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다시 정치적·조직적으로 접근하는 제반 과정” 즉 현장투쟁과 계급정치의 결합과정을 아우르는 것이 단순히 집회에 결합하는 차원을 넘어서 당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당적 기획 하에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포항건설노조 투쟁의 경우 다단계 하도급과 공사비 부풀리기로 대표되는 건설업종의 문제는 지자체의 각종 건설공사비를 과다지출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한 점을 포착해 단순히 건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었는데 “그들의 투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당의 역할임에도 정책이나 기획 등 어느 단위에서도 이런 노력이 제대로 이루진 것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당원은 적정한 수준의 직접시공비율 의무화 및 다단계 하도급 시 고용의제 등 나름대로 갖고 있는 일정한 대안이 결국 시민들과 건설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해당 의원실이나 당의 정책단위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의 조직단위나 각 지역조직들은 이러한 대안을 담은 제도개혁요구나 관련조례제정 등을 매개로 해당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조직적으로 접근해 나가려는 고민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당원은 포항건설노조 투쟁뿐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 전체적인 당적 기획 하에서 의원실과 중앙당 및 지역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움직인 적이 없고, 그러다보니 당 내부적인 구심력이란 게 작동할 여지가 없었다”며 “결국 각자 알아서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에만 신경쓸 뿐 다른 쪽에는 무관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당적 통일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일종의 정파별·지역별 할거체제가 민주노동당의 현 주소인 것”이라고 일갈했다.

    

"총괄기획기능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이장규 당원은 당적 구심력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이 추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기본적인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사회의 모습 같은 근본적인 주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대선 이후 5~10년간 한국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기본적인 수준에서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당원은 기본적인 비전이 공유된 상태에서 “당내 각 단위의 유기적 결합을 위한 총괄기획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민주노동당이 최고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을 때 최고위원회에 정치적 책임과 함께 총괄적인 전당적 기획의 임무도 부여했지만 최고위원제도가 일종의 자리나눠먹기처럼 되어버리면서 이러한 총괄기획 부분은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며 제도를 바꾸든 사람을 바꾸고 보강하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총괄기획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일정한 시기의 핵심사안에 당내의 모든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당의 내부적인 구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규 당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의 공유와 외부적, 내부적 구심력의 확보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된 ‘당’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는 또 하나의 창당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미FTA 반대투쟁과 내년 대선을 거쳐 2008년에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과 산별노조가 이 땅에 들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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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어찌하오리까? ]
  
총체적 난국에 빠진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최근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마디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5.31 지방선거의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은 전혀 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것 그 자체가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선거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거니와, 선거만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선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이다. 포항건설노조 투쟁이나 한미FTA 저지투쟁, 판교의 고분양가 논란 등 각종 부동산문제나 사교육문제 같은 사회경제적 사안 등등 당외의 각종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당의 대응은 한마디로 ‘면피’ 수준에 지나지 않는 무기력함의 연속이었다.
  
반면 당 내에서의 온갖 잡음들은 쉴 새 없이 터져나온다. 최근에 있었던 굵직한 것들만 들어보더라도 결국 무산으로 끝난 노동부문 최고위원 선거과정에서의 온갖 잡음들, 당사이전과 관련된 이런저런 내부적 혼란들, 열린우리당의 외곽조직에 적극 참여한 이를 당기위원장으로 선출했다가 당원들의 거센 비판에 부랴부랴 사퇴시킨 황당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건과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무기력하면서 내부에서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나 다름없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금 당의 모습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무엇이 문제의 핵심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더니 당적 활동을 아예 포기한 것도 아닐 텐데 문제의 핵심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문제의 핵심으로 현재의 당 지도부를 지목하기도 한다. 물론 틀림없이 일리있는 지적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거니와 자칫하면 더 본질적인 문제를 놓칠 우려도 있다. 가령 현재의 당 지도부만 문제가 되고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당 내의 잡음들이야 당 지도부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지만 외부적인 무기력함에는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상당히 크지 않는가? 또한 현 당 지도부의 문제점이란 것도 단순히 사람의 문제나 특정 노선의 문제라고만 떠넘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물론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당내 자주파 동지들 중 일부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한 가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주파만이 문제고 평등파는 그다지 비판받을 게 없다고 생각하기엔 당의 현실이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무기력함은 정파를 막론하고 당내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핵심적인 문제는 당적 구심력의 부재이다. 이것은 당 외부와 당 내부 둘 다를 포괄한다. 당 외부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과의 확실한 구별정립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부동층에 대한 구심력이 작동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노선 내지 반수구연대라는 미명 하에 현재의 어정쩡한 상태를 그대로 인정한 채 오히려 당이 그 쪽 -- 중간지대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건 일부 ‘운동권’의 관념일 뿐 자신이 주관적으로 중간지대로 옮겨간다고 대중들이 그걸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 정권의 온갖 실정에 실망한 서민대중들에게 민주노동당도 그들과 비슷한 세력이라는 기존의 인식만 강화할 뿐이며, 진보와 사이비 개혁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사이비 개혁세력의 잘못까지 함께 덤터기를 쓰게 만드는 일임은 이미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입증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 정권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개혁세력과의 철저한 대립을 통해 그들과 우리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며, 그럴 때만이 광범위한 서민대중들에게 진정으로 당적 구심력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당기위원장 사태도 이런 측면에서 파악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는 단순히 당내 문제만은 아니다), 필자가 앞에서 당내 자주파 일부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것이다. 87년 이래의 ‘비판적 지지’의 망령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는다면, 당 외부에 대한 구심력이 아니라 진보와 사이비 개혁 사이에서 동요하는 원심력이 더욱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
  
따로 노는 당의 각 단위들
  
당의 외부적 정체성과 관련된 위의 내용들은 사실 그간 많이 지적된 것들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당 내부적인 구심력의 부재, 다시 말해 당의 각 단위들이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연관성 하에서 움직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내와 원외, 중앙과 지역, 정책단위와 조직단위, A정파와 B정파 등 당 내의 거의 모든 단위들이 따로따로 놀면서 각자 알아서 고된 각개전투를 하고 있을 뿐 전체적인 기획에 의거한 전당적인 사업이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가령 얼마 전에 있었던 포항건설노조의 투쟁 과정을 생각해 보자. 당의 상당수 단위가 (범좌파를 자처하는 단위 중 일부까지도) 포항건설노조의 투쟁에 제대로 연대하지 못했다는 기본적인 비판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름대로 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당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당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현재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광범위한 서민대중들의 삶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이야기하고 그들의 투쟁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익이 됨을 설득하는 것 - 즉 현재의 투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과 함께, 지금의 상황을 개선시킬 정치적/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이런 요구들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다시 정치적/조직적으로 접근하는 제반 과정 - 즉 현장투쟁과 계급정치의 결합과정을 아우르는 것이다.
  
현재의 당의 역량 상 너무 거창한 목표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일정한 기획력만 담보된다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다단계 하도급과 공사비 부풀리기로 대표되는 건설업종의 문제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건설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끊임없이 지적해온 사항이다. 당에도 단병호 의원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자료가 있다. 또한 이는 지자체의 각종 건설공사비를 과다지출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주1: 과다지출된 공사비가 건설노동자들에게 돌아가면 좋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최초 발주금액 중 직접 시공에 참여하는 말단하도급업체에 돌아가는 비중은 37%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63%는 시공에 직접 참여하지도 않는 업체에 의해 중간착취된다) 즉 적절한 문제제기와 선전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소재이다. 단순히 건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그들의 투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당의 역할임에도 정책이나 기획 등 어느 단위에서도 이런 노력이 제대로 이루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적정한 수준의 직접시공비율 의무화 및 다단계 하도급 시 고용의제 등 이에 대한 현 수준에서의 일정한 대안도 나름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간단한 성명서 한 장 낸 것을 제외하고는 이런 대안이 있고 이것이 시민들과 건설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해당 의원실이나 당의 정책단위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당의 조직단위나 각 지역조직들은 이러한 대안을 담은 제도개혁요구나 관련조례제정 등을 매개로 해당 노동자들에게 정치적/조직적으로 접근해 나갈 수도 있다. (주2: 가령 민간 차원의 공사발주는 법제화되어야 할 사항이어서 지역 차원에서 개입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자체의 공사발주에 대해서는 조례를 통하여 직접시공비율 의무화나 저가 하도급 금지를 규정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지자체 권한이므로). 물론 건설업체 및 관련세력들의 반발과 로비가 상당할 것이므로 실제 통과는 쉽지 않겠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예산낭비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시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며 건설노동자 및 덤프노동자 등 건설관련업종 종사자들에겐 직접적인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지역과 계급이 결합할 수 있는 지점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지역 내에서의 진보정당의 핵심적인 역할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건설노조투쟁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사안들도 이와 비슷하다. 한 마디로 어떤 사안에 대해 전체적인 당적 기획 하에서 의원실과 중앙당 및 지역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움직인 적이 없고, 그러다보니 당 내부적인 구심력이란 게 작동할 여지가 없었다. 결국 각자 알아서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에만 신경쓸 뿐 다른 쪽에는 무관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당적 통일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일종의 정파별/지역별 할거체제가 민주노동당의 현 주소인 것이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당적 구심력의 부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이 쉽지는 않다. 당 외부적인 것이든, 당 내부적인 것이든 나름대로 역사적인 근원을 가지는 것이거니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어서 당장 한꺼번에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임에도 적어도 2004년까지는 나름대로 당이 상당한 성장을 이룩해왔거니와 이는 진보정당의 정치적 진출이라는 기본적인 비전들이 당내외에서 상당 정도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최소한 우리도 정치적 발언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 대해 대부분이 동의했기에 여기까지는 굴러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최소한의 정치적 진출은 이룬 지금, 당이 추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기본적인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때의 비전이란 대안사회의 모습 같은 근본적인 주제라기보다는 중기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기본기획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다음 대선 이후 5~10년간 한국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기본적인 수준에서는 공유되어야 한다. 마침 내년 말이 대선이니만큼 이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소한 비판적 지지라는 외부적 원심력의 작용은 이제 확실히 청산해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비전이 공유된 상태에서 (그게 아니라 비판적 지지의 청산 정도 이외에는 다른 비전들이 공유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는 필요하다), 당내 각 단위의 유기적 결합을 위한 총괄기획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원래 2003년의 당발전특위에서 최고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이 최고위원회가 정치적 책임과 함께 총괄적인 전당적 기획도 맡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정당의 총괄기획이란 어차피 정치적인 판단과 긴밀히 연관되는 것이므로). 그런데 최고위원제도가 일종의 자리나눠먹기처럼 되어버리면서 이러한 총괄기획 부분은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 제도를 바꾸든 사람을 바꾸고 보강하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총괄기획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일정한 시기의 핵심사안에 당내의 모든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당의 내부적인 구심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의 한미FTA 반대투쟁은 이를 위한 일종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의 공유와 외부적, 내부적 구심력의 확보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된 ‘당’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는 또 하나의 창당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FTA 반대투쟁과 내년 대선을 거쳐 2008년에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과 산별노조가 이 땅에 들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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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4 04:37 2006/10/04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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