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닥터] - 영리병원을 비판하다
아마 내 주변에 드라마 굿닥터를 본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드라마 자체를 보지 않는 이들이 많은 데다가 굿닥터를 방영할 때에는 다른 공중파방송에서 황금의 제국을 방영했기 때문이다. 물론 굿닥터가 시청률은 월등히 앞섰다.
이 드라마는 주원, 주상욱, 문채원 등 주연배우들이 열연하였고, 지금까지 메디컬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았던 소아과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지만, 나는 이보다는 영리병원화에 대한 친절한 비판이 녹아들어있다는 점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리병원, 의료민영화를 비판하는 그 어느 선전물보다 굿닥터가 더 훌륭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점을 아래 글에서 잘 짚고 있다. 드라마를 이런 식으로만 봐서는 곤란하겠지만, 이왕 보는 거라면 재미와 함께 뭔가 얻을 것도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나. 아래 글은 노건투에서 발행하는 노동자세상에 실린 것이다.
2Bic(투빅) - 사랑하고 있습니다(굿닥터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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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닥터] - 영리병원을 비판하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 촬영해서 더 관심 갖고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얼마 전에 끝난 [굿닥터].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로맨스 정도로 생각했는데 또 다른 숨은 재미가 있더라. 바로 ‘영리병원’에 대한 센스 있는 비판!
굿닥터와 장사꾼
‘영리병원’ 하면 어떤 의미인지 잘 안 와 닿는 게 사실이다. 그럼 지금의 병원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단 말야? 대형병원들이 환자에게 보험 적용 안 되는 비싼 약제와 검사를 처방해서 챙긴 부당이익이 69억이나 된다는데, 보험 적용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반병실을 일부러 적게 운용해서 1~2인실에 비싼 돈 내고 입원할 수밖에 없는데도?
지금도 이렇게 환자를 봉으로 알고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병원들이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영리병원은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굿닥터]를 보면 쉽게 와 닿는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라고 흔히들 말한다. 드라마 [굿닥터]는, 이 희망을 둘러싼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오직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실된 의사와, 아픈 아이들을 ‘조금 다른 희망’, 즉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좋은 재료로 바라보는 진짜 ‘장사꾼’과 장사꾼 못잖은 의사.
한편에는 실력도 뛰어나고 마음도 따뜻한 의사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전국의 뛰어난 소아외과 의사를 스카우트해서 최고의 소아전문병원을 만들어,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꼬드기는 기업인수전문가와 이에 동조하는 의사들이 있다.
감동의 아이콘이 아니라 투쟁이 필요하다
‘굿닥터’들의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따뜻한 인간애를 강조함으로써 영리병원의 폐해가 더욱 잘 드러난다. ‘수술공장의 기술자’가 되지 않으려는 의사의 꿈을 늘 깨우쳐주는 박시온(주원)이라는 존재 덕분에 제약사 리베이트를 챙기고 의료사고를 치던 무능한 낙하산 과장도 초심으로 돌아가고 금융인 출신의 기업인수전문가는 영리병원 추진 계획을 거스르고 오히려 병원의 정상화를 도와준다.
드라마 대사를 몇 가지 보자.
“병원의 발전방향은 바로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전면허용을 기다리면 된다.” “아이들 상대로 한 의료비는 성인보다 훨씬 높다. 민간보험사는 아이들을 이윤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비용이라도 부모들은 그걸 감수하고 병원에 있을 거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환자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다.” “어린이병원이 소득수준에 따라 환자를 가려 받는 게 말이 되나?”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고 시설이 좋아져도 환자가 올 수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올 수 없어서 죽게 되면,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면 더 슬프게 된다.”
물론 이 드라마는 아주 이상적이다. 제목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굿닥터]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을 만큼. 영리병원 문제는 박시온 같은 감동의 아이콘이 나타나 몇몇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자를 ‘황금 알 낳는 거위’로 바라보는 자본주의체제 자체, 돈벌이를 위해 약자를 더 힘겹게 하는 이 탐욕스런 이윤체제 대신에 노동자민중의 해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것, 무상의료 전면 확대를 위해 투쟁하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홍희자 서울성모병원 노동자, 노동자세상 6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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