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동지를 떠나 보내는 날
오늘 아침 세브란스 병원 영결식장에서 이재영 동지의 추도식을 마치고 장지까지는 가지 못하고 서교동 진보신당 중앙당사까지 함께 했다. 나는 그 때가 두 번째 가는 거였고, 이재영 동지에게는 이번이 처음일 터이다. 살아 생전엔 한 번도 들리지 못했는데, 영원히 떠나기 전에 이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리게 되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당이건만, 너무 누추하고 왜소한 당사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게 되어 미안할 뿐이다. 아니, 이 당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다들 영결식에서 우리 모두 이재영이 될 테니 걱정말고 편안히 가시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김소연 노동자 후보와 함께 대선투쟁에 나서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의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영결식에 새누리당을 제외한 무려 5당(진보신당, 진보정의당, 녹색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참여했지만, 대선에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재영 동지가 가고자 했던 길을 가는 것일까?
적어도 오늘 같은 날 그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면서 진보정당을 부활시키자고 했던 이가 광화문대첩이라고 불리는,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현장에 나와 "우리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여 정권교체에 나서자"고 하는 꼴은 안 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역시 그들과 함께 하는 건 환상이었던 거다.
더욱 씁쓸했던 건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에서 사전행사 사회를 보던 이가 과거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대회 때 사회를 보았던, 귀에 익은 목소리를 가진 이였다는 사실이다. 뭐, 민주노동당의 대변인을 했던 이가 말을 갈아타서 보수정당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판국에 그게 무슨 대수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재영 동지가 떠나는 날 진보정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던 거다.
심재옥 동지가 페북에 올린 글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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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한 번도 들르지 못했던 서교동 중앙당사가 그가 이승에서 머문 마지막 장소가 되었다.
눈길 한 번 휘익 훑으면 사무실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당이지만, 진보정치를 일궈왔던 그가 마지막으로 지켰던 당이고 기꺼이 함께 암흑 속으로 돌진할 각오가 되어 있는 동지들이 있는 당이다.
하필이면 당 대표도 없는 이때, 후배가 권한대행으로 있는 이 당의 쓸쓸한 모습을 마지막 기억으로 가져가게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이재영 동지.
걱정마시라.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 꾸었던 꿈은 이제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으니, 당신의 삶을 빚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았으니, 걱정말고 편히 쉬시라. 어차피 우리는 애초 시작부터 초라했고 눈물이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에 적당할만큼의 비극과 패기는 남지 않았나.
잘 가시라 이재영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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