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동자대회
제멋대로 가는 길 (펌 사절) View Comments
1. 무슨 작업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윈도우탐색기에 있는 파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볼 게 왜 이리 계속 쌓여가는 걸까.
2. 어제 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시그네틱스 주점에서 종권형과 동국이 등과 술을 꽤 마셨는데, 어느 틈에 졸았다. 일어나보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주점은 다 정리하는 시간. 다행히 가방은 있는데, 핸드폰은 찾을 수 없었다.
어제 밤에 쏭이 전화를 했다는데 신호만 가고 받지 않았단다. 오늘은 내 핸드폰에 전화를 해보니 배터리가 떨어져서 아예 받을 수 없는 상태고... 혹시나 오늘 노동자대회에서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헛된 기대인가보다. 이쯤되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야 하나?
3. 오늘 노동자대회에선 간만에 운동을 했다. 전태일다리에서부터 서울역까지 걸었으니까. 게다가 대오 내에서 가만히 있는 건 내 적성과 맞지 않아 대열 처음부터 맨 끝까지 왔다갔다 했으니 운동량이 다른 이의 2배는 아니어도 1.5배는 되었으리라. 그렇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았을 듯하고...
노동자대회를 함께하면서 느낀 몇 가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가 상당히 줄었다. 대학들의 깃발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선거철을 앞두고 있어서 각 학교의 선본별로 옷을 맞춰입고 참여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깃발 자체가 줄어든 거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지만 많이 아쉽다.
참여한 정당들의 쪽수를 보면 통합진보당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진보신당,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후보 사람들, 진보정의당 순이었다. 녹색당 깃발도 있기는 했다.
산별노조·연맹별로 보면 금속노조가 역시 제일 많고,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수가 그보다 조금 적었다. 나머지 산별연맹은 다들 고만고만했다. 지방에서도 꽤 올라온 걸 감안하면 그 수가 그리 많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고 보니 5년 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상암동 홈에버 앞에서 열렸던 게 생각난다. 그 때는 전야제 때에도 많은 이들이 모였는데 말이지. 물론 모여서 뭘했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그건 기억 안나고 쪽수만 떠오르니 거참...
4. 이번처럼 대열에 대고 빵빵대는 차량이 많았던 적도 없었던 듯하다. 지지 연대의 기적이 아니라 노동자 대열 때문에 교통이 막힌다고 열받아서 내는 소리다. 여차하면 차가 밀고들어올 기세인 적도 있어서 위협을 느낀 이들도 있었단다. 행진을 허용할거면 차선을 좀더 열어서 신속하게 빠져나가도록 할 수 없었을까. 짧은 차선으로 길게 늘어섰으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고, 대기하는 차량들도 노동자대오가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다.
비가 온 것도 작용했겠지만, 서울역에서의 노동자대회는 넘 어수선했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무슨 대회사와 연대사는 긴가? 무대에 올라가면 다 그렇게 되는 건가.
일부러 설에 올라온 노동자들은 내려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많은 노동자들을 보고 함께 걷게 되어서 좋았다고 느꼈을까, 아님 '내가 왜 주말에 안 쉬고 설에 올라왔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진보적 정권교체 운운하는 상징물은 도대체 노동자대회와 무슨 관련이 있나?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 민주통합당 소속의 국회의원이니 뭐...
어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아직 술이 덜 깬 듯하여 노동자대회 이후 뒷풀이는 생략했다. 그럴 정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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