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벌써 달이 바뀌고 추석의 흔적이 없어지긴 했지만
명절에 대한 한가지 추억...
우리집은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강하다.
엄마를 시작으로 아래로 이모들이 넷있고 그 우두머리에 할머니가 있는데
다들 강하다. 강하다기 보단...자신들의 의견을 숨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명절 날에도 시집간 여자들이 버젖이 친정에 모이는 일이
자주 있다. 사실 어렸을 때는 그게 너무 당연해서 잘 몰랐는데 점점 나이들면서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번은 할머니, 엄마, 이모들, 이모 딸, 나, 여동생 등
이렇게 여자 삼대가 모여 있었다.
나이로 치면 할머닌 70살이 넘으셨고
조카는 초등학교를 들어 갔나 그렇지 않았나 하는 그 언저리 였다.
나이 차이 어마어마했다.
참 신기한 것은 모든게 자연스러웠다는 거다.
할 일이 많긴 했던 것 같은데 억울하다거나 피곤하단 느낌이 없었다.
다들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일을 했던 거 같다.
밥을 차릴 때도 누구는 국을 데우면 누군가는 상을 피고
누군가는 상을 차리고 누군가는 반찬을 그릇에 담고
누군가는 수저를 놓고 누군가는 밥을 푸고
누군가는 그것들을 나르고
각자 자연스럽게 누가 누구 보러 어떻게 해라 뭐 해라 그런 이야기 없이
계속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면서 그런 것들을 해내는 것이다.
참 편한 느낌이었다.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상황....
나도 식사 끝내고 싱크대에 수북이 쌓인 설거지 거리를 보면서 억울하지 않게
오히려 저 여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군 하며 설거지를 했던 거 같다.
여하튼 그때 분위기는 평화롭기 까지 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평화는 나이도 얼마 안 먹은 이모부가 오면서 깨졌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