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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12/08/01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8호> 켄 로치 감독의 ‘칼라 송’ 내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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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게 무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느냐고 질문하면, 개인용 컴퓨터에 외장하드 7개를 연결해놓고 주로 다큐가 담겨있는 외장하드 영화파일들을 정리하고 분류하면서, 이 작업에 빠져들어 시름을 잊는다고 답한다. 그 많은 걸 다 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럼 도서관 사서는 수만 권의 장서들을 다 보겠냐?”고 반문하며 묻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일상에 힘들고 지친 노동자들이 이 황금 같은 여름휴가철에 뭘 봐야 하는가라는 이 글의 주제가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외장하드 관리자 10년 경력으로 집에서도 다큐들을 클릭하지만 이게 딱히 정답도 아니다. 흥미를 돋우어야 한다. 여기서 흥미란 루틴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루틴은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나온 단어인데, 찾아보니 컴퓨터용어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관성’이라는 느낌으로 이해했다. 이제 영화 한 편을 선정할 순간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인 <칼라 송> 정도라면 루틴을 벗어나는 느낌, 일탈과 더불어 내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 나도 알아’라고 실망하시는 동지들, 이 관점으로 영화를 다시 보셨으면 한다.
<칼라 송>으로 들어가 보자. 칼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칼라처럼 색감이 아주 환하고 곱다. 적어도 전반부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장면에서는 그렇다. 주인공 조지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버스 운전사다. 고리타분한 일상에 별 일이 있을까 싶은데, 우연찮게 사건이 터졌다. 조지는 승차권 없이 버스에 타서 곤경에 처한 칼라를 돕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알고 보니 칼라는 니카라과에서 무용수로 일했었는데, 혁명에 참가해 엄청난 고초를 겪은 후 고국을 떠나 영국의 거리에서 춤을 추며 구걸을 하게 된 것이다. 칼라가 과거의 고통을 못 이겨 자살기도를 하자,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조지는 함께 니카라과로 떠난다. 조지가 칼라의 동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내전으로 붕괴되어 가는 니카라과의 실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조지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조지가 되어 조지의 버스를 타고 그와 함께 남미 혁명의 그 아수라장 같은 현장으로 떠나보자. <칼라 송>과 함께 내 건조한 삶의 ‘루틴’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보자.
사실 이 영화는 오래전에 같이 일했던 단체의 선배가 표가 남으니 <칼라 송> 시사회를 가자고 해서 영화관 중간 복도 양쪽으로 나눠 앉아 건조하게 본 기억이 있다. 영화를 다보고 바쁜 선배와는 바로 헤어져서, 그 칼라와 조지를 술과 함께 수다로 삼켜보지도 못했다. 아쉬움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도 올 여름에 집에서 <칼라 송>에 빠져 보련다.

 

황정일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 프리덤' ,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해방운동을 다룬 "칼라 송" , 아일랜드 민족해방운동을 소재로 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노동문제를 다룬 "레이닝 스톤" , "내이름은 조" , "빵과 장미" 등 이번 기회에 켄 로치 영화를 완전 정복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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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8호> 2012 교육혁명 대장정이 향하는 곳

2012 교육혁명 대장정이 향하는 곳

 

 

교육혁명의 객관적 조건
2011년 반값등록금 투쟁으로, 올해 이명박 정권은 등록금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해결방안이라는 것이 사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론 어림도 없는 방안이었지만,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 즉, 정부가 나서서 교육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교육을 상품화하던 자본의 논리와는 다른 흐름이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서울시립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 공약을 실현하면서 명실상부하게 등록금 50%를 인하해 연평균 등록금이 240만 원 이하로 낮춰졌다. 강원도립대학도 전국 국공립 대학 중 처음으로 올해 등록금을 20% 낮추기로 결정했으며, 충북도립대학도 등록금 30% 인하했다. 전국 대학들도 2~5% 사이의 등록금 인하를 직접 목격했다.
주체들의 투쟁과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는 교육비의 책임주체가 국가와 자본이라는 것을 드러내게 했고, 실현의 가능성도 작지만 확인됐다. 이제는 이를 더욱 확대시켜내야 한다. 단순히 몇 퍼센트의 인하가 아니라 여전히 고액의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구조를 바꿔낼 수 있는 더 급진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동시에 올해는 서울대 법인화 원년이다. 그리고 서울대 법인화를 넘어선 국공립대 법인화의 추진 과정에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제 1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대학 네트워크’ 정책을 내놓았다. 대학 서열화 폐지를 위한 정책이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주장하던 정책을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이 내놓아야 할 정도로, 객관적 정세는 ‘교육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미약한 주체적 조건
그러나 교육혁명의 주체적 조건은 객관적 조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육투쟁은 희미하게 끝나버렸다. 동국대, 이화여대, 서울대, 성신여대 등 학생총회가 무산되는 학교가 많았다.
학생총회를 성사시키는 대학도 많았지만, 학생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킨 대학은 거의 없었다. 대학생들이 2~5% 등록금 인하에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년의 반값등록금 투쟁과 같은 대중투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에서 던진 ‘대학 네트워크’ 정책으로,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많은 혼란이 야기됐다. 어떤 학생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학 네트워크 할 바에, 차라리 법인화 되는 것이 낫다”고 글을 올리기도 한다. 2009년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에서 80%의 학생들이 반대한 것에 비춰 봤을 때, 충격적인 내용이다.

 

교육혁명공동행동
2011년 2월, “국립대법인화 반대! 대학등록금 인하! 교육공공성 실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결성됐다. 공동행동은 작년 여름 전국도보대장정을 통해 투쟁요구들을 전국적으로 알려내는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올해 2월 28일, 제정치사회단체들과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혁명공동행동이 출범했다.
교육혁명공동행동은 이 사회의 절대다수이자 사회적 생산의 주체인 민중이 스스로 총체적인 교육공공성 실현방안의 상과 경로를 제시하고 ‘교육의 새로운 판’을 만들며,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의 조종을 울리기 위한 단호한 직접행동을 천명했다.
그리고 교육혁명공동행동은 2012년 7월 25일부터 8월 7일까지 13박 14일간, “대학등록금 폐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귀족학교 폐지! 경쟁교육 폐지!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2012 교육혁명 대장정”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012 교육혁명 대장정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교육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세는 분명히 힘있는 대중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주체적 조건의 취약함을 해결해야만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주체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 당장 폭발적인 대중투쟁을 할 수 없더라도, 조직화를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교육주체들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한국의 교육이 자본주의 체제에 철저하게 종속돼 자본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폭로해나가야 한다. 이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교육주체들의 분노를 모아내야 한다. 둘째, 교육 주체들 스스로가 교육 문제의 대안들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삶의 교육 문제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책 남발 속에서 왜곡되고 본질은 은폐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내는 교육 대안이야말로 몇몇 연구자들의 논문이나 책 속에서만 다뤄지는 관념적인 논의를 뛰어넘어 교육의 실제 변화들을 추동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노위 학생위원회(준)는 “대학등록금 폐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귀족학교 폐지! 경쟁교육 폐지!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의 기치를 들고 2012 교육혁명 대장정에 동지들과 함께 나선다. 이속에서 자본의 경쟁논리로 점철된 현 교육제도의 문제를 다시 한번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내는 공동실천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동시에 대장정 기간에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와 만나, “서울대 법인화 철회! 국공립대 법인화 저지!”투쟁과 대안들을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대학 사유화/법인화의 문제에 대한 대학인들의 대안적 논의를 선도적으로 추동해나갈 것이다. 교육혁명 대장정! 향후 교육투쟁에 불씨를 당기는 첫걸음을 힘차게 시작한다!

 

황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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