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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드디어 노동자편에 서다!?
- 완성차 5사의 근기법 위반 발표의 배경과 의미
고용노동부, 완성차 근기법 위반 발표
11월 6일, 고용노동부는 완성차 5개사(현대, 기아, 한국GM, 삼성, 쌍용)가 근로기준법(근기법)상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현 근로기준법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을 때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데, 완성차들은 잔업, 휴일특근 등으로 연장근로 한도를 넘어섰으며, 완성차 5개사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5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완성차들에게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했고, 위반시 사법처리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완성차 5개사에 대한 근기법 위반 및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문제삼은 일은 의아한 일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보여준 모습은 그 이름값과 다르게 노동자의 이해보다는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왜 문제삼고 있는가
고용노동부의 발표가 있는 날,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 완성차업계는 신규고용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능력개발, 시설·장비 투자없이 장시간 근로관행’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완성차업계의 주야 2교대제가 부품협력업체의 주야2교대제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자동차산업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고, 그 짐을 사회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며, 노사 양측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한국산업구조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가진 완성차업계에서 관행화된 주야2교대제가 한국경제의 핵심문제인 ‘신규고용 창출’과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9일 ‘교대제 개편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자동차산업 지속가능 발전 토론회’(노사발전재단 주최)의 토론 내용 역시 이 장관의 이런 인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토론회의 모토는 ‘교대제 개편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고, 자동차산업의 경쟁력도 높이며,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동차산업의 주야2교대제는 기존 인력의 노동시간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제약. 현대차 단협은 토,일 야간근무에 휴일, 야간, 연장이 겹치는 시간에 350%의 할증률을 규정해 장시간 노동과 높은 비용 초래. 향후 예상되는 고령화추세 속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근골격계 등 직업병과 산재 나타날 개연성이 높음.”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자동차 산업이 일자리 창출보다 주야2교대제의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게 한 요인은 지속적 임금인상에 따른 상대적 고임금, 다양한 기업복지, 고용조정의 경직성 때문” “휴일과 야간, 연장근무 등의 높은 할증률에 대한 유혹은 노조조차도 장시간 노동을 뿌리뽑지 못하고 있다 ... 장시간 노동체제는 노사담합의 산물”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생산라인이나 공장의 수요에 맞게 3조 2교대제나 변형된 3교대제 등 다양하고 유연한 교대조를 개발하되, 추가적인 인건비나 비용을 높이지 않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즉 완성차의 주야2교대제가 장시간 노동과 고비용구조를 낳으면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고용창출을 가로막고 있어, 현 주야2교대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강하게 사측을 압박, 실내용은 노동을 겨냥
고용노동부의 이번 발표는 세계경제위기 이후 격화되는 자본간 경쟁 심화라는 경제상황과 야간노동 철폐와 고용문제 해결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넘어 전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한 정세를 배경으로, 자본측의 총비용 증가없는 교대제 변경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고용을 창출 등으로 고용문제를 일정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토론회 발표문 등에서 드러나듯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교대제 변경은 노동자가 요구하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다르다. 고용노동부장관이 17일 한국GM 부평공장을 방문하며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을 주문하고 있지만, 노사간 교대제 협상 및 새로운 교대제의 정착과정에서 유럽사례와 같이 다양하고 유연한 교대제 유형이 도입될 수 있다. 근기법상으로 주당 12시간 한도만 넘기지 않으면 법률상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위 토론회에서 발표된 아래의 내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자동차산업은 2차 대전 이후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1990년대 이후 3교대제로 중심이 이동. 노동시간의 감소에도 교대제 다양화 및 교대제 시스템의 유연화(별도의 고정 야간조·주말 특근조 등)로 공장가동 시간이 증가.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으로 생산 및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정규직의 잔업 및 특근 할증료가 줄어듦”(정승국 중앙승가대)
고용창출과 임금보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측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도 100% 임금보전을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주장”(이채필 장관)이라는 발언에서 확인되듯이, 노동쪽의 임금보전 요구와 충돌하고 있다. 신규 고용창출이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전제는 없다. 완성차 노동자의 임금에 대해 고임금이라는 공격과 자본의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에서 볼 때, 추가고용이 생길 경우 이는 비정규직으로 충원될 것이다. 고용의 질과 안정성과는 상관없이 통계상의 고용율을 높이면 된다는 발상이다.
현상적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사법처리까지 운운하며 자본을 강하게 압박하는 듯 보이지만, 노사 양쪽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주간연속2교대제 협상 및 투쟁시에는 오히려 노동쪽을 강하게 압박하는 조건을 형성할 것이다. 추가비용 발생없이 교대제가 변경되면 자본측으로서는 교대제 변경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대해 완성차 자본이 근로한도 초과는 줄일 수 있지만, 주간2교대제로 전환은 ‘생산성 향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면 자본은 역시 손해볼 게 없다.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조합이 사회적 약자와 중소기업·협력업체를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과높은 일터로의 혁신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줄 것” “자동차업계 노사는 양보와 협력으로 새로운 교대제 근무를 설계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채필 장관)
위 발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교대제 근무 변경을 교섭 및 투쟁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노동쪽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대기업·정규직 이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할 것이 틀림없다. 노무현 정권 시절 비정규직 문제가 전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자, 그 책임이 마치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에게 있는양, 총공세를 펼쳤듯이 말이다.
대응방향
이렇듯 고용노동부의 완성차 근기법 위반 발표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동차산업의 교대제 변경을 매개로 한 고용창출이라는 총자본의 이해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정이 사내하청 비정규직투쟁을 연 도화선이 되었듯이, 고용노동부의의 발표는 2005년 이후 현대차를 시작으로 한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과 올해 유성투쟁을 통해 사회적 쟁점화된 야간노동철폐투쟁을 재점화하는 데 유리한 계기를 형성시켜 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교대제 변경의 의도와 배경, 노사 간의 쟁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우선, 현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현 주야교대제의 변경은 주간연속 2교대제여야 함을 분명히 하는게 필요하다. 다른 형태의 교대제의 도입(3조 2교대제나 변형된 3교대제 등)은 야간노동의 변형된 유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대제 변경시 자본측의 공격들(노동강도 강화, 임금 삭감 등)에 맞서, ‘노동조건 저하없고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 입장을 분명히 견지해야 한다. 임금문제에 대해 월급제 쟁취와 기본급의 획기적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의 기조 아래 투쟁하는 게 필요하다.
교대제 변경으로 인한 신규고용 창출시 이는 정규직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규직 충원은 현재 완성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일차대상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정이 투쟁의 불씨가 되었지만 판정은 투쟁의 계기만을 형성시켜 주었을 뿐이다. 비정규직·정규직을 아우르는 강력한 투쟁대오와 금속 차원의 총전선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투쟁은 실패했다.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발표는 투쟁의 주요 계기일 뿐이다. ‘장시간노동·야간노동·비정규직 철폐’의 기치 아래, 얼마나 강력한 투쟁전선을 구축하느냐! 이것이 투쟁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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