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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14회 – 여름을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1

 

장마철에 비가 안와서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비가 흠뻑 내려서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후덥지근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울 추위는 기온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기에 숨을 쉴 틈이라도 있는데

여름 더위는 한번 기온이 올라가면 여름이 끝날 때까지 내려가지 않기에 몸과 마음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감귤이 왕성하게 커가고 있는 감귤나무에는 병충해 방제와 가지 묶기로 정성을 쏟고 있지만

나무의 수세와 성장에 대한 고민은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라 힘들어하는 사랑이를 위해 간식과 산책 등으로 활기를 불어넣어주려고 하지만

사료를 잘 먹지 않아서 살이 눈에 띄게 빠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식단을 풍성하게 하고 주위에 나눠주며 정을 나누려고 했던 텃밭 작물들은

이런저런 실수와 날씨 등의 영향으로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평소에 먹는 것과 생활하는 것, 운동과 명상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몸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것들이 확인되고 있어서 신경도 쓰입니다.

 

여름 폭염이 한참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에는

근본적으로 뭔가를 새롭게 하기에는 때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열심히 하면서 더위가 물러간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폭염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고

작년의 경우에는 9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이 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물도 많이 마시고

조급하지 않게 쉬엄쉬엄 일하고

중간 중간 가볍게 운동도 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려고 노력하면서

이 여름을 잘 보내야겠습니다.

 

 

2

 

제가 이루고 싶은 삶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하나마나한 얘기일수도 있고

부처님 말씀처럼 그지없이 선한 얘기여서 뭐라 토를 달수도 없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얘기여서 가볍게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켜켜이 쌓인 마음속 상처들은 사람에 대한 불신을 활짝 꽃피우고 있고

경쟁과 혁신 속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은 점점 삶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고

나이 들고 초라해져만 가는 제 삶은 주위에 휑한 고독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점점 왜소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제 자신이 싫어서

다시 세상을 향해 조그만 저항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20대처럼 민중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 싸울 자신은 없지만

마음속에 연민과 애정을 키우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은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노력하고 있지만

연민과 애정을 기울일 사람은 점점 줄어만 가고

세상을 향해 다가서려고 하면 뒤로 밀려나기를 반복하고만 있고

세상에서 불어오는 조그만 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리며 버티기에도 버거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저만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삶은 참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다독이며 지난날을 가만히 돌아봤더니

제 마음속에 가득 찼던 세상에 대한 무서움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지도 않고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행태를 일삼는 진보주의자들을 경멸하지도 않고

내게 더없이 다정했다가 필요 없으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이들을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그 쓰라린 감정들을 살며시 흘려보내고 덤덤하게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그렇게 탁한 것들을 흘려보낸 그 자리에 밝고 따뜻한 것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면

다시 탁한 것들이 들어차지 않도록 매일 쓸고 닦는 노력이라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하다보면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해도

제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저를 바라보는 사랑이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요.

 

 

3

 

후덥지근한 열기가 가시지 않은 새벽에 눈을 떠서

찌뿌듯한 몸과 마음을 깨워내고는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먼동이 뜨이는 새벽하늘에 붉은 노을이 끼었더군요.

화려한 저녁노을과 달리 은은한 새벽노을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새벽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카메라로 담아놓은 모습에서는 그 기운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그 순간의 편안함과 상쾌함이 아주 조금이라도 여러분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 여름을 같이 걸어가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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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의 ‘Boom 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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