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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 노동자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권수정 대리인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농성장일지 11월 3일
11월 3일 목요일 농성155일
한미FTA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충남지부 조합원들 80여명이 우리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지난 여름 서울에서 농성할 때 언니에게 먼저 복직하거든 밥을 사라고 하고 홀랑 먼저 복직해버린후 여태 소시없던 유성지회 동지들도 왔다. 만나서 악수하며 “왜 밥을 안사는거야! 먼저 복직했으면 밥을 사야지.” 언니가 유성지회 동지들에게 약속이행을 촉구하는것을 잊지 않으셨음은 물론이다. 마땅히 농성장 주인의 역할인 동지들이 손님처럼 왔다간다. 그래도 좋다. 오래간만에 동지들보니 더욱 반갑다.
11월 9일 수요일 농성 161일
1.
지난 5일 토요일 오전에 서호추모공원에서 2년전에 돌아가신 김동암동지 추모제가 있어서 금요일 저녁에 아산으로 내려갔다. 추모제를 하고 일요일까지는 모르겠더니 월요일부터 아팠다. 다른증상 없이 그냥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이쯤해서 쉬어주라는 몸의 신호인듯이 느껴져 화요일까지 누워있었다. 가볍고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몸을 일으켜 오늘은 농성장으로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이 있어서 누워있을 수 없다, 기보다는 해야하는데 못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누워있는것이 더 힘들어서 일어났다. 딱히 어디가 아픈것은 아닌데 몸이 무겁다.
2.
농성장에 도착하니 언니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지난 11월 1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서 금양물류 사장에게 벌금300만원의 약식기소를 했다는 통보다. 하. 300만원. 이게 왠 껌값이냐. 그러나 그동안 언니의 고통에 값하려면 3억도, 30억도, 3조도 어차피 부족하기 때문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국가인권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과 현대자동차 사측이 성희롱과 그로인한 부당한 해고를 인정하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검찰에서도 우리 싸움의 정당함을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족하기로 한다. 이건뭐, 대한민국 검찰조차 인정했으면 말 다했다는 말이다.
검찰에서 약식기소하면 통상 1달안에 법원에서 결과를 통보한다. 300만원을 그대로 판결하든 벌금의 액수를 줄이든, 혹은 드물지만 재판부에서 정식재판을 판단하든, 뭐든 상관없다. 검찰이 그 죄를 인정했다는 것은 정식재판을 하더라도 검사가 우리편이라는 뜻이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라 힘이난다. 이주후에 있을 질판위의 판정또한 당연히 산재인정이 될것이라는 좋은 신호라는 느낌도 있다.
더디게 조금씩 진척되는 결과를 기다리며, 오랜 싸움의 힘겨움을 이겨내는 언니에게 고맙다.
3.
수요일은 하루일과가 안정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는 날이다. 박승희여성위원장님의 점심시간 밥심연대와 저녁의 혁명기도원 기도회, 기도회 후에 충남전선동지들이 준비해주시는 푸짐한 만찬 뒤풀이까지 빠지는날 없이 안정적이다.
박승희여성위원장님은 17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집회를 준비하며 얼굴이 야위고 살이 내리는 느낌이다. 나에게 일일이 말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고생을 하시는 듯하고 여성가족부를 통해 어떻게 현대자동차를 압박할것인지, 한번의 집회로 다 되는것이 아닌것을 우리모두 아는데, 그래도 이 기회에 어떤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것인지, 고민으로 무거우신듯 하다. 일렇게 말한다고 위안이 될까마는 “박승희동지 지금까지 우리 잘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되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웃어주고 싶다.
충남전선 동지들과 학생행진동지들이 수요일은 농성연대를 해주신다. 학생동지들은 일이 바빠서 늦게 오는 편이고 충남전선 동지들은 푸짐한 저녁식사를 준비해 오시는데, 이제는 8시에 맞춰온다. 혁명기도원의 기도회가 끝나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기도회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낯가림의 느낌이 있다. 일찍 도착해도 참석하지 않고 다 끝날때까지 한쪽에 앉아 있는다. 그런 동지들도 있는거다. 성의껏 준비해오는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충분한 동지도 있는것이다. 언니의 해석처럼, 기도회 뒤의 뒤풀이를 충남전선 동지들을 통해 예비해주신 주님의 은총일수도 있고.^^ 자신들의 저녁식사연대를 주님의 은총이라고 하면 충남전선동지들이야 웃겠지만.
오늘의 복음서는 유명한 장면이다. 예수가 갈릴리 바닷가에서 병든자들을 고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남자만 4천명, 여자들과 아이들까지 하면 1만명은 족히 될것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나누어 먹고도 남았다는 기적의 장면이다. 말해뭐해. 우리 농성장은 그 기적이 날마다 이루어지는 곳인걸. ^^ 언니랑 나랑 우리둘이 무슨 돈이있다고 그많은 연대오시는 동지들과 161일을 부족함 없이 나누어 배불리 먹었겠는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착취해서 더 많은 이윤이 쌓인들 그것은 비린내나는 야만의 쓰레기일뿐, 소외되고 억압받는 고통을 아는 자들이 모여 나누는 것으로 서로에게 감동하며 풍요롭다는 것을, 죽었다 깨도 이명박의 무리들이나 정몽구는 모른다. 불쌍한 영혼들이지만, 용서하지는 않겠다.
혁명기도원 원장님의 트윗을 보고 참석했다는 동지들, 기도회에 참석했던 다른 동지들이 함께 오자해서 온 새로운동지들과 함께 충남전선 동지들이 준비해온 감자탕을 나누어 먹었다. 동지들에게 우리 농성장의 감동이 전염되었으면 좋겠다.^^
11월 10일 목요일 농성 162일
1.
건물관리사무소와 입주상가 주인들이 언나와 나에게 ‘철거, 수거단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우리 텐트와 현수막이 영업을 방해하여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상점앞에 텐트를 치고 저녁에는 노숙을 하면서 그 주변을 지저분하게 함으로써 입점한 상가의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피해가 얼만큼인지는 적혀있지 않다. 현수막이 가게를 가린다는것과 농성장이 지저분하다는 것이 근거다. 그런대 현수막과 텐트의 철거만 요청한 것이 아니라 건물로부터 반경 100미터 이내에 조명시설, 무대, 음향시설 기타등등을 설치하지 말라는거다. 왜 반경 10미터도 아니고 50미터도 아니고 100미터내에서 하지 말라는건지, 왜 조명시설, 무대, 음향시설이 안되는지는 그나마 근거도 없다. 단지 집회를 하지 말라고 우기는 거다. 읽으며 화가 넘친다.
뭐 이런 얼빠진 새끼들이 다 있어. 농성장이 지저분하다고 말할거면 하다못해 쓰레기가 방치되어있는 사진 한 장이라도 첨부하든지. 그냥 농성텐트니까 지저분하다고. 집회를 하고 농성하는 텐트가 지저분한것은 입증할 필요도 없는문제냐. 손실을 입혔으면 얼만큼 손실을 입혔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자료라도 제출해야지. 아무런 근거없이 이런 허접한 내용으로 감히 농성장을 철수할것, 집회를 하지 말것, 그것을 듣지 않을때는 두사람이 각각 100만원씩 날마다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오늘이 기일인대 지난 금요일저녁에 통보를 받아서 변호사 선임뿐 아니라 준비를 못했다. 재판에 참석해서 기일을 더 연기해줄것을 요청했다. 상대방 변호사는 ‘시급하게 처분’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로 끝내고 추가 자료만 우리쪽에서 제출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재판장님, 신청취지와 경위 등에서 모두 신청인쪽의 주장과는 다른 사실관계들이 있어 확인해야 하고 우리는 위법에 대한 다른 주장을 할것이고, 시급하게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신청인들의 주장일뿐입니다.” 그러하니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판사에게 웃으며 좋은말로 요청했다. 속으로는 이런 저질서면을 작성해서 제출하며 변호사라고 돈벌어 처먹고사는 것이 바로 너로구나, 부글부글 욕하고 싶은것을 참느라 그쪽은 처다보지도 않았다.
목표한대로 2주연기를 받아 11월 24일로 기일을 받아 오는길에 서럽다. 언니가 성희롱 당하고 그것을 말했다고 해고된 억울한 사실을 검찰이 인정해도 퉁쳐서 겨우 300만원을 청구했는데, 저것들은 아무 근거도 없이 단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우리 농성을 중단할것을 요구하며, 날마다 각각 100만원씩, 200만원을 청구하였다.
뭐 이래. 아무리 돈이 사람보다 중요한 자본주의 만만세인 세상이라도 그렇지, 뭐 이래. 이럴거면 금양물류 사장에게도 작년 9월 20일 언니를 부당하게 해고한 시점 이후부터는 날마다 300만원씩 계산해서 1년이면 10억9천5백만원쯤은 지불하라고 청구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그래도 우리가 손해지만, 그래도 그정도는 해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더러운 법이 돈많은 부자들을 노골적으로 편들어주니 돈좀 있는것들은 약한사람을 보면 앞뒤분간을 못하고 환장을 하며 덤빈다. 재수없어.
2.
김진숙동지가 내려오셨다. 이런날이 오고야 말았다.
‘전망이 있는 싸움을 해야한다, 누가 책임질 거냐, 이기는 싸움을 해야한다, 현실을 봐라.’ 점쟎게 가장 현실적인 척하며 투쟁을 회피하는 말들이 지긋지긋 했었는데, 싸움의 전망이란 싸우는 자가 그 싸움에 연대하는 자들과 함께 만들며 책임은 모두가 질때 이기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뚜벅뚜벅 올라가 뚜벅뚜벅 내려오며 확인시켜준 김진숙 동지에게 고맙다. 세상에 쉬운 싸움이 어디있나. 어려워도 이렇게 싸우는거지. 의연하고 밝은 동지의 얼굴이 예쁘다.
자기일마냥 즐거워하는 동지들이 약속한듯이 농성장에 모여 밤늦도록 축하주를 먹었다. 매양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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