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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피해 노동자 분과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시는 대리인 분이 작성하신 것입니다.
6월 30일 목요일 농성 29일차
1.
날마다 비가옵니다.
민주노총 박승희 여성위원장님이 오늘도 점심 도시락을 싸오셨다고 오전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비가 오는데 어디서 먹을지 걱정을 했는데, 딱 점심시간이 되었더니 잠깐 비가 멈추었습니다.
박승희 동지가 직접 주말농장에서 가꾼 야채와 반찬들을 펼처놓고 마치 청계광장에 놀러온것처럼 둘러앉아 먹었지요. 지난주부터 쉼없이 내리던 비를 잠깐 멈추어준 하늘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 .
2.
오후 7시에는 민주노동당에서 주관하는 촛불문화제가 있었습니다. 서울 상경 후 5번째 촛불문화제입니다.
강은희 여성부장이 진행을 했습니다.
여는 말을 해주신 민주노동당 이영순 최고위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성희롱 당하고 해고된 비정규직 피해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정부기관인 여성가족부의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것을 촉구했습니다.
규탄발언에 나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나영 동지는 직장내 성희롱을 당하고 해고된 피해생존자 동지에게 지지의 말과 함께 평소의 참한 모습처럼 조목조목 따지며 현대자동차와 여성가족부를 비판했습니다.
서울대련 노래패 공감 동지들의 진지한 공연도 좋았고,
혼자서 불나비 율동공연을 해주신 동지도 감사합니다.
음---, 그러고 보니 혼자서 꿋꿋이, 끝까지, 씩씩하게 율동을 하시는 공연을 처음보는것 같습니다. 다시 못 볼 율동공연을 보여주신 동지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7월 1일 금요일 농성 30일차
1. 지난 6월 28일 텐트가 보기 안 좋다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남자 두 명이 농성장 사진을 찍으며 철수하라고 해 말다툼을 하고 갔습니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중구청 건설관리과 신00주임이라는 사람이라고 했었죠.
오늘은 3시쯤 중구청 도시디자인과의 직원이라는 사람들이 떼로 와서 역시 도시미관에 좋지 않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현수막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이름과 직책이 뭔지 명함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이름을 말해주지 않고 명함은 없다더군요.
음---, 건설관리과는 천막을 담당하고 도시디자인과는 현수막 담당이구만요.
번갈아 오는걸 보면 미리 짜고 오는건지. 민원을 넣은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면 우리가 설득해 보겠다고 했더니 개인정보기 때문에 말해줄수 없다고 하고, 내가 보기에는 건물 관리사무소 말고는 민원넘는 사람도 없을것 같구만.
문득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철학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보기에 좋은것과 보기에 흉한것은 매우 주관적인 감성이기도 하지만 성희롱당하고 해고된 억울한 여성노동자의 농성장이 보기 흉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것일까요?
그러지말고 우리도 민원을 좀 넣어볼까요. 날마다 건물관리사무소 사람들과 경찰들이 번갈아와서 농성을 방해하고 괴롭힌다고 중구청에 민원을 넣어보면 재밌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동지들 중구청의 건설관리과와 도시디자인과에 피해생존자 동지의 농성투쟁을 방해하고 탄압하지 말라고 민원좀 넣어주삼!
여성가족부 공무원은 피해여성노동자의 억울함을 방치하고 중구청 공무원은 탄압하고, 이거야 원. 손발이 잘맞는 명바기네 공무원 들입니다.
다행히 금속노조 윤종선 동지를 비롯해 3명의 동지들이 미리와서 지키고 있다가 대응해 주셔서 수월하게 넘어갔답니다. 참 이상해요. 중구청 공무원들은 여성만 있을때와 남성이 있을때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여성만 있을때는 도끼날처럼 눈을 뜨고 불법현수막과 천막을 철수하라고 지랄을 하더니 남성동지에게는 자꾸만 민원이 들어와 자기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지치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호소합니다. 참으로 겸손하더군요. 내, 참.
2.
밤 열시가 넘어 현장의 조합원들 12명이 주간노동을 끝내고 한꺼번에 방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프라이팬 꺼내 잔치를 했습니다. 엄태웅 동지가 또 실력발휘를 해서 달걀부침, 김치와 족발을 넣어 함께 볶은 특특한 안주를 해주셨는데 인기폭발이었습니다. 언니는 안먹어도 배부르다며 기분이 좋습니다. 인도 보도불럭에 앉아 지난 겨울 불법파견 투쟁할 때 무용담을 안주삼아 술먹으며 밤이 깊었습니다.
모르고 왔다가 함께 잔치에 참가한 충남전선 동지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김태석 동지, 동지가 사놓고 끝내 해먹지 못한 짜파게티가 아직 있다오. 담에 오면 꼭 동지의 짜파게티를 먹으려고 기다린답니다. ^^
3.
충남의 ‘공주시청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에서 현수막을 보내주셨습니다. 파란 현대차 마크가 큼직하게 선명하고 “글로벌 성희롱 TOP 5위, 정몽구 넌 염치도 없냐? 난 쪽팔린다!”고 써있습니다.
언니가 지금까지 온 현수막 중 가장 마음에 드신답니다. 농성장 천막 옆에 걸었습니다. 시민들 반응도 좋으네요. 지나가던 아저씨가 손으로 턱을 괴고 서서 한참을 보시더니 말씀하십니다.
“성희롱 하면 정주영을 따라갈 놈이 없어. 건드린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정몽구나 그 아들 손자놈들이 왜 부자가 됐겠어. 다 지 애비에게 물려받은 건데, 정주영이 어떻게 돈벌었는지 알아? 유신정권에 빌붙어 그 권세로 돈번놈이야. 나쁜 놈들이 위에서 성희롱 하니까, 아래까지 저 모양이지. 잘하는거야.”
한참을 화를 내시다 수고하라고 음료수 사주시고 가셨습니다.
정몽구 넌 염치도 없냐? 난 쪽팔린다!
7월 2일 토요일 농성 31일차
1.
점심시간에 진보신당 고미숙 동지와 더불어 3명의 동지가 주말농장에서 방금 속은 야채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미리 준비해 오신 밥과 강된장으로 비벼먹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들, 청계광장에서 마차 운전하시는 기사 아저씨들이 맛나겠다며 부러워하십니다. 이렇게 한가한 토요일엔 뭐하냐며 고미숙 동지가 만화책이라도 가져올까 하시길래, 냉큼 “저 만화책 좋아해요. 추리소설, SF 소설도 좋아해요.” 반색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뭐가 필요하냐고 동지들이 물어보면 필요한것이 없다고 답했었는데, 필요한게 뭔지 생각났습니다.
동지들 언니와 대리인이 농성장에 혼자 있을 때 보면 좋을 책을 가져다 주시면 엄청 감사하겠습니다.
도와주삼! ^^*
비가 안 오니까 청계광장에 하루종일 시민들이 주말을 즐깁니다. 한가한 휴일. 우리 언니는 언제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청계천에 발담그고 노는 시민들처럼 여유로와 질까요. 복직투쟁 승리하거든 농성장 걷고 아산으로 내려가기전에 기념으로 청계천 관광마차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빨리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2.
밤 10시쯤 사노위 인천지역위 동지들과 노동전선 민중 동지가 유성집회에 참석했다가 농성장에 혼자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다. 음---, 연락없이 오니까 더 반갑네요. ^^
비가 많이 옵니다. 장마가 걷힐때쯤 우리 언니도 복직했으면 좋겠습니다.
7월 3일 일요일 농성 32일차
1.
지난 금요일 동희오토지회 동지들이 사용하라고 주고가신 스타렉스가 갑자기 방전이 되어 급하게 충전했었는데, 오늘 또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보험회사 불러서 충전을 했습니다. 보험회에서 출장나온 아저씨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아무래도 발전기가 문제일수 있다고 말해주십니다. 발전기? 차에 발전기가 내장되어 있나봐요. 급한 불은 껏는데걱정입니다.
뉴코아, 동희오토 동지들과 함께 눈비맞으며 투쟁을 헤쳐온 스타렉스가 이제는 힘들다고 마른기침을 합니다. 스타렉스야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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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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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집단... 반자본주의 집단이죠. 공산주의집단. 저속한 언어로 빨갱이..부가 정보
김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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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때 열성적으로 투쟁하셨던 김광일님께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는데사실인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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