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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아는 부쩍 더 동생 본다는 행동을 많이 한다.
섰다가 상체를 숙여 두 손으로 땅을 집고 다리 사이로 뒤를 본다거나 (이건 여동생을 보는 동작이라 하고..)
수건이나 줄을 목에다 자주 건다. (이건 남동생을 보는 동작)
(홍아는 이란성 쌍둥이 동생을 보고픈 건가? 아이구머니나!)
마침 나도 홍아를 낳고 첫 생리를 시작했고,
덕분에 호르몬이 풍풍 풍기는지
말걸기도 내가 순도 100프로로 섹시하다고 한다. (음히히히히히히)
하지만 나는 몸을 사리게 된다.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하니 매우매우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에너지가 다 빠지도록 진탕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에는 신나게 놀거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면
한동안 뒹글거리며 충전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걸 놓고 뒹글거릴 수가 없다.
내 몸이 어찌되어도
홍아 밥은 줘야 하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함께 놀기도 해야 한다.
진이 빠지게 힘든 날에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더 진이 빠지고,
그러다 보니 무언가 힘든 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을 사리게 된다.
게다가 동생이 생기는 일이라니...
길을 가다가 아이 둘의 엄마를 보면 동료 의식보다 더 찐한 연민과 감탄이 느껴진다.
쌍둥이의 엄마를 보면 더더구나...
아이 셋의 엄마를 보면 더더구나...
난 하나를 보는데도 이리 힘이 드는데, 어찌 아이 여럿을 함께 볼 수 있을까?
겪어봐야 안다고들 하는데,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그렇다.
아깐 손주를 키우다 파싹 늙은 이웃집 할머니가
'나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얘 이만큼 컸으니 (17개월) 이제 그만 가도(죽어도)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하신다.
고통을 능가하는 엄청난 기쁨이 없다면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쁜 것은 지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홍아의 생존전략은 갈수록 게이지가 높아져서
말걸기는 요즘 홍아를 보는 눈이, 아주 그냥, 뿅 갔다.
입을 헤 벌리고 감탄을 한다.
얼마 전에 나와 홍아만 대전에 갔을 때
나는 일주일이 지나니 느무느무(고맙게도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 보고 싶었는데
홍아는 하루만 지나도 무지하게 보고 싶었다나..
마음이 울컥 할까봐 홍아 인형을 못 보겠단다.
아유, 살림하고 알바하고 홍아보고 넘 힘들어서 투정부리러 왔다가
결국은 또 딸 자랑하고 가게 되었네... >.<
ㅋㅋㅋ 이런 거다... 아이 키우는 건...

<홍아와, 홍아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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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요. 첫번째 사진은....정말 작품인데요. ^^ 그런데 둘은 더 수월하고 셋은 더더 수월해요...물론 저의 경험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18개월 정도까지만 희생(?)을 한다 치면 아이들이 많은 건 권해볼만 한 일인 것같아요. 셋이 지내는 거 보면 뭔가 뿌듯하고 그런 게 있더라구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일요일에 혹시 은평축제에 오실 수 있으면 연락 주세요~~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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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홍아랑 할머니랑 함께 웃는 그 순간을 담게 되어 무척 기뻤어요. 둘이 함께 웃은 다음엔 할머니와 홍아가 손을 잡고 흔들었는데 그 장면은 아쉽게도 못 찍었네요.아이 많은 집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저도 고등학교 때까진 '아이는 무조건 많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둘째를 생각하려니 제 일도 마음에 걸려요. 둘째도 낳는다면 제가 어느 정도까지는 키우고 싶은데, 그러고 복직을 하면 늦은 나이에 너무 경험이 없게 될까봐, 또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까마득해요. 안 그래도 늦게 일을 시작해서, 남들은 담임 10년에 부장 5년쯤은 할 나이인데, 담임 2년 경험으로 새로 일을 배우려면.... 교사가 하는 일이 수업 많고도 엄청 많더라고요. 나이가 감당해야 할 몫도 있고요.
감을 잃어서 장기 육아휴직을 했다가 못 돌아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서 더 조바심이 나는지도 몰라요.. 지금 제가 한껏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돌아갈 자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선배 언니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둘째를 낳은 일이라고 하면서 둘째는 생각하면 못 낳는다고, 그냥 확 저질러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감당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면 머뭇거리게 되네요.
좀 자란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면 정말 하루님 말처럼 뭔가 뿌듯한 걸 엄청 느낄 것도 같지만, 그 때까지가 엄두가 안 나요. (그래서 그 길을 먼저 간 하루님 이야기가 많이 보고 싶어요.)
아, 둘째는 안 낳는 순간까지, 어쩌면 제가 생식 능력이 있는 순간까지도 고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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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첫째도 안낳은 나로서는. 언제 어른이 되려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엄두도 갖질 못한다. ㅋㅋ 그래 너라면 둘째를 당연히 낳을 법도 한데 세상실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