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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가 요즘 부쩍 많이 먹는다.
평소 먹던 시간의 3배쯤 젖을 먹는데
어제, 오늘 쉬야만 왕창 보고 응가를 안 했다.
평소 응가를 하루에 다섯 번쯤은 봐 주기 때문에
이렇게 먹는데도 응가를 안 하다니 무슨 일일까? 쫌 염려가 됐다.
저녁에 되자 밀렸던 응가가 한번에 나왔다.
우와!!! 대단하다. 이건 정말 볼 만하다.
기저귀 밖으로 안 새 나와 준 게 감사한 따름.
그런데 평소 홍아 응가는 꼬소한 냄새와 신 냄새가 함께 나는데
이번 응가는 신 냄새만 무지 심하게 난다.
그리고 응가 상태가 평소랑 다르다.
묽긴 해도 치즈 뭉치 같은 거랑 맑은 황금색 응가였는데
(아가 응가지만 비위 상하신다면 미안~. 하지만 난 홍아 똥 보는 게 참 좋아요~)
오늘 응가는 미끈둥하고 덩어리도 별로 안 뵌다.
닦아주는데 감촉도 평소랑 다르다.
혹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삐뽀삐뽀 119'를 들춰봤다.
근데 목차를 보다 보고 싶은 응가는 안 보고
눈에 속눈썹 들어가는 거랑
(왼쪽 눈에 자꾸 아래속눈썹이 들어간다. 눈물이 글썽~ 크면 나으려니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병원가란다. ㅠㅠ)
눈에 티 들어가는 거랑
(요것도 자주 있는 일. 눈물이랑 나오려니 했는데 식염수로 행궈내란다. 그래야 하나?)
자는 거랑
일 하러 갈 때 수유하는 거랑
이것저것을 읽게 되었다.
그 중 맘에 걸리는 구절.
아가 잠을 재울 때 혼자 누워 자게 해야 한단다.
안고 재우는 것과 먹여 재우는 것은 나쁜 습관이란다.
히잉, 난 그렇게 하고 있는 걸!
그냥 원할 때마다 안아주려 하고 있는데
권위 있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쓰인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를 예견하면서
아이 버릇도 버리고 나도 엄청 힘들 거라고 겁을 주니까.
특히 나를 걱정시키는 책은 '베이비 위스퍼'.
도움되는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고 위축되고
강박이 생긴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다.
이 책은 아이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기 시간을 보내려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책.
계속 경고를 하며 겁을 먹게 한다.
- 지금 안아주면 아이가 금방 자니 편하지? 하지만 정말 무거울 때도 버릇되서 자꾸 안아달라 그러면 어쩔거야? 모유를 계속 먹이면 아이에게 매이잖아. 다른 사람도 아이를 보게 하려면 분유도 함께 먹여. 아이가 10분도 젖을 안 먹는다고? 머리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걸. 먹고 바로 재우지 마. 깨워 놀린 후 재워. 그래야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연결시키지 않지......
이 책을 읽으면 아이와 맺는 관계보다는
일과에 맞게 아이를 척척 키우는 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엄청 미국식이야.
이 책대로 자란 아이는 별로 반짝이지도 화사하지도 않을 것같은 느낌이다.
그냥 여러~~~~ 시민 중 한 명인 사람.
그래서 필요한 정보만 얻으려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내가 모르는 미래로 겁을 먹게 해 자꾸 마음이 위축된다.
댓글을 보니 벼루집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이렇게 마음이 쪼그라들면 슈아가 추천해 준 '친절한 육아책'이나
임신 했을 때부터 엄청 좋아하며 읽었던 '엄마 딸의 지혜'를 꺼내든다.
그러면 다시 사랑이 솟고
내면의 지혜에 귀 기울이게 된다.
마음에 해가 든다.
더 휘둘리지 말아야지.
나쁜 책은 겁 먹게 하고 위축되게 하고 아이보다는 시계를, 관계보다는 편리를 보게하는 책.
좋은 책은 이미 내게 있는 용기와 지혜와 사랑을 깨우는 책. 아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해지는 책.
내공이 약해 이렇게 활자에도 휘둘리지만, 나쁜 책에게서 마음을 지켜야겠다고 깨우치는 게 어디야.
또 마음이 힘들어지면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
<윗몸을 세우는 홍아 - 2개월이 지나자 또 엄청난 성장을 한다. 힘내라, 딸!>

<웃는 홍아 - 태어난 첫 날에도 웃었던 홍아, 이제 눈을 맞추고 오랫동안 웃기도 한다.
때론 웃음소리도 함께>


<잘 자라 딸~ - 근데 머리카락은 언제 나려나?>
댓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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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의 홍아 자는 모습 너무 예뻐요^^.. 삐뽀삐뽀 119랑, 베이비 위스퍼..는 제게도 부담스러운 책이랍니다. 아기를 혼자 자게 해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가끔씩 시도는 하지만 만만치 않고 책에서 말하는대로 하지못하니깐 뭔가 잘못하고 있는 느낌도 들지만 저도 얼마전부터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답니다. 때가되면 하겠지 하고말이죠..^^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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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게 엄청 신경 쓰여요. 필요한 것만 쏙쏙 빼 읽으면 되겠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되돌릴 수 없는 삶이라 그런가 봐요. 흥, 이제 쪼들릴 바엔 무시해 줄테닷! 우히히!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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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괜히 으쓱해요~ 포스팅중에 닉넴이 있으니깐. 슈아가 추천한 친절한 육아책, 저도 빌려 봤었는데 세세한 얘기보다, 읽다보면 원칙이 마음에 파고든다고 해야하나? 좋았어요. 그리고 엄마가 안달하는게 역시 아이들 타고난 기질을 못 바꾼다할까, 최근에 제 여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지금 한 80일 되었는데 연우랑 영판 달라요. 잘 자는 아이인게 분명히 보이더라구요... 부럽죠, 뭐.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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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길 간 사람이 응원해 주면 힘이 나는 걸요~^^ 기왕에 엄마가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니 아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단 생각이 또 드네요. 얼마 전 글에도 썼는데, 홍아가 자고 싸고 먹고 그러는 거 보면 이 아이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완전 무방비 상태여서 오히려 제가 더 튼튼해지네요.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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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 어렸을때 육아책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그리고 애는 졸리면 그냥 자던데...절대 안고, 또는 업고 안재워 봤답니다. 배고프면 먹이면 되고, 똥싸면 기저귀 갈아주면 되요...ㅋㅋ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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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아아 그런 아이도 있긴 있군요!! 욘석은 갈수록 잠투정이 심해져요. 근데 자세히 보면 속이 불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자주 게우고 헛구역질도 하거든요. 심히 괴로워하다 치즈를 지익 흘리는 걸 보면 맘이 아파요. 그래서 더 세워 안아달라 하나 봐요.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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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얻으려고 했는데 휘둘리게 되는 책 진짜루 많다는...그냥 정보를 얻는 정도로 활용하자는 그 자세 아주 건강한 자세 같아요. 지도 무지하게 괴로웠는데...참나.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생긴 기질대로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인 듯 해요. 힘내세요. 파란꼬리~!!! 근데 지가 보기엔 파란꼬리 무지 잘하고 계신듯. 기본적으로 아기에게 맘이 열려 있는 듯 부럽삼. 홍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