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라는 단순한 위력

"... 그는 이 끔찍한 거울의 매혹으로부터 깨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이 섬에서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는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고 배고픔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심지어는 안락을 보장할 수도 있다. 정신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성서도 있다. 그러나 대체 누가 웃음이라는 단순한 위력을 통하여 그의 얼굴을 마비시키고 있는 이 얼음을 녹여줄 것인가? 그는 두 눈을 밑으로 향하고 그의 오른쪽 방바닥에 앉아 있다가 그에게로 주둥이를 쳐드는 텐을 바라보았다. 로빈슨은 도깨비에 홀린 것이었을까? 텐이 그의 주인에게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그의 주둥이 한쪽에 섬세하게 이빨이 난 검은 입술이 쳐들리더니 두 줄의 송곳니들이 드러났다. 그가 머리를 한쪽으로 이상하게 기울임과 동시에 개암 같은 그의 두 눈이 조롱하듯 일그러지는 것만 같았다. 로빈슨은 두 손으로 보드라운 털이 난 그 개의 큰 머리를 잡았다. 그 시선은 감동한 듯 흐려졌다. 잊어버렸던 열기가 그의 두 뺨을 빨갛게 물들이고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여린 경련이 그의 입가를 떨리게 했다. 그것은 마치 우즈 강가에서 3월 첫 훈풍이 다가오는 봄의 떨림을 예감케 해줄 때와도 같았다. ..."

-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굵은 글씨는 작가)

 

 

사람은 대체 어떻게 웃기 시작했을까, 웃게 되었을까. 혹은 어떻게 웃음이라는 기호를 인식하게 됐을까. 눈을 꼭 감거나 찌푸리고 입이 찢어질 듯 이빨을 내보이며 크게 벌린 채 숨이 넘어가도 괜찮다는 듯 단발음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얼굴과 목과 온몸의 근육들의 경이로운 협동작업을,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서로를 전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의 방출을,  인간은 어떻게 긍정적인 기호로 받아들이게 됐으며 숱한 웃음의 곁가지들을 사회적 기호로 사용하게 됐을까. 길고 먼 시간의 역사에서 인간종의 진화를 볼 때 웃음은 도대체 어떤 생존력을 인간에게 안겨준 것일까. 우리는 대체 웃음에 대해 백 분의 일이라도 알고 있을까. 웃음은 원인도 결과도 아닌, 어떤 힘 또는 운동 그 자체이지 않을까.

 

그러나 대체 나는, 웃음이라는 단순한 위력을 통하여, 내 얼굴을 마비시키고 있는 이 얼음을 녹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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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11:28 2007/11/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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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화과 2007/11/12 15: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나는 웃는모습이 예쁜 사람들을 좋아해요.
    내 꿈은 웃는 모습이 예쁜 얼굴로 늙어가는거예요.

  2. 비올 2007/11/12 17: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엇. 미류가 웃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잘 모르는구나. 아무도 말 안해줬어? ^ ^

  3. 미류 2007/11/13 16:5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무화과, 그대는 웃는 모습이 예뻐요. 그리고 잘 웃지요. ^^

    비올, 내가 너무 안 웃다가 가끔 웃어서 그런 거 아닐까? ㅜ,ㅜ 그래도 비올만 기분 좋아져도 참 좋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