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오랜 기간 집을 떠나게 되면서 산세베리아를 맡기고 갔다. 보름에 한 번씩 물을 주라는 것이 주문이었다. 어느날인가 산세베리아 한 잎이 이상해보여 살폈더니 아래서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지난번 물줘야 할 때를 사흘 놓친 것 말곤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물을 안 줘서 그런 거면 말라야 할 텐데 이건 썩는 것 같은데?
동생에게 나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정리하고서는 썩은 잎을 조심스럽게 치웠다.
며칠 전 다시 같은 상황이 되었다. 다른 잎 하나도 아래서부터 썩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에이, 정말, 이게 뭐지?
이번에는 인터넷을 뒤졌다. 뒤졌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네이버로 "산세베리아" 검색하니까 내가 궁금한 내용이 바로 나오더라.
겨울철에는 생육이 활발하지 않아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됩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아래서부터 썩는답니다. 하지만 썩은 부분을 충분히 잘라내고 마른 모래에 심어놓으면 다시 잘 자란답니다. 그런데 원래의 잎과는 다르게 둘레의 노란 테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름이었는데... 직사광선을 충분히 쬐어주지 않아 자라지를 못했고 그러다보니 썩었던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게 직사광선이 필요하다는 건,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짐작치 못하는 정보도 아니었는데.
어제는 집에 들어가 썩어가는 산세베리아를 잘라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관심이 부족했던 탓에 생명을 하나 버린 데다가 하나를 아프게 했던 것. 내게 산세베리아는 '동생의 것!'이었을 뿐, 한 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이 아니었던 게다.
어제서야 먼저 보낸 산세베리아의 유언을 듣게 되었다.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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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2007/09/13 12:2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음... 우리집에서도 산세베리아 키우는데
산세베리아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하나씩 잎갈이(?)를 하더라구요. 하나는 누렇게 마르면서 죽고 다른 하나는 새로 돋고. 전체가 썩은 것이 아니면 큰 문제 아닐거에요. 원래 그렇게 자라는 놈인듯.
산세베리아는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요. 그러니 돌보기를 잘못해서 죽였다는 자책은 안하셔도 될거 같아요. 그래도 원래 선인장 사촌류이기 때문에 햇볕을 잘 보게 하면 좋긴 하겠죠.
또... 저는 물을 30일에 한번씩 주거든요. 장마철 같은때(요즘이 가을 장마라죠)는 더 멀찍이 주시면 좋겠죠. 제 생각에 15일은 요즘 같은때 오히려 너무 잦지 않은가 싶어요. 사흘 놓치신 것이 잘한 일이신거 같은데^^
칸나일파 2007/09/13 16: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래서 난 살아있는 건 식물이건 동물이건 안 키운다는...슬픈 전설이..
미류 2007/09/13 16: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바리, 모두 잎갈이를 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어떤 건 새로 돋는 거랑 같이 주욱 자라기도 하더라구요. 그러게, 제가 물을 너무 많이 먹였어요. ㅜ,ㅜ
칸나일파, 응, 나두, 하지만, 그 분이 거기 계셔서...
적린 2007/09/13 20: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음음.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남은 아이들 잘 키우시길... ^^
미류 2007/09/14 13:0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고마워요. ^^ 잘라낸 산세베리아는 사무실로 옮겨서 심어봤어요. 다시 잘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