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해서 혹은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워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니라,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밀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야기를 들어 줄 적당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비밀은 점점 무거워진다. 하지만 만약 잘 들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그 이야기들은 비밀도, 나를 설명하는 유일하고도 특별한 것이 되지도 않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언니네 방 2 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구했다. 교보문고에서 1권 미니북까지 함께 준 덕에 언니네 방을 두 칸이나 흘끔거릴 수 있게 됐다. 1권이 나왔을 때,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고, 막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미루다보니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렇게 만난 언니네 방 프롤로그에 위의 말들이 있었다. 비밀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언젠가 나는 참 비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참 재미없는 사람인가 보다 싶기도 했고. 그러다가 말 못할 이야기들이 조금씩 쌓여갔고 빛이 바래는 만큼 무거워지기도 했다. 더이상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때가 되었는데 빛도 냄새도 소리도 사라져 그 무게를 지울 수 없게 되면 어쩌지, 두려울 때도 있다.

 

그 무게의 절반은 내 몫이기도 하다.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되기,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말을, 나도, 편견과 사심없이 듣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욕심, 나부터,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

 

몇 년 동안 들어가지 않게 됐던 언니네 방을 다시 기웃거리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그런 마음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여전히, 언니네 방에는 언니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가 편견과 사심없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그 자리, 그 자리가 소중한 거다. 그러니, 고마운 말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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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14:11 2007/04/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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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엠 2007/04/17 04:3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의 글을 읽고 언니네2를 샀더니...1도 주더군요. ^^ 미류 방명록도 폭탄 맞았네...

  2. 미류 2007/04/19 11:5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헤헤 작은 책이 같이 나오니까 기분이 좋더라구요. ^^ 근데 1권 사이즈가 더 맘에 들었어요.
    한편...엉엉 진짜 폭탄... 이제 피하지도 못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