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키가 주문한 것은 파스티초라는 고기 파이였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파이를 나이프로 조심스럽게 자르고 있는데 "저기 혹시 컨디션이 안 좋아?" 하고 갑자기 미사키가 물었다. 어금니의 통증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식사를 하고 있었으니, "어제 사랑니를 뺐어" 하고 말하면 간단히 정리될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왠지 그 사실을 그녀에게 곧이곧대로 말하고 싶지 않아 "별로 나쁠 건 없어"라고만 했다. 나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눈에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 오늘밤 내 모습을 사랑니를 뺀 탓으로 간단히 정리하고 싶지 않은 아주 모호한 기분이 들었다.
...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에서
모호한 기분. 가끔은 모호하게 해놓고보면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