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왜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는가?
- 양재훈
그 동안 리비아 내전을 놓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좌파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어 왔다. 카다피를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 반군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 중립적인 입장 등 화해 불가능한 대립을 보여 왔다. 무엇이 이런 혼란과 혼동을 야기하고 있는가?

반미/반제면 다 우리 편?
반미 반제 입장을 취하기만 하면 올바른 노선이라고 믿는 좌파들은 카다피를 지지해 왔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스탈린주의 ․ 마오주의 정파들과 이들에게 견인된 일부 트로츠키주의 그룹들이 포함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위 “국제사회”나 유엔의 “인도주의적 개입” 배후에 있는 제국주의의 실체를 보려 하지 않는 좌파들(예를 들어 한국의 진보신당 같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나토의 개입을 지지해 왔다.
한편 신중하게 중립을 취해야 한다는 제3의 입장도 있다. 이들은 카다피의 반제국주의적 명망은 최근 십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제국주의에 굴종함으로써 이미 변색되어 버렸으므로 그는 단지 독재자에 불과하고, 한편 반군은 공공연한 친제국주의 분자들이자 대부분이 구체제로부터 도망 나온 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카다피 진영이나 반군이나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동의 기본 성격
이 중립론은 카다피에 반대하여 일어난 대중들의 봉기라는 운동의 기본적인 성격 문제를 무시한다.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학살 탄압으로 인해 대중봉기가 완연한 내전으로 전환된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물론 리비아 반군은 그들의 목표에 있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이었고, 그 지도부는 친제국주의적인 자들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는 이집트와 튀니지의 봉기 대중들도 그러했다. 반군 대열 내에 이슬람주의자들의 존재를 지적하는 좌파들도 있는데, 이들 좌파는 이집트혁명 대열에도 이슬람주의자들이 대거 존재했음을 잊은 듯하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 봉기의 성격은 그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가? 봉기의 전체적 성격이 그 동맹세력(여기서는 서방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결정되는가?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반군 편에 서서 개입했다고 해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혁명에 반대해야 하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1980년 폴란드에서 노동자 반란이 오로지 레흐 바웬사의 친제국주의에 의해 그 성격이 결정되지도 않았고, 미국 레이건의 연대노조운동(솔리다르노시치) 지원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았다. 지도부나 동맹세력의 성격 같은 왜곡 및 굴절 요인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자들은 이 위대한 노동자운동을 지지했다. 한편 스페인내전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부르주아 민주주의 공화정부와 파시스트 프랑코 세력 사이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중립을 취했던가? 한편으로 프랑코의 공격에 맞서 공화정부를 방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혁명의 전진을 위해 일관되게 투쟁했던 것은 바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 앤드 프리덤>을 보면 이런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반란 내에서 혁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
물론 나토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물질적 이유를 가지고서 반군을 지원했다. 미국과 EU는 올 초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타도로 떨쳐 일어선 대중봉기에 직면하여 위선적이고 얼버무리는 기만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실추되어버린 권위와 아랍 세계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리비아에서는 서둘러 반군을 지원했다.
지금 벵가지에 있는 국가과도위원회의 구성을 놓고 볼 때 반군 지도부의 주류가 제국주의 다국적기업들에게 경제의 많은 부분을 군사 지원 및 합법정부 승인의 대가로 넘겨주려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도부 내 이슬람주의에 뿌리를 둔 다른 분파는 이슬람율법 샤리아를 헌법체계 속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든 것에 맞선 투쟁을 시급히 조직해야 하며, 혁명적 수단에 의해 국가과도위원회를 몰아내야 한다. 혁명을 만든 전투 일선의 반군 전사들과 해방된 도시들의 민주주의투쟁 세력들의 존재가 지도부나 제국주의 때문에 지워지거나 무시될 순 없다. 반군 지도부의 범죄나 제국주의자들의 책동 때문에 리비아혁명이 맛이 갔다고 단념해버린다면 이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반란 내에서 혁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일관된 민주주의와 국제주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레닌과 함께 러시아혁명을 이끈 레온 트로츠키는 1938년에 지금 리비아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구체적 사례를 놓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랑스령 알제리 식민지에서 민족독립의 기치 아래 반란이 내일 일어나고, 여기에 이탈리아 정부가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이끌려 식민지 반군에게 무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파시스트 제국주의[당시 이탈리아 제국주의]가 식민지 반군 편에 서서, 민주주의 제국주의[당시 프랑스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반란에 개입하는 사례를 의도적으로 취해 보았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알제리 반군에 보내는 무기 선적을 막아야 하는가? 초좌익주의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혁명주의자라면 이탈리아 노동자들 및 알제리 반군과 더불어 이 같은 대답에 대해 분개하며 고개를 돌릴 것이다. 설사 파시스트 이탈리아에서 같은 시점에 해상 총파업이 발발했다 하더라도 이 경우에 파업노동자들은 반란에 나선 식민지 노예들에 대한 원조 물자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을 위해서 파업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주의자가 아니라 비겁한 조합주의자에 불과할 것이다.”
지도부의 반동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프랑스와 영국의 제국주의자들이 리비아 반군에게 무기와 물자를 보내고 싶어 한다면 의당 리비아 반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것을 받아야 하며, 미국 프랑스 영국의 노동자들은 이를 막지 않는다. 지도부의 반동적 성격을 들어, 또는 리비아가 필연적으로 친제국주의 종속국이 될 거라고 예측하여 무기와 물자 수송에 반대하는 좌파들은 최악의 비관주의자들이다. 결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으며, 현재 수천 명의 반군 전사들이 무장하고 있고 민주적 토론의 공간이 존재하는 한 건강한 혁명적 결말로 나아갈 희망은 아직 충분히 있다. 카다피 아래서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잔혹한 독재와 테러가 있었을 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나 제국주의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는 자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들의 싸움이 대부분 그들 자신의 인민들에 대항하는 싸움일 경우에 특히 진실이다. 카다피 정권은 무기를 들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나선 인민들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전체주의적 독재였다.
반군에 대한 제국주의의 지원은 이 지원이 혁명을 지워버리고 그것을 제국주의적 침략/점령/병합으로 전화시키지 못하는 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카다피와의 투쟁과 전투는 압도적으로 시민군 전사들이 수행했다. 반군 전사들을 따라 종군한 모든 기자들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국가과도위원회가 친제국주의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국가과도위원회의 직접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수많은 지역위원회들과 시민군 전투단위들이 존재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며, 이 혁명이 전진하도록 추동하고 이 혁명을 노동자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연속혁명으로 나아가도록 투쟁해야 한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리비아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해놓고 수개월동안 매일 폭격을 퍼붓고 수많은 인민을 학살하는 제국주의 군대!!반군이라 불리는 제국주의의 앞잡이들(그들은 대게 cia를 비롯한 제국군대의 첩자들이다)을 혁명군으로 포장하는 제국주의 언론들!!!
이들의 속임수에 꼭둑각시가 되어 제국주의나팔수를 자임하는 한국의 자칭 사회주의자들..!
제국주의군대와 첩자들과 그들의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덜떨어진 사회주의자들에 대항하여...
분노하는 인민들에게 병기를 나누어주고 어렵게 투쟁전선을 사수하는 가다피 반제진보정권...!
북아프리카와 중동 어느지역에서 지금 리비아와 같은 제국주의국가들과의 직접(아니 일방적인 공습)대결이 펼쳐지고 있는가?
석유자원을 노리는 제국주의국가의 무차별공습과 첩자들의 암살과 학살로 처참하게 쓰러져간 리비아 인민들과 불타는 깃발은 누구로부터 저주받고 있는가?
....ㅉ..
트로츠키주의자들 답군여...
관리 메뉴
본문
이 글은 트로츠키주의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카다피를 반제진보정권으로 규정하는 황당한 생각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자본주의 쇠퇴기에 모든 정권은 제국주의의 일부일 뿐이며, 민족해방 투쟁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블록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분쟁 속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고, 이때 노동자들과 농부들은 그들이 강제로 함여하든 자발적으로 참여하든 단지 총알받이 역할을 할 뿐입니다. 현재 리비아의 상황은 제국주의적 지배자를 다른 제국주의 지배자로 대치하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리비아에 필요한 것은 오직 노동자평의회 권력과 그것의 가장 급진적인 일부인 노동자혁명당입니다.
가칭)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의 모든 구성원이 트로츠키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혁명>을 구독하며 가칭)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두 트로츠키주의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저는 트로츠키주의가 자본주의 좌파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 메뉴
본문
이분들 논리대로라면 그들 자신의 규정에 따라 북에 대한 미국 등의 공격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겠군요관리 메뉴
본문
* 위 '누가 적인가' 명의 댓글과 '가칭)...지지자' 명의 댓글에 대해 아래 글을 참조할 것을 권합니다. 아래 글은 2011년 4월 당시 사노위 의견그룹 동지들이 이끌었던 사노위 서울지역위 온라인 정치신문 <사회주의자 통신>에 실렸던 글입니다. 위의 '왜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는가' 글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까지 검토해서 체계적인 논쟁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댓글 다신 두 동지의 적극적인 논쟁 기고를 당부드립니다.- 아래 -
[리비아혁명과 제국주의] 카다피를 방어하라고?
민주당 같은 자본가 정치세력과 손잡고 민주대연합을 이루기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신창이로 만드는데 앞장 선 노동운동 내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세력 일부는 현재 리비아 혁명에 반대하여 카다피를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카다피가 반제국주의 투사라는 것이다. 반면 지금 카다피에 반대하여 떨쳐 일어선 리비아 봉기세력은 제국주의의 사주를 받고 있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반제 반미’가 최고의 잣대인 이들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세력이 베네주엘라의 차베스와 마찬가지로 리비아 혁명에 반대하여 카다피 방어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들의 계급적· 정치적 본질로 볼 때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전위당 건설을 주장하며 맑스-레닌주의를 자처하는 세력이 이러한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세력에 놀아나서 리비아 봉기세력을 반동세력이라 지칭하고, 카다피를 방어해야 한다고 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노동자정치협회(이하 노정협)가 바로 그러한데 이들은 “지금 리비아에 제국주의가 군사침공을 하고 있는 상황과 카다피 반군들의 반동주의적 성격들이 분명하게 폭로되어 정세가 일변한 상황에서는 카다피 방어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올바른 입장”(노정신 73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리비아 봉기세력을 지지하고 차베스의 카다피 방어를 비판하는 남한의 사회주의자들을 “제국주의에 놀아나는 세력들”이라며, 다음과 같이 비난하고 있다.
“리비아의 ‘무장한 노동자 민중들’의 ‘무장’한 형태만 보았지 ‘무장’의 내용, 즉 무장반란군들의 계급구성, 요구, 목표는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제국주의의 이해에 따라 춤추게 되었다. 저들은 차베스는 물론이고 쿠바조차도 ‘가짜 사회주의’라고 말하면서 리비아 침공을 신중하게 반대하는 진보적 정권들마저도 규탄하고 있다.”
리비아 혁명은 튀니지, 이집트 혁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혁명이다. 지금 계속해서 예멘, 시리아, 바레인, 사우디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중동 혁명, 아랍권 혁명이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이 아랍권 혁명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혁명이다. 독재와 폭정에 맞서 민중들이 떨쳐일어선 것이다. 또한 만연한 실업과 물가폭등 같은 경제위기의 고통으로 인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기도 하다.
리비아에서 애초 민중들의 시위와 항쟁은,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달리 초장부터 카다피 정권의 무력 학살로 인해 내전으로 발전하였다. 무장반란군(‘반군’)의 기층은 노동자, 청년층, 빈민들이며, 이들이 지금 카다피 정부군과 일선에서 대치 중에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반군의 상층부에는 카다피 정권에서 넘어온 각료들과 장성들, 친서방 부르주아 정치인들도 존재하며 이들이 벵가지에 있는 과도국가평의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리비아 혁명을 카다피 축출에 제한시키려 하고 있고, 서방의 개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반면 기층의 노동자와 혁명적 청년층은 카다피 타도를 넘어 보다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를 갈망하고 있고 서방의 개입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와 목표 또한 이집트, 튀지니에서 거리에 나선 노동자 민중들이 외친 것과 동일한 ‘독재 타도’이며, “생존권 쟁취”라는 것도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집트, 튀니지를 넘어 예멘, 시리아, 바레인 등 아랍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과 그 본질적 성격에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정협은 리비아 반란의 상층부 인사들이 서방의 개입을 환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반란이 민주주의혁명이 아니라 반동적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87년 6월항쟁에서 상층부를 이룬 김영삼 김대중이 친미세력이라고 해서 6월항쟁이 민주주의혁명이 아닌 반동적 성격으로 바뀌는가?
맹목적으로 카다피를 지지하는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세력들은 리비아에서 봉기가 시작하자 봉기 세력에 대해 친제국주의 또는 친왕정주의라고 규정해버리고, 봉기의 맥락(중동혁명, 아랍혁명의 맥락)과 독재를 타도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분명한 열망을 처음부터 무시하였다. 리비아의 봉기자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물론 동질적이지 않다. 그러나 봉기자들이 이집트에서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사람들이나 벤알리를 퇴진시키기 위해 튜니스에서 시위를 벌인 사람들과 그 성격에서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맑스-레닌주의를 자처하는 노정협이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세력에게 놀아나서 아랍혁명의 일부로서의 리비아혁명을 부정하고 ‘서방 제국주의 대 반제투사 카다피’의 구도로 몰아가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런 짓이다.
한편 우리는 차베스가 서방의 리비아 침공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 않다. 반대는 당연하다. 그러나 서방 제국주의의 군사 개입 이전부터 이미 차베스는 리비아 봉기세력을 비난하고 카다피를 옹호했는데 우리는 여기서 차베스가 말하는 ‘21세기 사회주의’의 기만성을 지적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노정협은 이런 사실은 애써 못본 체 하고 교묘하게 ‘리비아 침공 반대’가 쟁점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 세력이 리비아에 개입하는 목적은 그들이 내세우는 ‘인도주의’가 아니라 반군 내 노동자와 혁명적 청년층 대신에 상층부의 친서방 세력이 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리비아혁명이 급진화 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그리하여 리비아 내 서방측의 이권과 영향력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리비아혁명이 사우디 등 친미 왕정국가들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중동 및 아랍권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국주의적 패권과 영향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반군의 상층부만이 아니라 기층의 노동자, 청년층도 한때 카다피의 반격으로 궤멸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서방의 개입에 반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봉기세력 · 반군의 성격이 제국주의의 사주를 받는 세력이나 반동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리비아 혁명은 카다피는 물론이고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는 노동자, 청년층의 주도 아래 있다. 제국주의 개입에 반대하면서 계속해서 카다피 정부군과의 내전을 수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편 서방의 군사개입이 시작하자 카다피를 방어해야 한다며 모든 리비아 사람들이 반제국주의 공동전선을 결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노위 신문 8호에 실린 “제국주의에 맞서 리비아를 방어하자!” 기사도 그 중 하나인데, 이 기사는 리비아 노동자계급이 "카다피와 일시적으로 제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제국주의의 타겟이 된 자들(여기서는 카다피 정권)에 대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자동으로 편을 들어야 하나? 현재 놓여 있는 정치적 맥락이나 양측의 전쟁 목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러나 이 반제 공동전선의 목표가 무엇일 수 있겠는가? 카다피와 리비아 노동자들이 어떤 당면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인가?
지금 리비아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제국주의자들이 누구를 공격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리비아 혁명이 카다피 체제를 타도하는 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다피와의 공동전선이란 ‘불가능’ 그 자체이다. 물론 리비아에 개입하고 있는 서방 나라들의 노동자 민중들은 개입과 공습에 반대하는 항의와 시위를 전개해야 한다.
북한, 이란에 대해 미 제국주의가 벌이는 전쟁위협 책동에 반대하여 북한, 이란을 방어하는 것과 리비아 상황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 리비아를 방어하라는 것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리비아 혁명을 멈춘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리비아 혁명처럼 북한 혁명이나 이란 혁명이 전개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제국주의에 맞서 북한 이란을 방어하라!’가 아니라 당연히 ‘북한 이란 혁명의 승리!’를 내걸어야 한다.
리비아 내에서 반군을 비롯한 민주주의 혁명세력이 제국주의자들에게 개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 혁명 세력이 제국주의자들의 반카다피 개입이 낳아 놓은 효과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개입과 공습으로 인해 보안군과 용병대 등 카다피의 탄압기구가 약화되었다는 이유로 이 탄압기구에 대한 이제까지의 투쟁을 중지하고 카다피와 제휴해야 할 것인가? 리비아의 반란세력은 어떤 경로로부터 오는 것이든 그들이 거머쥘 수 있는 무기는 그 무엇이든 거머쥐어야 하며, 그럴 자격이 있다. 우리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 우리의 전략은 이집트와 튀니지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반란세력의 전투를 도울 수 있도록 사람과 무기로 지원에 나서도록 호소하는 것이다. 나아가 반란세력은 새로운 상황을 이용하여 전투를 밀고 나아가야 한다. 스스로를 보다 효과적인 전투 단위로 조직하여 빼앗긴 도시들을 다시 장악해야 한다.
카다피가 제국주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트리폴리를 방어하기 위해 “무기고를 개방하여 인민을 무장시키겠다”고 말한 걸로 보도되고 있다. 카다피가 통제하는 영토 내에서 민주주의혁명의 지지자들은 무기의 즉각 분배와 민중적이고 민주적인 의용군 창설을 요구해야 한다. 제국주의자들이 만약 지상군 공격과 리비아 본토 점령을 시도한다면 이 의용군은 원칙을 분명히 하는 선에서 카다피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하지 않은 채 카다피 세력과의 공동전선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체의 점령 시도를 패퇴시키고, 의용군들 자신들이 카다피와 그의 체제를 타도할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공동전선 전술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것은 제국주의의 지상군 공격과 리비아 본토 점령 시도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경우를 전제로 해서다.
리비아 혁명은 지금 기로에 섰다. 만일 카다피가 제국주의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이용하여 자기 체제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반란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은 아랍혁명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리아와 예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혁명의 확산과 이집트, 튀니지에서의 제2 혁명에 당장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제국주의에 맞서 ‘카다피를 방어하라’거나 ‘카다피와 제휴하라’는 것은 리비아혁명을, 나아가 아랍혁명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는 반동적인 슬로건이다. 카다피 체제 타도와 함께 아랍 전역에서 제국주의 타도와 자본주의 타도를 향해 계속 전진하는 ‘영구혁명’을 통해서만이 리비아를 비롯한 아랍의 인민들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빵과 평등을 찾을 수 있다.
2011년 4월10일
양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