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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더위는 다행스럽게도 한꺼풀 벗겨지고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나, 누구냐고 물어봐야할지도 모르는
아니 오히려 지금의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물어볼지도 모를일이다.
너무나 고마웠던 친구들.
나를 보내주기 위해 가지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던 고마운 사람들
세상이 무너지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끝없이 우시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걱정마라시던 엄마
모두를 뒤로 하고 형식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재판, 그리고 애써 웃으면 손흔들고 뒤돌아섰던 발걸음
그리고 많이 관심 가지지 않았던 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
신입방에 들어갔을 때 있었던 사람들의 면면이
아직도 다 기억난다. 그리고 1년 2개월을 시간들이 모두다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주 작은 것들도....
이를테면 인천구치소의 떡볶이와 청주교도소의 떡볶이가 어떻게 다른지까지도.
내가 썼던 편지들, 답장의 내용과 그 편지를 받았을때의 기분까지도
지금 내가 2년전의 나에게 해줄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당신과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그럴까?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준비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지?
네가 너이기를 바라지 말라고, 1년 2개월동안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너는 이제 네가 아닌 누군가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줘야하나?
2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무엇일까?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던 그 때. 뭐라고 한마디라도 남겨놓을껄 그랬다.
나한테 해줄 말들을 남겨둘껄 그랬다.
다시, 봉숭아물도 들이고
노래를 듣고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술을 마시고
시와의 화양연화를 듣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출소하는 친구들을 맞이하고
경찰에게 잡혀가는 친구들의 소식에 분노하고 우리에게 떨어지는
무지막지한 벌금에 어이없어하고
2년전과 다를 것 없는 일상.
그런데 문득 2년전 나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 싶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2년전의 나에게 무슨 이야기라도 듣고싶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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