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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다.
학교가 아닌 사회로 나와 새로운 공간에서 삶도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다.
몸이 되다.
할 일은 있고 마음은 바쁘다.
지난 한 주 뭘하며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일기장을 꺼내 뭔가를 적을 여유조차 없이 바쁘다.
쉬어도 쉬는게 아니다.
그러질 못한다.
내가 들여다 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
순간 순간마다 피해자 친구를 잊어 버릴 때가 있다.
바쁘지만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활력을 주고 받으며 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한쪽 구석 어딘가에서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그 친구를 잊어버리는 내 무정함이 참 싫다.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친구의 고통을 나눌 수가 없다.
본래 나눠지지 않는 것인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하려고 짐을 나눠 든 것이 아니었는데
내 능력 밖에 일들로 조금씩 버거움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새삼 내 앞에 참으로 어려운 숙제들이 놓여있구나 싶다.
가을이다.
더욱 바빠졌다.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회의결과 상황을 전달 받았다.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들을 듣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 순간부터 2차라는 말을 싫어하기로했다.
흔히 남성들이 어디서든 어떻게 도와주는분들과 가는 2차도 싫고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로 떠들고 자기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2차 가해자도 싫다.
나를 힘들게 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도 이해하려하지 않는 최소한의 미안함도 없는 그/녀들이 싫고 어쩔때는 가엾기까지 한다.
뜬금없지만 잊지 말자는 의미로 적어두어야지 '성매매 완전 비범죄화' '통념으로 부터 벗어나기'
작년 이맘때 할머니는 곧 죽음을 앞둔듯 보였다. 더 이상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진주의료원 요양병동에서 입원중이었다. 그때 할머니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울고 있던 아빠를 봤다. 그리고 나도 할머니 손을 잡고 울어버렸다. 어쩌면 지금 잡은 할머니의 손이 살아생전 마지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적적으로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 물론 여전히 일어나서 화장실가는 것도 힘든 할머니다. 그래도 속은 깨끗하고 음식도 잘 잡수신다. 할머니의 입원과 퇴원이후 최근 진주 의료원 사태를 보며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진주 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없었으면 할머니는 지금 어쩌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진주 의료원 폐쇄이후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자본은 이렇게 끔찍하다. 이윤앞에 한 사람의 생명, 삶은 없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독립, 해방, 전쟁을 겪는 와중에도 8남매를 낳고 기른 할머니. 평생 살면서 자신을 위해 마음 편히 10원도 못썼을 열심히 살았고 이제는 조금 누려도 될때가 왔는데 병과 세월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
사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한 노인의 삶을 오로지 개인에게 전가하는 자본은 할머니를 누가 모시냐? 병원비는 누가 내냐? 등으로 8남매를 다투게하고 아프게 한다. 그리고 아들들은 말로는 효자이나 할머니 샤워를 시켜드리거나 밥 한숟갈 먹이거나 할 줄을 모른다. 그저 며느리, 딸에게 모든 역할이 주어진다.
대체 이 굴레는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언제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여/남 할 것 없이 함께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예의를 지킬까.. 나는 사람들과 보통의 남성들과 다르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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