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주와 매스주 등 100여개 병원의 OSHA log를 코딩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다들 돈받고 해야 되는 일이라 하나, 한푼도 안 내고 강의듣고, 세미나 참석하고, 컴퓨터/책상 등 사용하는 것으로 됬다 싶고, 도대체 미국 산재보고체계는 어떤지 배울 심산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함께 작업을 하는 박사과정 간호사인 카렌이 마침 내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Journal of AAOHN에 게재된 OSHA관련 논문을 하나 주었다.
10인이하 사업장이나 덜 위험한 사업장은 예외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사업장은 노동자의 부상과 질병에 대해 OSHA 300 log으로 불리우는 양식을 기록하고 보관하여야 한다. 주로 산업간호사나 안전담당자, 혹은 인사과 직원이 관리를 맡게 된다.
보고서 작성의 목적은 업무관련 부상과 질병을 분류하고 개별 사례의 중증도를 기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입장에서는 발생한 부상과 질병의 구체적 내용과 경위를 파악하는데 사용한다.
300 log와 별개로 요약보고서가 있는데, 고용주는 일년간 각 범주별 질병과 부상의 총 건수를 기록하여 전년도 자료와 함께 매년 2월1일에서 4월30일 사이에 노동자들이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게시하여야 한다. 사업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경우에는 물론 각 곳에 다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300log에 기록된 부상이나 질병은 산재보상과는 별개이다. 산재보상 신청여부와 상관없이 OSHA 300 log에 기록하도록 정한 기준(recordability)에 해당되는 모든 질병과 부상에 대해서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에서 산재보상처리 된 사례가 OSHA 300 log에 기록되어 있었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다.
OSHA 300 log에 기록하도록 정한 기준(Recordability)은 업무관련성이어야 하고, 사망/의식상실/작업시간손실/작업활동제한/업무전환/응급처치 이상의 의학적 처치를 초래한 부상이나 질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노동자의 needle stick이나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상처(혈액이나 병원체 감염이 우려되는)는 모두 기록해야한다. 또한, Lead standard와 같은 특정 standard하에 규정된 medical removal criteria를 충족시키는 모든 사례도 기록해야 한다. 활동성 결핵환자에게 노출된 결핵감염과 청력손실 관련기준에 해당되는 사례도 기록해야 한다. 응급처치만 받은 경우는 기록할 필요가 없는데, 응급처치의 범위에는 일반의약품 복용, 파상풍예방접종, 상처처치(소독, 밴드, 거즈패드 등), 냉온요법, 탄력붕대감기, 임시 부목고정, 안대, 손가락 보호대 사용, 눈의 파편(조각)을 제거를 위한 핀셋사용, 눈의 이물질 제거를 위한 면봉사용이나 세척이 포함된다.
기록할 사항은 발생일시, 직종, 부서, 부상/질병의 양상(outcome of injury/illness), 부상/질병 이유(기전), 해당 신체부위, 작업제한일수, 작업휴무일수, fatality이다.
노동부 통계국에서 발표하는 부상/질병 발생률과 개별 회사의 발생률을 비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 기록이 정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런데,,,, 막상 각 병원에서 보내온 OSHA log를 들여다 보니 참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우선, 각 병원마다 직종이나 부서를 구분하는 것이 제 각각 다르다. 양식에는 그저 빈 칸이 주어져 있을 뿐이기 때문에 사업장별로 알아서 직종과 부서를 구분해서 쓰는 수 밖에 없다. 워낙 약자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여서 더더욱 구별하기가 어렵다. 손으로 흘려 쓴 경우는 최악의 상황. 질병양상도 나름대로 정해놓은 기준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업무제한이나 작업휴무일수가 0 인경우가 태반이고 주로 근골격계증상이 많은테, 냉온요법 이상 무엇을 했을까가 의문스럽고...(엄격하게 기록할 것과 아닌 것의 구분이 잘 안되는 듯함) 이유(기전)을 기록하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 달랑 증상과 부위(예:strain/sprain, leg)만 적어 놓은 것.
그러나, 간호사에서부터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낙상, 자상, 환자에게 당한 폭력, 주사침 찔림 등 각종 다양한 상황들은 대략 그려질 수 있다. 약 100여개 병원에서 5년동안 기록한 OSHA log를 분석하는 것이니, 그래도 무언가 설명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도 산재보고서만이 아니라, 건강관리실 업무일지 등에 증상만 쓰지 말고, 이유(기전), 치료를 위한 결근일수나 작업제한 시간 등을 기록하는 형태로 변경해볼 수 있을까? 특히, 근골격계증상이나 병원에서의 needle stick injury등에 대한 감시방법으로서 적절한 기록양식의 개발과 의무화를 고려해보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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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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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2002년 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정진주박사가 펴낸 자료집에 심각한 실태가 보고된 이후 경북대병원 30명 집단산재신청이 있었지요. 저희병원간호사들보면 3시간 잔업은 수당없이 예사로 합니다. 심지어 MRSA에 의한 폐렴을 개인적으로 치료받는데, 개원이래 업무상 감염성 질환이 공식적으로 0건이라고 합니다. 이제 막 민주노조가 들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전임 보건관리자를 채용하는 단계에 있어 내년부턴 보건사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산업보건의로서 병원보건관리도 안하면서 다른 사업장 다니면 진짜 부끄럽답니다.ku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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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구조조정을 근골격계 질환의 유해인자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연구방법론이 그걸 입증하는데 부족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수준분석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특히 인력감축같은 문제는 저항없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oh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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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수준분석을 해보고자 하고 있더군요.뻐꾸기님이 병원에서의 산업보건을 한번 제대로 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