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무생물 다 합쳐서- 내가 최근에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풍인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만2세만 넘어도 보기 힘들다가 4,50대되면서 종종 나타나기도 하는 항아리형 몸매,
코는 거의 안보이고 입도 희미한데 눈은 햄스터마냥 검은 자위 가득한 얼굴.
그런데 이 애니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간질거리면서 머리 속에 절로 떠오르는 말은 '섹시함'이었다.
인간이 가진 보는 능력의 얄팍함을 고려해보건대, 미의 척도란 진정 아~무짝에 쓸모없는 거다.
저 유연한 웨이브를 따라가다보면 그 어떤 통자 몸매라도 눈을 홀리는 곡선의 법칙을 발견해낼 것만 같다.
'하늘거린다'는 표현은 끊어질 듯 가는 개미 허리를 위한 지칭이 아니라
캐릭터의 온몸에서 뻗어나오는 가벼움의 기운을 위한 말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올리며 짓는 옅은 미소에,
무심결 손을 뻗어 뺨을 어루 만질 것 같은 기분.
사람이 날고, 고양이가 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범한 일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보니 나 역시 함께 동화된다.
에너지도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세상에서,
어쩌면 누구나 바람의 흐름만 읽으면 바람을 타고 훨훨 나는 것이 환상만은 아닐런지도...
사람보다 먼저 바람의 흐름을 깨달은 애니 속 고양이들이
거대한 태풍을 타기 위해 서로의 몸을 연결하여 거대한 공 모양으로 하나가 되었듯이,
우리도 언젠가 바람에 몸을 맡겨 하늘에 오르게 되면
서로가 뭉쳐 거대한 태풍을 즐김의 대상으로 받아넘길 그 때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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