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12월 <책과 사람> 기고글
반갑다. 내 눈이 크지 않아서인지 이런 책은 처음이다. 광고전단같은 출판사 홍보책자는 몇 번 봤지만 이건 많이 다르다. 정보와 글, 사이트, 그리고 책까지 홍수여서 진득하게 한권 붙들고 늘어지기 쉽지 않은 요즘은, 무엇을 읽을까 고르는 게 ‘독서’의 다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붙들고 늘어질 만한 책을 ‘권하는 책’이 나온 셈이니 반가울밖에...
<책과 사람>에 대해 다들 칭찬만 할듯해, 눈 씻고 ‘흠’을 찾아본다.
우선, 어렵다. 글이 어렵다기보다 전체적 분위기가 그렇다. 당초부터 ‘난 노동자’라고 규정해버려서 그런지 <책과 사람> 전반에 흐르는 이지적 냄새가 날 밀어내려는 듯 하고, 책 속의 어지러운 문패들도 눈앞에 정리되지 않는다. 늘 책을 붙들고 사는 인텔리만이 아니라, 책을 어려워하는 보다 많은 대중, 그러니까 책을 가까이하기 힘든 ‘노동자’에도 ‘책’을 이어주는 기꺼운 <책과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또 하나.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매체와의 질적 차별성을 권한다. ‘11월의 책’에서 신간소개의 양이 풍부하고, 각 분야별로 소개해내는 것이 흥미롭다. 그럼에도 요즘은 일간지, 주간지마다 전문잡지 못지 않게 책을 비롯한 ‘문화’ 판매가 유행이다. <책과 사람>이 월간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들과 질적 차별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이는 이번호를 읽으며 ‘정보가 늦구나’라고 생각했다기 보다, 앞으로 힘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갖가지 색깔과 편집의 광고가 난데없이 끼여들어 깔끔하고, 때론 파격적인 <책과 사람> 편집과 어울리지 못한 채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책 편집방향과는 관련 없는 말 그대로 ‘광고’려니 짐작하고 그냥 묻어둔다.
어쨌든 11월호 기획 ‘서점봉별기’를 읽을 때는, 많이 살지도 않은 나조차도 “나도 한때는…” 식으로 내고향 저 먼 전라도 광주고 앞 헌책방 부근을 배회하던 기억들이 아련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