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빅 UBIK
시|소설도 보고 유빅, 필립 K. 딕 View Comments
UBIK 유빅 | 필립 K. 딕 지음 | 한기찬 옮김 | 2010(1969), 문학수첩
“죽은 이가 살아나고 생명연장이 가능한 첨단사회,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물질 <유빅>을 둘러싼 음모와 반전”. 이것만으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소설이다.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미소설이라는데, 다 읽고 나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각 장의 머리에 나와 있는 유빅에 대한 광고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던 것이 마지막으로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다가 막판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유빅이라는 만병통치약에 대한 설명과 함께 썰렁함으로 마무리. 물론 그 반전은 이해못할 것도 아니지만, 앞부분에서 워낙 헤매서리... 그래도 다시 읽기는 귀찮고... 덧붙여 엘라는 나름 역할을 하지만, 조 칩에 버금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패트가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끝나는 걸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또한 어색한 표지도 짚고 넘어가자. 읽고 난 후에는 대충 표지의 일러스트가 감이 잡히지만, 읽는 도중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설에 보면 존 레논이 <유빅>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했다는 걸 보면, 그 묘사가 치밀할 듯한데, 번역은 이를 살리지 못하는 듯 싶다.
자본이 지배하는 지금의 사회상을 예견하는 듯한 딕의 1990년대 일상사의 묘사는 정말 놀랍다. 현관문이나 냉장고 문을 여닫는 데에도 모두 돈을 지불해야 하고, 건물의 관리회로가 집 주인의 신용 상태를 파악하여 신용 결제를 거부한다. 돈을 집어삼키고 열리지 않는 아파트 문짝에 열받아서 이를 고정한 볼트를 풀기 시작하자 현관문이 소송 위협을 가한다. 우리 현실도 이러하지 않은가. 신용결제 시스템, 음성제어장치, 무인경비 시스템, 화상전화 등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다만 1966년에 가상현실, 시간 역행, 반생(half life) 인간들의 냉동보관, 프리콕(텔레파시 능력자)과 일반인들이 함께 살고 있고, 프리콕들의 능력을 제거하는 관성자들도 존재하는 세상과 같은 내용은 소설의 배경인 1990년대를 지나 반백년이 다된 지금 시기에도 현실화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내는 걸 보면 정말 딕은 따라가기가 힘든 천재적인 작가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필립 K. 딕이 다루는 사건 배경은 대부분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상인데, 유빅은 상당히 경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죽은 자들의 세상과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이들 반생인들을 잡아먹고 사는 넘이 등장하는 걸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를 밝다고 할 수는 없겠다.
반생인으로라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반생인으로 살더라도(죽어 있는 상태라도)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할 듯하다. 죽은 뒤의 세상에서도 권력과 자본이 작용한다면, 그걸 어떻게 설명할까. 죽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빼앗기고 완전히 죽을 자유만이 있다면? 그런 반생은 살지 않는 게 좋으리라.
“헤르베르트(반생인들의 관을 관리하는 회사의 대표)는 조리의 가족으로부터, 그 애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두고 그렇게 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짜내는 대가로 매년 막대한 비용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어느 모라토리엄에나 조리 같은 자들이 있게 마련이에요. 반생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이 싸움은 계속될 거예요. 그것이 우리 같은 존재의 진실이며 규칙인 셈이죠.” (348쪽)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감을 잘 잡지 못해서인지 인상적인 문장을 찾지 못했다. 그냥 줄거리만 옮겨놓는다.
어느 날 초능력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회사인 런사이터 어소시에이츠의 감시를 받던 초능력자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회사 대표인 런사이터는 이들을 찾기 위해 프리콕들이 숨어 있다고 판단되는 달로 능력이 뛰어난 관성자들 12명과 함께 뛰어든다. 하지만 그곳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모든 것이 불분명해지면서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지구로 귀환했지만, 시간이 역행하면서 자신들과 세상이 쇠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게 계속 거슬러 올라간다. 살아남은 이들도 하나둘씩 뭔가 알지 못하는 것 때문에 죽어나가고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조 칩도 죽을 운명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조 칩은 달에서의 폭파 사고 당시 사망했던 런사이터로부터의 메시지를 각종 경로(화장실 벽의 낙서, 교통신호 위반 딱지, 텔레비전 광고 등등)를 통해 끊임없이 받게 되는데... 런사이터의 메시지는 시간을 역행시키는 것을 비롯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궁극의 물질 유빅만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전한다. 과연 의문의 폭발 사고는 무엇을 의도한 것이며, 사건의 숨은 배후는 누구일까. 조 칩은 진실을 알아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불확실성과 혼돈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조금씩 드러나는 유빅의 정체는 더욱 충격적이다.
자신의 존재는 물론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고 불확실한 상황. 도대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프라이버시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더 이상 언급하기 귀찮다.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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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취지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정보가 탈취당한 상황에 대해서 더 분노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댓글을 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양비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검찰이 개인정보를 탈취한 것도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그 원인 제공을 한 것도 사실이지요. 여기서 말한 원인은 부정 논란이 아니라, 20만명이나 되는 개인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것, 그렇게 중요한 정보에 대해 강력한 암호화 등의 조치를 해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죠. 손해배상 소송 들어가면 몇십억, 몇백억대입니다. 당 문닫게 만들 수도 있을 건입니다.
더욱이 일단 검찰에 정보를 빼앗겼다면, 당사자들에게 네 어떤어떤 정보들이 검찰에 넘어갔다고 알리고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이겠죠. 기업들도 다 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지난 해에 당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와 공무원들이 큰 피해를 봤던 경험을 했던 정당 아닙니까.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은 입장도 안 밝히고, 이런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도 책임자 징계도 없이, 우리 정보 빼앗겼어..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습니다. 검찰만 놓고보면 통합진보당이 피해자일지 모르겠으나, 일반 당원들에게는 오히려 가해자입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까지 양비론으로 해석되면 우리 내부의 문제를 고칠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닐까요?
앗. 정정.. 암호화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군요. 얼마나 강력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푸는데 며칠 걸릴 걸로 예상된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