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 내용 정리
아래 글은 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에 대해 쓴 오창엽 님의 프로메테우스 기사(2004/12/16 [21:23]), 토론회 자료집, 그리고 [이론과 실천] 2005년 1월호에 실린 글들을 보면서 뒤늦게 정리한 것이다. 오창엽님은 관심이 있어서인지 자료집에 실린 내용까지 참고해서 아주 세밀하게 발언자들의 얘기를 잘 정리하였다. 그는 대안사회 논의가 나오기는 하는데, 과연 '자본주의 극복이 목표'인지에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한다. 토론회 참석자 중에서 심상정 의원과 유철규 교수, 그리고 민주노총의 김태연 정책국장의 토론이 인상 깊다. 그런 고민이 필요한데...
아래 글은 오창엽 님의 기사틀을 따라서 토론문의 내용을 추가하는 식으로 썼다. 오창엽님은 기사 마지막에 "이 기사는 각 토론자들이 주장한 논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실제 토론회에서의 발언과 자료집으로 제출된 글들을 모두 참조하여 인용했습니다. 때로는 인용 표시 없이 자료집에서 옮기거나 요약한 부분도 있고, 발언과 설명의 보충이 필요한 부분을 글에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래서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ㅇ 진보정당 원내진출은 역사적 사건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이제는 좀 세월이 지나서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2004년은 진보정당이 수십 년 만에 원내에 진출한 역사적인 해다. 해방 후 수많은 혁신계 정당들이 있었으나 당수 조봉암이 간첩으로 몰려 법살되고 해산된 진보당에서 그 명맥이 끊겼다.
첫 원내진출 게다가 무려 10명의 의원을 배출시킨 민주노동당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당 부설 연구소를 창립했다. 12월 15일 창립기념토론회와 개소식을 열었다. 원내의원단과 정책보좌관들과 정책연구원들이 주요 ‘정책’을 고민한다면, 진보정치연구소는 “당의 중장기적인 이념 및 정책을 모색한다. 당의 집권전략, 각종 지배담론에 대한 대안 담론 구성, 진보이념 등을 개발한다.”를 목표라고 소개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당 지도부 5명, 전문연구자 6명, 노동, 농민, 여성, 의료계 각 1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소장과 세 명의 부소장 그리고 10여명의 상임연구위원과 50여명의 협동(비상임) 연구위원, 해외 협동(비상임) 연구위원,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2004년 3월 정당법 개정에 의해 국고보조금의 30%(약 6억원)를 정책연구소에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규모, 재정의 안정성 그리고 의미를 고려할 때 명실상부한 진보진영의 핵심두뇌 진지가 출현하려는 것이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활동을 통해 진보담론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진보정치연구소 창립토론회는 그 창립정신과 주요인물과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현장이다.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단지 행사를 소개하는 취재 차원이 아니라 창립토론의 주제와 내용에 큰 관심을 갖고 다루기로 하였다.
ㅇ 국회 안에서 자본주의 극복을 논하다
원내진출에 성공한 당답게 혹은 그것을 기념하듯이 진보정치연구소의 창립토론회는 12월 15일 국회 헌정기념관 104호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많은 언론에서 토론회를 취재하거나 주목하진 않았다.
진보정치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ppi.re.kr 에 아직 소개되어 있진 않지만 명함을 통해 연구소의 영문명이 PPI(Progressive Politics Institute)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정당’연구소가 아니라 진보‘정치’연구소다. 정치가 정당보다 넓은 개념이긴 하지만 거기에서도 당과의 독립성을 고려한 게 아닐까.
3시 20분 김영욱 부소장의 사회로 행사를 시작했다. 먼저 외빈 소개가 있었다. 자민련 정책연구소, 민주노동당고문 겸 한국사회경제학회명예회장 조영건 박사, 조승수 의원, 단병호 의원, 주대환 정책위원장 등이 소개되었다. 헌정기념관은 좌석이 총 80여석인데 70여명의 청중이 참여했다.
정영태(인하대 정치학) 교수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정 교수는 정책위 제1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현재 노동자, 서민뿐만 아니라 자본의 위기”라고 했다. 사회자가 토론자들을 소개했다. 발표 : 장상환(경상대 경제학교수 진보정치연구소장), 토론 :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교수), 심상정(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태연(민주노총 정책국장), 유철규(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장).
ㅇ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와 ‘민주적 사회주의’
먼저 장상환 소장이 자료집의 글을 토대로 발제했다. 보통 학술토론회는 지루한 발제들과 짧고 형식적인 상호토론과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펼쳐지곤 한다. 오늘은 창립토론회고 또한 저녁에 개소식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기자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토론을 예상했다. 그러나 주제의 어려움과 민감함 그리고 토론자들의 진지한 발언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토론과 비판이 전개되었다.
장상환 소장의 발제는 평소 장상환 교수의 논문에서도 눈에 띄지만 애매한 절충이 그 특징이다. 가령 국가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해야한다고 전제하고 국유화,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 등을 주장한다거나,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하고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표현한다. 그리하여 글을 읽어도 헷갈리고 발제를 들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 오창엽님이 애매하게 느낀 것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사회민주주의와 동일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 등의 주장이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일까?
장 소장은 “미국에 가보니 학자들의 머릿속에 ‘국가’와 ‘시장’만 들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경기침체의 장기화는 2000년 8월부터 시작하여 4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불안정 고용확대, 국가의 소득 재분배 기능 취약 등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조세와 사회보장체제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의 가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자료집에서 ‘현재 한국 사회경제 구조’를 도표로 소개하였다.
이 토론회의 중심 주제인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장 소장은 국가사회주의는 완전한 오류로, 사회민주주의는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등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국가사회주의를 극복하고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을 소개하였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 하에서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민주주의 + 생산수단의 사회화 또는 시장사회주의 + 사회적 조절 강화’가 그 방향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새로 눈에 띄는 것은 마이클 앨버트의 [파레콘]이 주장하는 공평성, 자율관리, 다양성, 연대, 효율성, 생태적 균형 등의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그것을 대안적 경제체제의 주요 원리처럼 소개했다. 기자는 작년에 [파레콘]을 읽고 ‘좋은 이야기’지만 학적 이해를 찾을 수 없었다. 장 소장의 발제문이 ‘파레콘’과 통하고 있음에 다소 실망하였다.
물론 장 소장은 “그러나 시장을 배제하고 참여적 계획에 의해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은 소규모 경제단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국민국가 단위로 이것을 구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비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즉 앞에서는 ‘파레콘’ 논자들이 주장한 몇 가지 가치들을 공감하고 뒤에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절충이다. ‘파레콘’의 가치들이 실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덧붙이거나 그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
장 소장은 계속해서 “소득 누진적 조세수입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거나 “분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서술한다. 즉 이 토론회 주제의 부제였던 <분배/성장의 이분법을 넘어서> 즉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성장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분배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보며, 그것이 대립하는 범주가 아니라, “분배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서유럽 사민주의나 중국보다는 좀 더 분배에 초점을 두지만 역시 절충이다. 경제성장에 더 많은 주안점을 둔 중국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는 효율성의 원칙, 환경은 생태성의 원칙, 사회는 연대성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회적 소유의 확대 및 민주적 통제의 강화라는 주제에서 기업 소유의 사회화 확대를 주장한다. “부동산의 사적 소유 제한”도 보인다. 장 소장은 “최선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 확립은 단순히 한국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합리적인 통일을 이룩하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고 서술한다. 그런 후에 장 소장은 ‘대안적 사회경제 구조’를 도표로 제시한다.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를 총체적으로 모색하는 장상환 소장의 고민과 그 열정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파레콘]을 읽었을 때의 허전함과 ‘정치경제학 비판’이 아니라 ‘정치경제학’ 차원에서도 학적 엄밀함이 떨어지는 논증과 설명 때문에 특별한 새로움도 명쾌함도 없다. 그것은 어쩌면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적 사회주의’의 담론이 그리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이러한 아쉬움은 다른 토론자들의 냉정한 비판과 지적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장상환 (2005),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모색과 방향", [이론과 실천] 2005년 1월호.
민주노동당은 강령에서 "국가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고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 하에서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를 모색해볼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 + 생산수단의 사회화> 또는 <시장사회주의 + 사회적 조절 강화>가 그 방향이 될 것이다(장상환, 2005: 59).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설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따르면 기업이라는 조직은 주주, 종업원, 납품업자, 지역사회 등 기업에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단기적 주주이익의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인 이해관계자들의 공동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이 개념을 사회전체의 운영원리로 확장하면 경제운영은 시장방임이 아니라 적절한 통제와 규제가 필수적이고 사회적 멤버십 또는 시민권을 보장하는 복지사회의 이상도 유지돼야 한다(캐빈 켈리 외, 2003). 유럽대륙 국가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가깝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사회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파레콘의 저자 마이클 앨버트는 대안적 경제체제는 공평성ㆍ자율관리ㆍ다양성ㆍ연대ㆍ효율성ㆍ생태적 균형 등의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해서 그는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시장 할당, 위계적 분업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체제로서 부와 소득의 엄청난 격차, 계급 구분을 초래하고 일반 대중은 반사회적 투자, 유해한 개인주의 생태계의 파괴로 고통을 당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역사적으로 실천된 사회주의는 실제로는 다수에 대한 소수의 조정자들의 경제적 계급지배와 동반한 정치적 권위주의적 성향의 권위적 체제로서 경제의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에게 거대한 성취와 발전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 위에서 그는 이러한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 새로운 대안 체제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생산수단의 소유가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소유를 지향해야 한다. ▲노동자들과 소비자가 직접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계급ㆍ계층 구분을 강요하는 위계적 조직을 지양한다. ▲재산과 권력 또는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아닌 노력과 희생에 대한 보상을 추구한다. ▲시장이나 중앙계획보다는 참여계획을 통해 자원이 배분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 모든 과정이 구성원 사이의 합의와 발전적 비전 제시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다. 그러나 시장을 배제하고 참여적 계획에 의해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은 소규모 경제단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국민국가 단위로 이것을 구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국제포럼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열 가지 핵심원칙을 제시한다(IFG, 2002). ① 새로운 민주주의 내지 살아 있는 민주주의 ② 보충성의 원칙(어떤 결정이나 활동이라도 그것이 지역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지역적으로 실행한다는 원칙) ③ 생태적 지속가능성 ④ 공동자산의 보호 ⑤ 다양성 ⑥ 인권 ⑦ 직업ㆍ생계ㆍ고용 ⑧ 식량의 안정공급과 안전성 ⑨ 형평성 ⑩예방조치의 원칙, 그리고 이러한 원칙 하에서 대안적 기업구조에 대해서는 "소규모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사업체는 이익, 성장, 회계장부상 숫자들에만 관심이 있는 멀리 있는 투자자들보다는 노동자, 공동체 대표, 납품업자 등 그 운영에 직접 관여된 사람들에 의해 소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규모 기업의 소유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1. 사회적 조절의 강화
첫째,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강화해야 한다. 시장은 경쟁적 환경에서 효과적인 물적 동기를 창조하고, 그에 따라 경제활동에 필요한 규율을 부과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능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시장과정은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방치할 경우 불평등, 불안정, 비효율, 물신화, 소외 등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시장 철폐와 계획에 의한 국가 사회주의적 경제운영의 오류와 한계는 분명하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경제에서는 계획의 한계가 명확하다. 정확한 정보 수집의 불가능과 동기유발의 어려움, 개인의 개성적 발전의 저해 등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종속적 신자유주의에 의해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국민국가의 기능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광범하지만, 경제위기와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조절의 핵심 담당주체인 국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다만 과거 개발국가의 역할(반봉건, 자본육성, 노동억압)과는 다른 복지국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가 공기업을 비롯한 제반조직의 공적 소유의 주체로서도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27% 수준에서 일단 OECD 평균인 41%까지 점차적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약 40조원의 추가적인 세수 수입이 기대되어 복지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소득 누진적 조세수입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2001년 현재 간접세 10.5%, 직접세 11.4%인데 대안적 방향으로서 간접세의 비중을 직접세의 1/2로 축소해야 한다. 노동자의 경우에도 고소득층은 추가적인 조세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직접세 23.2%, 간접세 12.9%의 비율이고 전체조세수입의 계층별 부담을 보면 노동자부담 33.4%(소득세 17.3%, 사회보장세 15.7%), 자본가 부담 5.2%(소득세 2.9%, 재산세 및 부유세 2%), 소비세ㆍ부가가치세 13.1%로 구성되어 있다(윤종훈, 2004). 또한 복지 재정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사회보호에 43%, 교육 15%, 건강 12%, 일반 공공서비스 13%의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고, 조세와 사회적 급부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다(장상환, 2005: 60-61).
둘째,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은 자본과 노동의 양적 투입에 근거하여 생산성향상 부가가치의 창출 등을 추구하는 투입의존형 성장론이었다.이제 성숙기를 거치고 난 이후의 경제발전단계에서는 투입과 산출의 단선적 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경제발전모델에 대한 생태주의적 접근은 단순히 환경보호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부존량이 제한되어 있는 기존 자원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환경친화적인 생산 및 분배과정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태주의적 경제모델은 정립되는 것이다. 둘째 경제발전모델에 대한 사회연대적 접근은 단순히 분배구조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국의 총산출물이 사회의 필요와 책임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되어야만 사회갈등의 잠재적 요인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사회적 생산력의 확대에 기여한다.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사회응집력을 강화하는 노동친화적이고 사회보장체계가 발전해야만 사회연대적 경제모델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적 효율성에 치중되어 있던 경제모델의 원칙이 환경친화적인 생태주의, 그리고 노동친화적 사회연대가 보완될 때 비로소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Substainable Developmant)"이 가능하다.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평등한 분배는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여러 실증연구 결과 밝혀졌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은 인적ㆍ물적 자본에 대한 원활한 투자를 저해하여 경제성장률을 낮춘다. 자본시장이 불완전하여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담보로 차입하기 어려우므로 신용제약에 직면한 저소득층은 적정 수준의 교육투자를 실행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적 자본의 경우에도 초기 부존자원의 분포에 불평등이 커지면 신용제약에 직면한 소규모 기업가들은 최적 수준의 투자계획을 실현시킬 수 없게 되므로 자본축적이 저해된다.
소득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는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물적 자본의 축적이 중요시되는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이 저축량의 증가를 통한 자본축적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개도국에서도 지나친 불평등은 투자기회와 동기를 저하시키는 반면 토지개혁 등을 통한 평등의 증대는 투자기회를 확장시키고 투자 및 근로 동기를 촉진한다. 특히 평등의 개선은 인적 자본을 증대시킴으로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경제발전의 성숙기에 접어든 경우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게 되면 인적 자본에 대한 원활한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술혁신의 역량과 여건을 악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Galor and Moav, 2003). 선진국의 경우 경제발전과정에서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적절한 분배를 통한 인적자본의 원활한 축적으로 지속적 안정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한국의 성공적인 농지개혁은 자산의 평등한 재분배의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농지개혁은 자작농이 된 농민들의 높은 자녀교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산업화에 필요한 우수한 노동력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토지자본의 산업자본화를 촉진함으로써 한국의 고도성장에 유리한 초기 조건을 제공했다.
한국의 현재 경제발전단계로 볼 때 요소투입 위주의 양적 성장론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인적 자본의 강화와 기술혁신의 촉진이 질적인 성장잠재력의 핵심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소득불평등도는 더 심화되고 있고, 부문 및 기업간 성장률의 편차는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현재 분배의 개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상황이다. 분배의 개선은 공급측면에서 인적 자본의 형성을 통하여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건강과 교육수준을 높이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 사회전체가 이득을 보게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가들도 높아진 생산성과 직접 지불임금 부담이 낮아지는 혜택을 본다. 그리고 분배의 개선은 수요의 면에서는 소비의 안정과 증대를 통하여 경제안정에 기여한다. 또한 분배의 개선은 정치사회적으로는 파업과 자살 등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킨다.
(각주. 김유선은 노동소득 분배구조 악화와 경제성장간의 관계에 관한 실증분석 결과, 임금소득 불평등 증가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노조조직률 증가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비정규직 증가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노동소득 분배 구조가 악화되고 저소득층 생활난이 가중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며 내수기반이 약화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저소득층 인적 자본 축적이 저해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며; 사회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정치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저하되고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며; 파업이 증가하고 생활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갈등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소득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서 최저임금 현실화, 산별 교섭 촉진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 비정규직 차별 제어, 연대임금정책, 연대복지정책 등을 들고 있다.)
재분배의 범주에는 1) 소득 및 소득취득능력을 재분배하는 정책으로 누진적 조세와 소득 이전, 인적 자본을 포함한 자산의 재분배 및 자산가격(최저임금 등)에 대한 개입, 2) 빈곤 계층의 소비능력을 변화시키는 정책으로 재화와 용역의 재분배 및 재화와 용역의 가격에 대한 개입(기초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등) 등이 포함된다. 한국사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시급한 재분배정책으로는 재산과 소득에 대한 누진적 조세 징수, 부동산거품의 제거와 임대료 인상 규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소재부품 생산 중소기업 지원 확대, 재래시장 육성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빈곤계층의 소비능력을 직접 높이는 정책으로서 교육과 의료, 주거, 육아 등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장상환, 2005: 61-64).
셋째,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의 수요 독점자적 지위를 견제하고 공정한 거래 규칙을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필요한 공정 거래법 등의 법제도(어음제도의 장기적인 철폐,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강화 및 공정거래위의 계좌 추적권 부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 실태직권 조사 등)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스스로도 대기업에 대한 협상력을 증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인적투자, 금융지원서비스를 제고시켜 혁신주도형 중소기업들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특히 신산업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만큼이나 구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직업훈련, 숙련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고도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주체로 중소기업을 배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산학연 네트워킹 사업에 대한 재정적 인적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장상환, 2005; 64-65).
2. 사회적 소유의 확대 및 민주적 통제의 강화
첫째, 기업의 사회적 소유를 확대해야 한다. 전력, 에너지, 통신, 기간교통(철도, 도시철도, 시내버스 등)은 공기업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현재 공공부문은 관료적 운영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공기업은 공적 소유와 노동조합의 참여에 의해 공공적,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공기업, 기간산업 기업의 경영권행사를 목적으로 한 연금기금의 주식보유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연금기금의 의결권 보장이 담보되어야 하고, 연기금 운용에서의 노동자 통제의 강화, 공공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 병원, 복지법인, 교회 등은 공공적 성격의 사회조직인데도 사적 개인이 지배하여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립자의 자의적 운영이 되지 않도록 법률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소유, 운영을 공공화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금융기관의 공적 소유와 경영을 기본으로 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경제의 각 부문과 기업간의 자원 배분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각종 금융기관을 재벌과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공적 소유와 경영을 기본으로 하되, 경제정책위원회가 통제하는 민주적인 금융감독기구의 감독을 받도록 한다.") 우선 공공적 소유 금융기관이 된 우리은행을 매각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한 은행의 경영의 수익이 정부와 노동자들에게 향유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려가서 경영권을 정부가 인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겸업화는 금융체제와 국민경제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므로 금지하고 전문화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 지배 사기업은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외국인 소유지분 비율을 다시 제한해야 한다. 외국인 자본이 기업 경영의 핵심적 내용에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수년의 과도기를 거쳐서 10-20%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국내 재벌들이 외국인 소유지분에 대항하기 위해 역차별이 될 수 있는 출자총액제한제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의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 등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으로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민주적 참여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임노동자기금 조성을 통해 노동자 소유 참가를 확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재벌의 해체와 민주적 참여기업으로의 전환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경제를 장악하고 경제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는 재벌체제를 해결하는 관건은 총수 일족이 경영을 독점하는 기반인 소유 문제를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소유와 경영의 분리나 소유 분산이 아니라 사회적ㆍ공공적 소유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총수 일족의 지분을 공적 기금을 활용해 강제로 유상 환수하여 재벌을 해체하고, 또 해당 기업의 노동자를 비롯해 다수 국민들이 소유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한다.")(장상환, 2005: 65-66)
둘째,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경제정책 결정에서부터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사람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도록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경우 노동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성취동기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한다. 기업단위의 예를 들면 미국 회계조사국(GAO)은 일하는 사람들을 소유와 경영에 포괄적으로 참여시키는 경우 8-11%의 생산성 상승이 이루어지고 기업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볼 때 일하는 사람들을 기업경영에 참여시키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적어도 3%이상의 경제성장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기업경영자 대표와 정부 대표들로 '국민경제정책위원회'를 조직하여 성장률, 투자율, 저축률, 물가인상률, 소득분배율, 임금인상률, 조세부담률 등에 관해 지시적 계획(indicative plan)을 작성하도록 한다. 각 부처별로 정책심의회가 존재하지만 형식상으로만 기능하고 있을 뿐인데 이것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노동자 경영참가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노동자 소유 참가 확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 경영참가는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경영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은 없는데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무거운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경영참가는 기업경영성과에 대한 노동자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장상환, 2005: 67).
셋째, 부동산의 사적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토지의 원칙적 국공유화를 지향하고 있다.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절대시하는 하는 것은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총생산에 대한 한국의 지가총액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투기성과 기생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농지와 소규모 생활 터전용 소유지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는 국ㆍ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주택이나 상가 임차자의 장기간 임차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억제한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토지 주택 문제에 대해서 '적정 임차기간 보장'과 '임차료 인상 억제' 등 주택ㆍ상가 임차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왔다. 이제 토지투기의 심화와 거품의 형성 등 토지주택문제가 심각해졌고, 또 국회의원이 국회에 진출하고 15%내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토지 국ㆍ공유화라는 강령의 선언에 한걸음 다가가야 할 것이다. 토지 공개념을 실질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우선 주택의 소유에 대해서 1가구 1주택이라는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주택은 이익추구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주택단지 개발의 경우 국ㆍ공유지로 유지하면서 장기 임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가 필요하다. 예컨대 지하철 건설부채를 역세권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상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장상환, 2005: 68).
3. 보편적 사회복지체제 확립
사회복지분야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확립하고 공공부문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물급여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첫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혁한다. 광범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족책임주의를 극복하고 중위소득의 50%이하 계층을 빈곤계층으로 보는 상대빈곤 개념을 도입한다. 부양의무자 규정의 실질적 폐지가 필요하다. 가족지원을 통한 기능 강화와 가족책임주의는 구별해야 한다. 상대빈곤 개념에 의하면 2002년년도의 경우 4인 가구 최저생계비 989,719원에서 도시근로자 중위소득의 50%인 1,479,345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하며, 이로 인해 차상위 및 차차상위 빈곤층의 일부가 수급권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생계급여를 보완하고 있는 교육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 등 부분급여를 보편적으로 확대하도록 한다.
둘째, 포괄적인 사회보장체제를 정비한다. 노인, 아동, 장애인을 위한 보편적 수당제도를 도입하여 대상인구의 1/2내지 1/3을 수급자로 가정할 경우 노인수당은 (연금수급자를 제외) 100만명*월 20만원=2.4조원/년, 아동수당 200만명*월 10만원=약 2.4조원/년, 장애인 수당 50만명*월 20만원=약 1.2조원/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보험료를 보조하고 비정규직과 영세사업근로자 직장가입자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편입시킨다. 주거보장, 고용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 등 보충적 사회보장체제의 공공성을 확충한다(장상환, 2005: 68-69).
윤종훈(2004), {스웨덴 조세정책 원칙 - 투명성과 공평성", <스웨덴 사회복지 모델에 솔솔 피어오르는 경제성장론>, UNIㆍKLC 사회적 합의 건설 포럼/대안연대회의 공동 토론회.
ㅇ 신자유주의의 전형인 미국만도 못하다
장 소장의 발제와 자료집을 검토한 토론자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먼저 신광영 교수가 토론을 시작했다.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위기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유럽자본주의도 마찬가지로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고용성장 없는 경제성장’이다. 한국에서 ‘국가’는 귄위주의 국가로 억압의 상징이고 행정통제였다. 현대국가의 주된 기능은 ‘대국민 서비스’다. 그런데 한국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저의 상태다. EU의 1/4, 스웨덴의 1/5이며 심지어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미국의 1/2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 축소 공무원 축소를 주장하는가?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말처럼 그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신 교수는 “행정복지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만큼만 하더라도 100만의 일자리가 증가한다. 신자유주의만큼만 해도 한국사회가 좋아지는 셈이다. 교육문제에 있어 민주노동당이 못한다. 기본적으로 교육도 복지문제다. 유럽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체제다. ‘기회의 평등’이 존재한다. 무상교육 이야기하면 당장 공교육화의 재정을 묻는데, 이공계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식의 수명이 짧다. 북구에서는 실업수당 받으며 대학에 다시 들어간다. 업그레이드된 노동자들이 된다. 한국의 대학교육은 형해화되었다. 고등교육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신 교수는 발제문에서도 권위주의 국가적 전통을 타파하고 현대적인 국가 전통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국가가 할 일을 시장에게 맡겨 두고 있다. 보편적 사회복지 체제와 관련하여 교육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이 공교육화되어 무상으로 이루어지면 두 가지 직접적인 효과를 낳는다. 전반적으로 국민 전체의 직업능력이 향상된다. 불필요한 입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유럽은 노후 걱정이 없어서 다 소비하는데, 일본은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경기가 나쁘면 더 저축하고 그래서 소비가 줄어든다. 가속화하여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스웨덴은 아프면 결근한다. 영국은 아파도 출근한다. 결근이 많아지면 잘린다. 장기적으로 스웨덴이 더 좋은 시스템이다.
국가사회주의의 한계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은 한편으로 경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차원의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광영 교수는 짧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세계 국가들의 운영과 한국을 비교하였다. 분배 속의 성장이든 사회민주주의든 우선 각 영역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지적한 것이다. ‘대국민 서비스’를 기조로 하는 복지국가를 염두에 두고 각종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ㅇ 이행기 강령 수준의 정책 마련하라
이어 심상정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심의원의 발언은 선이 굵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예리했다. 오랜 노동운동가(금속노조 사무처장)로서의 경험과 6개월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전혀 다른 경험이 어우러져 실질적인 고민과 생생한 의견을 전달했다.
심 의원은 “진보정당이 진보적인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6개월간 원내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의제들이 유실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의원들의 정책활동의 내용이 축적, 집적되고 대안체제와 연결되는 이론적 근거지가 필요하며 그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정책이 구체화되지 못해서 국회에서 <말을 못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심 의원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최소한 이행기 강령 수준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기했다. “현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고백했다. 한나라당이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던 것을 회상하면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는 일상적(전술적) ‘정책대안’과 전략적 ‘대안체제’의 결합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양자의 빈곤에 빠져있다. 민주노동당이 ‘비판’의 정당에서 ‘비전’의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물질적 생산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재정경제와 산업영역에서 취약하다고 밝혔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실상 190조 가운데 140조는 이미 허용되고 있는 데, 나머지를 놓고 반대하는 이유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일 뿐이며, 대안이 없다고 했다.
심 의원은 선거에서 ‘분배를 통한 경제성장’을 내걸었으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재생산 모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수준이며, 성장중심주의에 대한 대응슬로건으로는 의미를 가지겠지만, 근본적 대안체제 논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케인즈주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 의원의 발제문의 간결함과 정확한 발언과 치열한 자기반성은 예사롭지 않다.
한 심 의원은 ‘정책 자체의 정합성’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세력화’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외 사회세력의 대중적 압력 없이는 원내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 정책내용이 아무리 서민적이고 정당하더라도 국회 내 보수정당들의 논의과정에서 그 중요성이 대폭 삭감된다고 고백했다.
의원은 국가사회주의의 경우 ‘역사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므로 비판하기는 쉬우나, 우리의 대안이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면, 국가사회주의의 소유와 통제 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모형을 전형화하여 비판의 준거를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의 광풍과 사회민주주의체제 미경험으로 인하여 후자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각이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실험도 없는 것이다. 심의원은 스웨덴에 가보고 나니 사민주의를 실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겠다고 느껴 그 후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경제학회들 ‘대안담론 형성’, 이 부분에서 다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집권 4개월 만에 재벌에게 항복했다. 저항, 반작용에 대한 물질적 힘을 가져야 한다. 관철시켜나가는데 있어 저항에 대한 방도가 필요하다. 대안체제 정립에서 의제별 이행강령이 요구된다. 외국자본의 기간산업 소유제한, 연기금을 통한 기간산업의 관리 등등 이런 주제들을 토론할 때, OECD나 외국과의 “통상마찰”이란 말이 나오면 바로 토론이 끝난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내 정책활동 주체는 크게 연구소(전략적 목표 집약), 정책연구원(정책대안), 정책보좌관(정책실행) 등 3주체다. 의제별 마스터플랜작업팀(TF)을 두어야 한다. 또한 상시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안체제가 우리만의 ‘화석’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이데올로기투쟁에 적극 나서고, 대안담론 형성에 힘을 쏟아야 다.
심의원은 “국회 본회의시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진보적 이데올로기 발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연구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이 그 동안 고민해온 주제들을 이야기하자 토론회장은 매우 진지해졌다. 국회 내에서 보수정당들 의원들과 논쟁하고 싸워 이겨야 하는 데 정말 산적한 과제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심상정 의원은 운동가로서의 정신과 할 일이 많은 의원으로서의 자세가 절충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차분하고 힘 있게 꼭 해야 할 말만 했다.
심상정 (2005), "대안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구체적 이행강령이 있어야," [이론과 실천] 2005년 1월호.
1. 대안적 사회경제체제 마련을 위한 이중과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는 일시에 마련되지 않으며, 일상적인 정책활동의 경험과 성과가 기반을 이룰 때에만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는 일상적 '정책대안'과 전략적 '대안체제'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1) 취약한 정책대안
민주노동당이 비판의 정당에서 비전의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서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함. 대중들에게 책임있는 대안정당으로 본선 경기를 치루기 위한 물질적 생산물이 필요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노동당내에서 복지 노동 교육 의료 영역 등 사회정책에서는 정책대안의 틀이 마련되어 가는 추세이지만, 재정경제 산업영역에서 취약함
2)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불투명한 상
민주노동당은 선거공약에서 '분배를 통한 성장'을 내걸었으나, 아직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재생산 모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분배를 통한 성장'론 자체가 여전히 추상적인 용어다. 이는 성장중심주의에 대한 대응슬로건으로는 의미를 가지겠지만 근본적 대안체제 논의 수준에까지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 이중과제 해결과정의 두 가지 전제
1) 정책대안: '정책 자체의 정합성'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세력화'도 중요
적합한 정책대안은 대중의 신망을 획득해야만 의미있는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음. 어떠한 정책대안도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는 과정과 결합되어야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 원외 사회세력의 대중적 압력 없이는 원내에서 힘을 받을 수 없음.
경제자유구역법안만 현재 보건의료조직과 균형있는 원내외투쟁이 병행되는 경우.
2) 대안체제 근본체제에 대한 논의는 열려 있고 과학적이어야
진보운동에서 '대안 부재 극복'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 것은 오래된 일. 우선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하여 열린 토론이 필요함.
국가사회주의의 경우 역사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므로 비판하기는 쉬움. 그러나 우리의 대안이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면 국가사회주의의 소유와 통제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모형을 전형화하여 비판의 준거를 분명히 마련해야 할 것.
사회민주주의의 경우 그 한계를 쉽게 비판하기는 어려운 상황. 현재 국제적 계급역관계를 보면, 오히려 진보진영은 사회민주주의체제라도 지탱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상황. 국내에서도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의 광풍과 사회민주주의체제 미경험으로 인하여 사회민주주의에 대하여 우호적 시각이 적지 않음.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틀에서 사회민주주의의 의의와 한계를 대중적 담론으로 분명히 정리해야 할 것.
3.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탈국민국가적 대응이 동시에 모색되어야
발제문에서 제안하는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의 중요한 기능들(국가의 역할 강화, 소유권 통제, 금융공공성 강화, 직접세 인상, 분배강화, 친환경적 생산 등)은 모두 다국적 자본과 세계화기구의 이해와 충돌할 개연성이 높음. → 국제적 영역의 의제를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
전지구적 차원과 지역적(아시아) 차원에서 진보적 대안경제체제를 모색하는 국제연대운동이 함께 진행되어야 함. 우선 아시아지역에서부터 공동의 대안지역경제체제를 논의하는 틀을 마련해야. 아시아지역의 경우 진보진영의 세력이 약하고 역사적으로 지역경제공동체 전통이 취약하여 상대적으로 진보적 지역공동체 전략을 취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럼에도 중국의 진출, 동남아시아의 경제개발과 이주노동자 문제, 남북한 경제협력과 한반도 긴장 강화 등 중요한 의제가 부상하는 상황이므로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아시아지역 대안경제체제 모색에 힘을 쏟아야 할 것.
4. 대안적 사회경제체제 모색을 위한 제안
1) 대안체제 정립에서 의제별 이행강령이 요구됨
대안체제의 정립을 위해서 핵심 사회경제적 의제들에 대한 이행강령적 요구를 마련하고 이를 구체적인 요구로 담아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소유에 의거한 민주적 사회경제를 지향하는 이행요구이어야 하며, 구체적 내용은 시장논리를 넘어서는 사회공공성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어야 함.
의제별로 보면,
- 소유: 기간산업의 사회적 소유(외국자본의 기간산업 소유제한, 연기금을 통한 기간산업의 관리 포함)
- 참여: 노동자 이해관계자의 조직운영 의사결정 참가
- 재정: 직접세 강화를 통한 재정 확보, 사회파괴적 예산 삭감
- 금융: 금융공공성 개념 정립, 국책은행체제 구축, 신용불량자 해결
- 산업: 재벌체제 해체, 핵심중소기업 및 지역재래시장 육성,
- 부동산: 토지공개념 도입
- 복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공주거, 기초연금
2) 이행강령을 담은 의제별 마스터플랜 추진되어야
이중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은 일상적 정책대안과 전략적 대안체제를 결합시키는 종합적 마스터플랜 마련도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
3) 의제별 마스터플랜 작업팀 구성 모색
4) 상시적 이데올로기투쟁이 병행되어야
대안체제가 '우리만의 화석'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이데올로기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안담론 형성에 힘을 쏟아야. 이를 위해선 상시적이고 치밀한 정세분석 ,핵심의제 설정, 적절한 내용의 논평, 논평 생산체계 구축 등이 정비되어야.
ㅇ 우리도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
장상환 소장이 그 동안의 토론에 간략히 대답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상반되는 입장을 놓고 격론을 벌일 상황은 아니었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국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김태현 정책실장이 왔어야 했는데 본인이 오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김 국장은 토론의 전제이며 출발이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건데, 큰 틀에서 사민주의의 틀 안에 있는 거 아닌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기 위해서라면 사민주의도 케인즈주의도 차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민주노총에서 한국 노동운동과 대안적 사회 등을 연구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 극복하자는 주제였다. 거기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사적 소유의 문제 2) 부, 자원의 분배조정으로서 시장? 3) 기존 사회주의 효율성과 민주성 문제
‘전일적’과 ‘지배적’은 다르다. 지배적은 사적소유를 부분 허용한다. 공공적 소유? 국유화? 효율성은 정치체제와 같이 고려해야 한다. “우리도 사민주의의 문제를 뻔히 알면서 그 오류를 반복할 수도 있다.”
김태연 정책국장은 이미 토론시간이 많이 지났고 남은 토론자들도 있어서인지 아주 간단히 발언하였다. 한편 지나치게 토론자가 많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러 영역의 토론자들을 고루 초청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토론과 반론, 충분히 답변하고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ㅇ 민주노총 평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가?
끝으로 대안연대 유철규 정책위원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유 위원장은 “자신이 시민운동 영역에서 초청된 것으로 ‘비우호적’으로 토론에 임하겠다”고 소개했다.
유 위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이 좌파적이냐 아니냐라는 말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은 곧 ‘좌파’적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즉 ‘민주노동당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좌파를 자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좌파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국민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정책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감>”을 강조했다. 장 소장의 발제문은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케인즈주의 정책에 의존한다. 사민주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사민주의 정책에 의존한다. 국가와 정부의 구별도 흐릿하다. 장 소장의 발제문에서 ‘인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 그것은 인간상품화의 정점의 표현이다. ‘인간’의 자본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한편 “1960년대 절정에 올랐던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는 최소한 일정기간 우리사회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아닌가? 우리가 그걸 실패라고 하는 건 ‘사치’다.” 국유화,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국유화는 한마디로 “재경부에 맡긴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용어는 전혀 모르겠다. 문제는 국유화를 주장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회사를 보더라도 국유기업이 가장 반사회적이고 반노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박정희의 국유화와 통제는 계획 즉 사회주의와 다른가?
연구소는 남한 경제를 둘러싼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와 불안정성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고구려 이후 이토록 확장되어진 적 없고 지금처럼 개방된 적도 없다. 뉴욕에 본거지를 두고 중국으로 뻗어가는 이른바 ‘금융허브론’과 세계의 공장으로 확장되어 가는 중국 제조업의 팽창 경향을 중시하는 이른바 ‘물류허브론’ 가운데 어떻게 보는가? 중국과 미국의 자본력으로부터 분리된 체제는 공허하게 들린다.
시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민주노총 평조합원을 설득하는 문제다. 그들은 상층, 고임금, 중산층 노동자다. 그들이 국유화 동의하겠는가?
‘국가사회주의 실패의 핵심은’은 인간의 인센티브와 규율의 문제다. 장 소장의 발표문에 따른 대안체제가 섰다고 치자. 국민경제와 조세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기업,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경우 투자실패 시 누가 책임지나?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깊이 있는 입장이 필요하다. 기자가 보기에도 장 소장의 발제문과 전반적인 정치경제학에는 철학이 빠져 있다. 유철규 정책위원장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즉 진보정당의 정책대안에도 국가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적 인식을 요구한다. 그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상층 정치조직이 뭔가를 선험적으로 만들어서 조합원을 지도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끝으로 연구소에 당부한다면, 오리지널한 자료를 만들라. 고유의 자료를 만드는 건 고통과 비용이 든다. 국민은행이 오랫동안 자료조사와 설문을 축적했다. 그것을 모두 가져다 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료가 필요하다. 국책연구소나 삼성경제연구소와 자료를 맞교환하려면 유일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의 위기다. 천만 빈곤층이 민주노동당 지지하지 않는다. 화석화된 개념으로 설득 안 된다. 좌파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5시 15분 토론자들의 발표가 끝났다. 유철규 위원장은 토론문을 자료집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아마 장상환 소장의 발제문을 꼼꼼히 검토하고 토론주제를 가려내느라 늦었나 보다. 그럼에도 그는 사소하지 않은 ‘인적 자본’ 같은 표현뿐만 아니라 철학의 빈곤을 지적했고 세밀한 비판을 했다.
유철규 (2005), "'국민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좌파적 대안' 제시해야," [이론과 실천] 2005년 1월호.
1. 경제의 정쟁화를 넘어서 민생에 기반한 문제제기가 올바르다.
보수언론과 재계는 반시장적이고 친노동자인 정책을 추구하는 정권과 이에 힘입은 강성노조의 영향력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 정권의 성격과 개혁 정책을 원흉으로 지목한 것이다. 반면 정권의 개혁세력은 이를 반박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심각해지는 민생고 문제를 제대로 자신들의 의제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재계가 경제위기론이나 장기침체론을 제기하면서 친자본적이고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양보를 전제하는 규제완화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부분 정치 공세적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어느 쪽도 400만에 육박한 채 줄어들 줄 모르는 신용불량자, 100만 가구에 달하는 전기요금 연체가구수, 정부추산으로 450만 노동계 추산으로 75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 외에도 2004년 1/4분기 현재 1998년 대비로 각각 11.9배, 2.3배에 달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체납자 수에 이르기까지 저소득 계층의 광범한 확산을 한국경제 문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2.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이 좌파적이냐 아니냐라는 말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은 곧 '좌파'적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뜻한다. 좌파를 자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계와 보수언론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수준의 정부 정책(출자총액제한제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제한 등까지)을 '좌파'적 정책으로 분류하여 비판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사회에 진정한 좌파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국민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정책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
왜 정책내용이 없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은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모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후속 보완조치가 논의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특히 돌출적으로 개별 정책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정책들 간의 상충문제와 상호 관련성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야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얘기는 쉬우나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지는 소홀히 하기 쉽다.
3. 발표문에서 제기한 한국경제의 '현안 과제'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자본주의의 모순'으로만 보아서는 다루기 힘든 영역이 광범하다. '세계화'에 대한 실패, 즉 국민국가적 규제와 조절(coordination)의 실패로 볼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으로만 귀착시킨다면 국가의 역할 강조는 무의미해지기 쉽다. 따라서 국유화보다는 사회적 소유의 개념으로 통일해서 접근하는 것이 생산적인 경우가 많다. ... '국유화'='관료의 지배력 확대'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1960년대 절정에 올랐던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는 우리 사회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일정기간 우리사회의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케인즈주의 복지국가가 아니라면 어떤 복지국가인가?
노무현 정부의 참여 복지를 "노동 능력있는 사람들에 대해 노동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지만, 노동 능력있는 사람에게 노동을 강요 (혹은 인센티브 부여)하지 않는 체제가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현실은 공짜 점심(free rider)에 냉담하다.
소득 분배의 직접적 강제적 재조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전히 결과에 주목하는 까닭에 말초적이기 쉽다. 원인은 산업구조, 시장구조 문제에 있으므로 산업구조와 관련된 정책 고민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용어의 문제
'인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 이 용어는 '인간'의 자본화를 승인하는 최종적 용어이다. 또 국유화, 사회적 소유, 소유의 공공화는 혼용되고 있는데, 서로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한국사회의 문제는 국유화를 반복적으로 주장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 국유기업이 가장 반사회적(반노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례는 많다.
4. 남한 경제를 둘러싼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와 불안정성에 대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5. 시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이는 곧, 민주노총 평조합원의 공감대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경제구조와 한국경제는 강고한 국가 경쟁력 논리(국가 순위 상향)에 매여있다. 이에 대한 대안적 정책관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확장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대응책과 입장이 있어야 한다. 인센티브와 사회적 규율의 문제 해결책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발표문의 안에 따른 체제가 섰다고 했을 때 발생하는 은행의 부실채권, 노동능력은 있으나 고의적으로 공짜 점심을 먹는 자가 있을 가능성, 국민경제와 조세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기업, 국민연금이 손실을 본 경우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략적으로 많이 제시되어 온 표현인 '국민경제정책위원회'보다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어떤 원칙에서 짤 것인가가 먼저 제시되고, 그 필요에 의해 조직이 제시되어야 한다.
보호책이 아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고유한 인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잘' (즉 체계적으로 국민경제적 필요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깊이 있는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사실상 자유주의 단계를 겪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보정치세력은 자유주의의 핵심 설득요소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조합원, 노동자로부터 현장감에 기반한 아이디어들을 취함하고 논의를 활성화시키며 주고받는 역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이 자기 일터의 전문가이고 자기 영역에서의 문제(자유화와 국가 규제, 사회적 규제 등과 관련해서까지도)에 대한 구체적 인식과 대안 정책의 보고이다. 각 단위별로 파편화된 노동자의 지식과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는 사장된다. 그러나 모여지고 취합되고 전문적 평가와 결합해서 정책과 개혁과제로 모여져야 한다.
6. 진보정치연구소의 두 가지 과제
자기 고유의(original) 자료를 생산해야 한다. 어떤 다른 정당 연구소나 민간 및 국책 연구소가 관심을 두지 않아 생산하지 않는 조사자료일수록 좋다. 직접 조사한 자료가 설득력의 원천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가 만든(조사한) 자료가 있어야, 그리고 시계열로 축적되어야 자원이나 규모면에서 월등한 경쟁 연구소와 당당한 거래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유지와 확장에 높은 강조점을 둘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모든 요소를 지키고 확장시키는 것이 좌파의 고유한 임무이며 존재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적 이미지는 민주주의와 붙어 있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당내와 노동조합 내 비민주적 요소에 항상 감시의 눈을 두고 앞서서 경계경보를 내놓을 수 있어야, 그리고 스스로에게 쓴 소리해야 사회적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ㅇ 운동이 먼저인가 토론이 먼저인가?
토론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청중질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청중질의 시간에 예상치 못한 당내 문제가 불거졌다. 민원실장 임진수씨의 질문이 있었고 성남의 신입당원이 당원교육과 홍보가 필요함을 호소했다. 그는 토론회가 중앙당에서 있는 줄 알고 갔다가 국회로 왔다고 했다.
조영건 박사의 당부와 항의로 토론회장이 소란해졌다. 조 박사는 “장상환 교수가 소장으로 데뷔하는데,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올인은 잘못이다’라고 말한 것”을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문제 삼았다.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과도한 힘을 실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조 박사는 의원단의 결합이 미진한 것도 지적했다. “이 토론회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를 논하는 것보다 그것을 논하기 위해서 먼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 사회경제연구소와 차별이 없다.”고 항의했다. 조 박사는 국회 앞에서 삭발단식농성을 하는 사람들 즉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과 의원단의 결합이 적은 것도 문제인데 진보정치연구소의 창립소장으로 데뷔하는 장상환 소장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하냐는 그런 정치적 비판이었다. 정영태 사회자가 그 논의는 개소식과 뒤풀이에서 따로 하시라고 했다.
장상환 소장이 “오늘 논의는 좌파정당이 자본주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이런 사실 자체가 국가보안법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차원의 문제인 국가보안법, 그것 때문에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당이 매달리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답변했다.
기관지위원회에서 일하는 김장민 씨가 “성장과 분배는 체제의 속성이 아니라 어느 체제나 있을 수 있는 속성이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제3의 무엇이냐? 토론자들이 ‘국가사회주의’의 개념을 저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또 학술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혼동된다. 강령에도 들어갔는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정영태 사회자가 모든 토론자들에게 1분씩 맺는말을 하라고 권했다.
김태연 : 다음에 세세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그런 자리 많이 만들어 달라.
심상정 : 오리지널한 자료, 정책, 정치 필요하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통계자료들 사용할 게 없다. 정치적 가공이 어렵다. 10명의 의원들의 4년의 목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그 두 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내용으로 복판으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역량들이 진보진영의 마당을 풀로 활용하려면 원내, 원외, 정책 각각의 포지션이 정해지고 평가와 종합이 필요하다.
신광영 :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를 모른다. 아시아 주5일제 다 한다. 중국 대만도 한다. 국민들이 그걸 모른다. 대만도 ‘국가보안법’ 폐기했다. 대만과 중국이 교류하니 폐기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무기는 세계에 대한 지식이다. 국민들이 간단한 정보도 모른다.
유철규 : 진보정치연구소의 토론회에 초청받아서 기쁘다. 밥 먹으러 가면 좋겠다.
장상환 : 큰 그림이다. 연구의 질을 높이는 고민이 있다. 연구방법도 혁신이 필요하다. 도덕적 당위만이 아님을 입증하는 게 과제다. ‘대안’ 마련에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정영태 사회자가 끝인사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경험의 객관적 평가다. 대안, 이행. ‘국가권력 잡고 사회변혁’하는 문제. 맑스가 “사회주의는 이미 자본주의의 뱃속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권력 잡기 전에 이미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ㅇ 민주노동당의 처지와 과제
6시 10분에 행사가 끝났다. 주대환 정책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있던 단병호 의원은 끝까지 앉아 메모하고 밑줄 긋고 경청했다. 단병호위원장 아니 국회의원 단병호는 자료집을 넘길 때 검지에 침을 묻히곤 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거나 연구소 관련자들이거나 당직자들로 보였다. 외부 학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부설 연구소를 창립하는 기념성이 강한 토론회였다. 그럼에도 그 주제의 무게와 토론자들의 실력 때문인지,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하게 된 유익한 토론회였다. 2004년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였지만 막상 국회에 들어가고 보니 공부할 것도 많고 다듬을 것도 많았다. 능력을 발휘하기에 역부족이고 경험과 연륜도 부족했다.
이 토론회의 발제들 발표문의 주장들 발언들을 이렇게 길게 소개한 이유는 ‘현재 민주노동당의 처지와 과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론과 실천의 문제, 이념과 정책의 문제, 노동자운동과 의회 내의 정치, 당과 연구소와 대중적 세력화의 문제 그리고 연구소의 위상과 운영 등 참으로 많은 고민들이 담겨 있다.
정당의 부설 연구소는 정당보조금의 30%를 책정 받고 사용해야 한다. 연구소가 없을 때는 중앙당(정책위)에서 사용하므로 구분이 어렵지만 독립된 단체이므로 어느 정도 연구비와 인건비를 비롯한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이 생긴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정책위와 연구소와 의원단이 겪고 있는 대안 이데올로기의 부재 문제가 오로지 민주노동당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한국사회의 좌파정치조직이나 노동자운동 단체 모두의 난제다. 당연히 진보적 학자들의 과제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세력이 진보와 혁신의 사상을 갖고 원내에 진출하게 되더라도 오늘 민주노동당 부설 연구소의 창립 때 고민했던 문제들과 검토된 주제들은 똑같은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다양한 정파가 활동하고 의원단과 최고위원회의 정치적 성향, 판단의 차이가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부설 연구소, 진보정치연구소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한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성과가 쌓이고 적절한 대안 정책이 생산된다면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담론은 훨씬 깊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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