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보궐선거, '지역구 세습'이 아니라 삼성과 맞서 싸운 사람을 내세워야
학부시절 북한의 부자세습에 대해 비판할라치면 NL선배들은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역량과 지도력을 인민들로부터 인정받아서라고 하였다.
민주노동당 시절 김창현 울산동구청장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을 때 당내 자주파들은 이영순 씨가 김창현 구청장의 아내라서가 아니라 그의 지역운동 경력과 능력을 근거로,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영순 씨를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켜 당선시켰다.
진보정의당이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씨를 노원병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단다. 나 또한 김지선 씨의 노동운동에 헌신해 온 이력이나 그 인품 등을 인정하고 그가 진보정당 후보로 손색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가 출마하려는 지역이 남편의 지역구라면 달리 판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리 노회찬 대표가 삼성에 맞서 싸우다가 악법의 희생양이 되어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아니 진보정의당이 진정 진보정당이라면 이번 보궐선거를 삼성이라는 자본의 권력에 맞선 싸움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노회찬 대표의 부인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삼성 자본과 싸웠던, 싸우고 있는 이를 내보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가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권력에 맞서 싸웠던 것에 대한 대리전이라고 한다면 김지선 씨를 공천하는 건 문제가 있다.
물론 지난 19대 총선에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의 지역구인 도봉갑 지역에 그의 부인인 인재근 씨를 내보내 당선시킨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이 당연히 없다. 민주통합당 후보를 내서도 안되겠지만, 그 당은 보수정당이니 알아서 하라고 하고...
안철수 교수의 경우도 그의 정치복귀무대로서 노원병 보궐선거가 타당할까. 그가 삼성 권력과의 싸움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인정해주겠다만...
아래 박점규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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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부인의 노원병 전략 공천에 반대한다 (프레시안,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2013-03-08 오후 4:33:34)
[기고] '지역구 세습'이 아니라 삼성과 맞서 싸운 사람을 내세워야
노회찬 대표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기(노원병)는 이미 진보정의당에서 후보를 내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한 지역이고, 저희가 어렵게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탈환했던 지역"이라며 "안 전 교수가 오지 않더라도 야권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므로 여기에는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노원병에 대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유권자들의 뜻을 묻는 것이 이번 선거의 주요한 성격이 되는 지역"이라고 했습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노원병은 유권자들이 선택한 노회찬 공동대표의 의원직이 사법부에 의해 짓밟힌 곳"이라며 "삼성 X파일 문제를 전면화하고 재벌과 사법 개혁을 제대로 실현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사회 최대 재벌인 삼성의 문제를 전면화하고, 삼성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후보로 진보정의당에서는 노회찬 대표의 부인 김지선 씨를 전략 공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에 맞서 싸울 후보가 왜 김지선 씨입니까? 남편과 함께 지역구를 관리해왔고,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얼굴이 알려져 인지도가 높기 때문입니까?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에도, 무조건 당선이 되어야 삼성에 맞서 싸우다 억울하게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대표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입니까?
삼성에 맞서 싸우다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불의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문제입니다. 노회찬을 대신해 부인이 나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불의에 맞서 싸우고 있고 앞으로 싸워나갈 이들을 대표하는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과 맞서 싸운 사람들은 많습니다. 삼성과 싸우다 구속되고,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양심수로 선정되었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수년, 수십 년 동안 온몸을 바쳐 삼성과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200명의 백혈병 환자를 찾아내고 끝내 삼성을 교섭으로 끌어낸 이종란 노무사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진보정의당이 한국 사회 최대 재벌인 삼성의 문제를 전면화하고, 삼성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후보로 삼성과 싸우는 사람들을 추천하고, 당운을 걸고 삼성에 맞서 투쟁을 벌인다면 아마 많은 노동자와 서민들이 응원할 것입니다. 설령 당선되지는 못하더라도 '악덕 재벌' 삼성이 저질러왔던 불법과 잘못을 폭로하고,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삼성 노동자들을 알려내고, 삼성의 불법 파견, 부당노동행위, 노조 파괴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 진정한 '진보정당', 노동자 정당의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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