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허접한 삶 7회 – 한여름의 시골 락 페...(2)
- 07/15
-
- 허접한 삶 5회 – 농사의 슬픔과 기쁨
- 07/01
1
제가 어렸을 때 개를 잡는 모습을 멀리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목줄에 묶인 개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성인 남성 두 명이 몽둥이를 들고 그 개를 두들겨 패고 있었습니다.
개는 매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고
두 남성은 그 개가 죽을 때까지 계속 팼습니다.
개를 그렇게 두들겨 패서 잡아서 고기가 연해서 맛있다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을 보고도 저는 연한 개고기를 잘 먹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는 집에서 상을 치르던 때였는데, 상을 치르기 위해 돼지를 한 마리 잡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경운기 뒤쪽에 목줄로 묶여 있었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돼지를 붙든 상태에서
경운기를 앞으로 서서히 움직이며 돼지 목을 조였습니다.
돼지는 아주 고통스럽게 울부짖다가 얼마 후 소리가 멈췄습니다.
그 자리에서 돼지는 해체가 됐고
친척 어른이 방금 해체한 돼지의 갈비뼈 한 짝을 들고 와서 불에 구워주셨는데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10년 쯤 전에 닭을 키운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 만에 훌쩍 자란 닭을 한 마리 골라서 잡았습니다.
아버지가 닭을 바닥에 눕혀서 목을 길게 잡아당기면
어머니가 칼을 닭의 목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칼을 내리칩니다.
그러면 발버둥 치던 닭이 순식간에 축 늘어져버립니다.
그 닭의 털을 뽑고 내장을 걷어내는 번거로운 작업을 마치고
푹 삶아서 먹으면 마트에서 파는 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2
어떤 방 안에 일곱 살짜리 아이랑 함께 있기,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을 벌일지 생각하며 발기하기, 어떤 말을 내뱉어서 그 아이가 자기 쪽으로 오게 하기, 그 아이의 입속에 자기 성기를 넣기, 그 아이가 입을 쫙 벌리게 만들기. 그건 정말이지 홀린 상태에서 벌이는 일이고,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다음 일이 벌어진다. 다시 옷을 입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족 속으로 돌아가 살아간다. 게다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한번 벌이지고 나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 그것도 몇 년 동안 되풀이된다. 가해자는 아무에게도 그 일에 관해서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성적 학대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도, 자기를 고발하거나 고소하는 사람이 없으리라 믿는다. 아무도 고발하거나 고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누가 자기를 고발하거나 고소하면, 둘 중 하나다.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대담하게 진실을 말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몇 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면, 자기가 부당하게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용서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는 사람이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형기가 끝나면, 감옥을 나와 가기 삶을 다시 꾸려 간다.
네주 시노는 ‘슬픈 호랑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어릴 적 당했던 끔찍한 일을 담담하게 써놓았습니다.
너무 담담해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지기까지 하더군요.
그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그의 얘기를 듣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네주 시노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분리해서 그 순간을 견뎠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견디다가 성인이 된 후 용기를 내서 엄마에게 사실을 얘기합니다.
혹시나 동생들이 또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의붓아버지는 구속이 됐고 힘겨운 재판 끝에 7년 형을 선고 받습니다.
엄마는 그 남자와 이혼을 했고, 네 명의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아갑니다.
7년 형을 선고받은 그는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했고, 모범수로서 2년이 감형돼서 5년만에 출소합니다.
출소 이후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출소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자기가 성폭행했던 딸만한 나의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둘은 이후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을 낳아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글쓴이의 얘기를 말없이 듣기만 하다가
이후 변해가는 상황들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만기 출소 이후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안희정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얼마 전 기일을 맞아 추모제를 지냈다며 sns에 올라온 박원순에 대한 글도 떠올랐습니다.
그 끔찍했던 기억을 애써 전해준 네주 시노씨의 손을 잡아주고 싶지만
안희정과 박원순과 이윤택과 조민기와 김기덕 등의 얼굴 뒤에 제 얼굴도 보여서
그냥 가만히 있어야 했습니다.
3
숲을 걸어갈 때 혹시라도 풀벌레들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술과 담배는 물론 육식도 멀리하며 소박한 삶을 살려고 했었습니다.
인간관계들에서도 아주 도덕적이었고, 주위에서도 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그가 맡은 일은 나치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민족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들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어수선해지지 시작했죠.
그러다 정권을 잡은 이들이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 다툼은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좁은 지역에서 복잡하게 얽힌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학살을 자행하게 됩니다.
그 학살의 주인공들은 평소 마을에서 다정하게 지내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며 사이코페스가 됩니다.
영웅이 등장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협력을 해서 그 미친놈을 잡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여러 어려움 끝에 빌런을 제압하면 다시 그곳에 평화가 찾아오죠.
그런데 그 악마는 내 안에서, 그리고 우리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The Warning의 ‘CHOKE’)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