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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피해자와 함께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8월 23일 화요일 농성 83일
김홍춘 동지를 비롯한 진보신당 동지들이 갖가지 나물에 된장과 밥을 싸와 밥심연대를 나누고 가셨다. 바리바리 싸오신 음식들이 동지들 마음처럼 푸짐하다.
8월 24일 수요일 농성 84일
1.
현차지부의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 지원대책위에서 이경훈집행부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임단투 마무리 되기 전에 최대한 노력해 본다는 간담회 결과가 있었다. 조직강화실장이 농성장에 들러 그런 결과를 공유해 주기도 했다. 그에따라 아산공장 공장장과 형진기업의 사장을 만나러 아산공장에 갔으나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는 와중에 이경훈 지부장이 조합원들 앞에서 도끼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고, 아마도 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해 있을테니, 언니의 복직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임단투 잠정합의안이니 당연히 언니의 복직 요구는 의제도 아니다. 그래도 4만5천 힘있는 노동조합의 상식을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비정규직 문제라해도 현대자동차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여성하청노동자가 현장에서 성희롱 당하고 성희롱 당한 사실 말했다고 해고되는 현장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정규직 노동조합이 정규직들의 의제에 대해 합의하고 나면 관례적으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에 대해 원청 노사간에 헙력업체의 도급계약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별도합의한다. 그때에라도 언니의 복직 뿐 아니라 지난 겨울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복직 문제가 논의되길 바란다.
2.
저녁 7시 혁명기도원의 기도회. 오늘은 사회당 금민동지와 페미니즘 가수 지현님을 비롯해 여러분이 함께했다.
기도회때 마다 마르코 복음을 읽고 묵상하고 있는데 오늘의 장면은 예수가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비쌍 향유를 예수의 머리에 붓는 장면이다. 같이있던 사람들이 여자에게 화내며 그 비싼 향유를 살돈이면 가난한 사람들을 나누어 도와줄수 있는데 왜 낭비하냐고 하니 예수가 말한다. “참견하지 마라. 이 여자는 내 장례를 위하려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이니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을 다한것이다.” 한편 이때에 예수의 제자 유다는 돈을 받고 대사제에게 예수를 팔아넘긴다.
마르코 복음은 매우 극적이다. 예수가 ‘부자가 천국에 가는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것 만큼 어렵다.’ 고 혁명적인 선언을 한것이 이주전 기도회였는데, 이 청년는 이제 적들의 탄압을 받아 죽음을 예감하고 있다. 그는 갈등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어야 할지, 어딘가로 도망가버릴지, 신념을 바꿀지, 뭐 여러 가지 생각을 했겠지. 꼭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때에 그녀가 밥먹는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부으며 장례절차를 밟는다. “당신은 죽는것이 맞소!” 번개가 치는것처럼 번쩍 소스라치면서도 야속하지 않았을까.
속도 모르는 주변사람들이 돈이 아깝다고하니 예수는 버럭 화가 나는게지.
“내가 죽는다고. 가난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테니 언제든 도와주면 되지만, 내가 죽는다고. 겨우 이깟 향유가 아깝냐고. 너무 하잖아.” 예수는 아마도 억울했겠다. 그래, 내가 죽어도 신념을 버릴수 없다, 결심하면서도 그 속을 몰라주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섭섭했겠다.
한편 그에게 죽음을 촉구하는 그녀의 향유는 참으로 냉정하다.
우리의 삶에도 선택의 순간은 있다. 이 싸움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이 싸움을 하면 내가 죽을 텐데, 그래도 해야 하나, 도망을 갈까. 늘 그런것은 아니지만 그런 순간이 있기도 하다. 아니 죽음이 아니라 어떠한 순간에도 삶을 생각하며 싸우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아마도 나에게는 필요한듯 하다.
3.
혁명기도원 마지막 순서 기도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언니가 말한다.
“작년 추석에는 해고 선물 받았는데 올해 추석에는 복직 선물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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