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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일기] 8월 12일~8월 15일 일기. 길바닥으로 내몰리고 불나방이 되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언제쯤 올까.

농성장 일지

 

** 이 글은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신 대리인 분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8월 12일 금요일 농성 71일차

 

1.

지난 7월 21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지원대책위동지들이 금속노조 현차지부 정규직 노동조합 동지들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 결과 현차지부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복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보기로 하고 정규직 동지들이 아산공장장과 형진기업 사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어제 아산공장으로 가서 정규직 동지들이 만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현대차 사측은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하네.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말은 현대자동차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지.

 

2.

국민참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들과 서울시당 위원장님이 점심도시락을 싸서 밥심연대를 하고 가셨다. 아침부터 쉼없이 비가와서 밥을 어디서 먹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딱 밥먹는 시간에 잠시 비가 멈춰주었다. 지난 50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셨던 참여당 분들이 이번에는 밥심연대를 했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들 말씀하신다.

비정규직 하청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을 당했는데 원청인 현대자동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맞다. 노무현 정부 때 통과된 비정규보호법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근로자 파견법, 기간제법을 더욱 강화시키는 법이었다. 참여당 분들이 정책적 대안을 말하니 더욱 반갑다.

또 오세요. 손수 만들어 오신 쨈도 감사합니다.

 

3.

진보신당 김홍춘동지가 전에는 예쁜 시를 주시고 대리인 없는 동안 농성장을 지켜주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김치부침개를 손수 부쳐서 매실주와 함께 가지고 오셨다. 밤 늦도록 매실주를 먹는다.

 

8월 13일 토요일 농성 72일차

 

1.

어제 현차지부 정규직 노조가 회사를 만난 결과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뻗쳐서 스마트폰을 질러버렸다.

남들 다 스마트폰 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살 때, 스마트폰 사면 노동강도가 늘 뿐이고 나는 아날로그로도 잘 산다고 버텼는데, 몽구가 별걸 다 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하루종일 연습하고 있다. 어렵다. 눈이 빠질것 같어. 일단 트윗을 시작하고, 요즘은 또 페이스북이 대세라는데, 일단 트윗부터 하고, 연습하고 있다.

 

이화여대 나위 동지가 스마트폰 선생님이 되어 가르쳐 주셨고, 사노위 임용현 동지가 주말농성을 함께 하며 기계치에 어리버리한 권수정에게 트윗하는 법 가르쳐주며 고생했다. 고마워요.

 

8월 14일 일요일 농성 73일차

 

1.

언니는 주말이라 집으로 다니러 가시고, 혼자 농성장에 앉아 김홍춘 동지가 주시고간 강풀의 만화 ‘바보’를 읽었다. 여가부앞 농성장에 앉아 울었네. 고미숙동지가 빌려주신 도토리의 집을 읽었던 주말에도 혼자 앉아 울었는데, 강풀은 순정만화를 참 잘 쓰고 그린다.

해가 좀 날때도 되었는데, 계속 비가 온다. 잠시라도 해가 나면 냉큼 침낭과 젖은 깔판과 천막을 말리려고 벼르고 있는데, 계속 비온다.

 

8월 15일 월요일 농성 74일차

 

1.

광복절이다. 아침 10시부터 우리 농성장앞 청계광장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가 있었다. 계속해서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경찰의 방해로 장소가 바뀌어 12시에는 모두 대한문앞으로 이동을 했다. 농성장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 따라가지는 못하고 집회때 선전물만 나누어줬다.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하면 우리집에 손님이 오신 것처럼 기분이 좋다.

 

2.

4차 희망버스를 준비하는 송경동 동지가 써달라고 한 원고를 내일까지 보내야 한다. 오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을 했는데도 마땅치 않다. ‘내려오지 마시라’고 썼다가 울면서 지웠다.

평소 이런저런 청탁을 받아 원고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글을 쓰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언제쯤 스스로를 용서하게 될까. 우리는 언제쯤 길바닥으로 내몰리지 않으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우리는 언제쯤 땅위에 설자리가 엎어 비탈진 크레인 위로 불나방이 되어 올라가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몇 번을 고쳐도 부족하여, 마무리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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