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사람들이 노무현 시대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여전히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알듯,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폭력이나 심지어 죽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은 열사는 물론,
전용철, 홍덕표, 하중근 열사처럼 경찰에 맞아 죽은 열사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대추리에 투입된 군대는 또 어땠는가.
그리고 조중동 어느 신문에선가 이야기한 것처럼, 노무현 때에도 시청광장 봉쇄는 있었고,
횟수는 (뭐 이명박 정부가 아직 2년이 안 됐으니까 단순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더 많았다.
그렇지만 그 때 느낀 감정은, 지금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는 좀 다르다.
전자의 경우 (혹시나 하는) 기대와 배신, 분노와 비극 뭐 이런 감정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어이없음과 실소, 엽기 같은 감정이 더 많다.
예컨대 유인촌이 그렇다. 한예종 앞에서 1인시위 하는 학부모한테 한 발언은
참으로 엽기적이다. 동영상을 보면 볼수록 정말 막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한예종 문제에 관해 내가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없지만,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서,
이념/정치적인 이유로 과를 없앤다는 발상이라든지,
심대한 실책이 아닌 '성과 부족'을 이유로 교수를 징계, 것도 해직/파면한다는 건
참으로 몰상식하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황지우 시인이 있었는데,
그의 사상이나 행적 여부를 떠나서, 어느 칼럼에서 김연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인을 잡범 수준으로 만들어 내쫓"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얘들을 보면 정말 막되고 무례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진중권 스토커 드보르잡의 소송 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막장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이 싸움을 구경하고 있지만
고소의 이유로 드보르잡이 제시한 '불법적 표현'('듣보잡')이라는 단어가
참 어이없으면서 동시에 섬뜩하다. 세상에, '모욕적'인 표현도 아니고, '불법적'인 표현이라니!
이런 짓들을 하니, 사람들이 노무현 시대를 그리워하게 되는 거다.
노무현의 나쁜 짓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브루투스, 너마저!' 같은 것이었다면,
이명박과 그 수하들에 대한 반응은, '이거 정말 미친 놈들 아냐!'가 아닐까.
이건 그 말의 이중적 의미에서, 즉 황당하고 섬뜩하다는 의미에서, '엽기적'이다.
"독재자, 살인마, 배신자를 거쳤더니, 이제 '미친놈'이라니!"가 사람들의 심정 아닐까?
물론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대개는 부차적인 쟁점이 많다.
이런 쟁점이 더 중요한 사안들을 뒤덮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정서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여튼 이 미친놈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Posted by 아포리아